경찰 집회 금지 정치적 고려 때문 아닌가
    2006년 11월 08일 07: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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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주최의 광화문 노동자대회 집회에 대해 집회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유는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 법이 정한 바대로 질서유지인을 두고 사전에 신고를 했고, 교통소통이 적은 공휴일인 일요일에 일부차도만을 점유하는 것을 예정하였기에 경찰이 내세운 ‘심각한 교통불편의 우려’라는 집회 금지 사유는 생뚱 맞기 그지없다. 

   
  ▲ 정현우 변호사
 

우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국민의 기본권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집회와 시위는 거대 독점언론에 의하여 언로가 독점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의사표출의 통로를 가지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계급이 제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단지 ‘교통소통이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만으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영원히 여론에 반영될 수 없고, 사회는 힘의 논리에 따라 약육강식의 질서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민주적 여론형성이 불가능해짐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더군다나 노동자대회는 매년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전태일 열사를 기리며 그 뜻을 계승하고, 노동자 계급의 가장 중요한 요구들을 표출해왔던 대회이다. 또한 그간 경찰도 별다른 문제없이 노동자대회를 허용해 왔었고, 별다른 문제없이 노동자대회는 진행됐었다.

따라서 왜 하필 이 시기에 경찰이 그 동안의 전례와 달리 노동자대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경찰이 내세우는 궁색한 집회 금지 사유와 달리 로드맵과 비정규직 법안 등의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철저하게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작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독재체제처럼 전일적이고 획일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태생적으로 불편하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다를 수 있는 자유,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 나와 다른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를 성문화하여 다양한 목소리,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급, 계층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온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나라의 경찰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지니는 의미에 대하여 최소한의 진지한 성찰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는 왜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는 귀기울여 들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인가? 경찰은 왜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해 가면서까지 집회를 막으려 하는 것인가?

우리는 프랑스에서 최초고용에 관한 입법이 문제되어 15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 집회나 시위가 제한되거나 금지되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와 경찰이 그간 시간이 날 때마다 주장하여 온 바대로 ‘민주와 인권이 숨쉬는 나라’,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보호되는 인권선진국’으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경찰의 이번 집회금지 통고는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 5월 1일 노동자대회 집회 현장 (사진=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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