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 예방의 기본 활동,
    안전교육 실효성 잃고 형식만 남아
    금속노조, 안전보건교육 무력화 고용노동부 규탄
        2021년 03월 03일 03: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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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에게 서류를 일괄 배포하고 서명을 받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안전보건교육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해 논란이다. 실질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이뤄지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키고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3일 오전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안전보건교육 무력화시키는 고용노동부 규탄 및 안전보건교육규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하고 형식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참혹한 재해로 이어지고 있음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교육을 하나마나한 제도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사진=금속노조

    안전보건교육이란 노동자가 안전하게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작업 방법의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선 안전보건교육이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에 따르면, 충북 충주의 한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시행해야 하는 정기안전교육이라며 서류만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고 서명을 받았다. 노조는 “사업주는 노동자들이 어떤 내용을 숙지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 내용 또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인지 검증되지 않은 서류 하나만 덜렁 나눠주고는 서명을 받고 정기안전보건교육을 이수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더 큰 심각한 문제는 해당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이 노동부의 지침을 근거로 이 같은 사업주의 행위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관련 안전보건교육 조치사항’을 하달한 바 있다.

    노동부가 내린 조치사항엔 대체로 안전보건교육 과정을 유예하거나 생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능한 근로자의 근무(작업) 위치에서 교육 ▲교육 시간은 가급적 1회에 30분을 넘지 않도록 할 것(작업 전 5분 또는 10분 교육 등) ▲교육자료는 서면자료를 배포하기보다는 카톡, 밴드 등으로 배포 ▲사무직 노동자의 재택근무 기간은 정기교육 기간 산정 제외 등이다. 특히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를 총괄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비롯한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의 직무교육 이수 기간을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작업 전 조회 시간 5분 동안 안전구호를 외치거나 메신저로 자료를 전달하는 등의 행위를 안전보건교육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노동부의 지침을 근거 삼아 사업주들은 안전보건교육을 더욱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노동부는 자료만 배포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는 황당한 해석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그간 사업주의 방역수칙 위반으로 여러 사업장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를 환기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노조는 “집단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음에도 노동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방관해 노동자들은 늘 방역수칙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었다. 그런 노동부가 안전보건교육은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업주의 경영 보장을 위해서는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더니 노동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보건교육은 유예해주고 방식도 더 완화해주겠다는 고용노동부가 과연 산재 예방 역할을 하는 기관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사업주가 이행해야 할 안전보건교육을 완화해왔다. 노동부는 여러 해 동안 안전보건교육 규정의 개악을 거듭하며 별도의 교육 장소가 아니라 생산시설이나 근무장소에서 실시하는 현장교육이나 인터넷 원격교육으로 정기안전보건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 전후로 이뤄지는 단시간 교육도 안전보건교육으로 인정했다.

    노조는 “이 같은 규정 개정에 따라 사업주들은 아침 조회 및 작업 정리시간을 안전보건교육이랍시고 서명을 받고, 실제 작업과 동떨어진 내용이나 부실한 자료로 진행하는 인터넷 교육 등으로 안전보건교육을 대체해 법망을 피해가려는 꼼수를 부려왔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이들은 “유해위험업무를 하고, 독성이 강한 유해물질을 취급하지만 정기안전보건교육, 특별교육 등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회사가 나눠주는 서명지에 서명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외에도 (사업주는) 노동자들에게 무슨 서류인지 설명도 없이 서명만 하도록 해 안전보건교육을 진행한 것처럼 서류만 갖춰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에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현장의 유해위험요인과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내용을 알도록 해 위험을 피하고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교육제도는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노동부는 한술 더 떠서 코로나 19를 핑계 삼아 말도 안 되는 조치사항을 하달하면서 안전보건교육을 하나마나한 제도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코로나 19 관련 안전보건교육 조치사항 즉각 수정 및 안전보건교육 규정 개정 ▲정기안전보건교육 및 특별교육, 관리감독자교육 실시 여부 감독 ▲정기안전보건교육 및 특별교육, 관리감독자교육 진행 여부 현장 노동자 면접조사 등으로 확인 등을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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