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상황, 남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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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06일 08: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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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의 위기론이 여기저기서 거론되고 있다. 아마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관련된 당내 갈등이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위상과 정체성에 걸맞지 않다는 인식의 표출인 것 같다. 해묵은 노선대립에 더하여 정당운영에서 누적된 불만들이 급기야는 갈라서자는 분위기까지 낳고 있다.

    대중정당, 진보정당, 군소정당

       
      ▲ 본회의를 여는 국회
     

    민주노동당은 사회운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라, 의회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물론 그 기반은 사회운동이지만, 활동의 공간은 의회이다. 민주노동당은 당원이 중심이 되는 대중정당의 성격을 지니며, 정책과 이념에서는 진보정당을 지향하지만, 의회의 영향력에서는 소수 의석을 가진 군소정당이다.

    대중정당, 진보정당, 군소정당이 민주노동당이 가진 정당정치의 기반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위기에 대한 진단은 민주노동당이 처해진 정치현실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정책노선과 의사결정 과정은 당원들 더 나아가서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당지도부간의 갈등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실망과 좌절만 안겨다 주었다.

    문제를 봉합한다고, 위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당 지도부들의 결정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과 이탈로 이어질 때 이들을 견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당내 민주적 장치가 작동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인 정당인가? 우문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정치현실은 보다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한다. 현재 한국의 정당구도는 보수당인 한나라당, 중도당인 열린우리당,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다른 군소정당인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중간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정당인가 

    이러한 정당구도에서 유일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국민들을 대변하고 있으며,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참여정부는 말로는 ‘정서적 급진주의’를 표현하였지만, 정책과 행동은 ‘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래서 보수나 진보 세력 모두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보수세력은 참여정부의 언술적 진보주의를 비판하면서 성공적으로 지지기반의 확대와 결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반면에 진보적, 개혁적 세력들은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지지를 철회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으로 그 지지를 이전하고 있지는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성향은 그들로부터 왜 외면당하고 있는가? 분명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더 급진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현실정치에서 보수정당이나 중도정당의 대안정당으로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진보적 성향을 결집시키지 못하는 ‘빈곤한 정치력’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북한 핵실험 이후 보여준 민주노동당의 행태와 결정은 그 진보성마저도 의심들게 만들었다. 노선상의 갈등이 ‘그들만의 문제’일 때, 이미 민주노동당은 의회정치의 밖에 있는 것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처해진 상황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분단사회의 진보정당은 분명히 북한 문제를 직시해야 하고,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입장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일차적인 기준은 아니다.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는 바로 사회경제적 균열이 한국사회에 매우 심각하며, 그것이 보수와 진보의 핵심적인 잣대임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열린우리당보다도 못한 대북 입장과 그 결정과정은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았다.

    집권, 아무도 믿지 않는 정치적 목표

    정당정치의 핵심은 국민적 지지를 확대하여 정권을 잡고, 또한 정책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려는데 있다. 원내 제4당으로 군소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의회정치에서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혹시 집권이라는 아무도 믿지 않는 정치적 목표를 내세우면서, 현실적인 의회전략이나 선거 전략이 부재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현재의 의석수로는 진보정당의 위상을 의회정치 내 반영할 수 없다. 보수, 중도, 진보의 3축에서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하기 위한 의회정치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한 제3당으로서 자리매김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의석수만이 아니라 지지율이다. 유동적인 진보적 성향을 정당지지로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근본적으로 비롯된다. 유일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국민들 그리고 노동자, 농민 등 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지 못하는가?

    국민들로부터 먼 진보정당, 진보적 성향도 담아내지 못하는 내부 갈등, 그리고 군소정당에 안주하고자 하는 사회운동적 관념론들 등은 의회정치, 정당정치 차원의 민주노동당 위기를 가속시키는 요인들이다. 북한문제는 이를 표면화시키는 계기일 뿐이다.

       
     ▲ 국회의사당 외경
     

    의회공간을 보다 중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을 의회정치에서 바라보고, 진보정당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다시금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것은 먼저 민주노동당의 정책노선을 명확하게 하고, 의회정치 공간에서 군소정당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명확한 목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당은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하지만, 무책임하거나 의회공간을 무시하는 운동단체는 아니다. 그러한 세력이 있다면 운동단체로 분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진보정당의 일차적인 활동공간은 의회이며, 정치사회이다. 의회는 국민들의 의사를 대의하고 여론을 이끄는 공간이다. 국민들은 의석과 지지율로 정당에 응답한다. 그래서 의회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내용과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의석과 지지율의 확보이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연합과 배제를 통한 정치력의 극대화이다. 군소정당은 자신의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유연한 정치적 연합과 거래를 투명하고 명시적으로 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민주적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운동단체와는 다른 정치적 신뢰와 책임 그리고 능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서 대안적인 정당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대해야 한다. 근본적인 처방만이 민주노동당의 위기론을 불식시킬 것이다. 위기의 봉합이나 회피는 위기의 지연과 증폭만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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