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노동자가 아니라 전술 없는 지도부
        2006년 10월 27일 0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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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점규 현장기자가 쓴 ‘처절한 농민, 구경하는 노동자’란 글을 읽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글을 쓴다. 나는 박기자와 제주 원정투쟁을 함께 간 금속연맹 조직국장으로 그가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또한 이번 투쟁에 참여한 대부분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힘차게 투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원들과 지도부의 전술적 미비점으로 인하여 전체 참석한 전체 노동자들이 비판받는 지점에 동의하기 어려워 졸필의 글을 써 보낸다.
     
    제주 원정투쟁에 민주노총의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박점규 기자가 지적한 대로 일부 대오는 투쟁에 있어 불성실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헌신적으로 투쟁하였고 일부의 경우 심한 부상을 당하였거나 경찰에 연행된 후 풀려나온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이러한 투쟁 과정에 있어 박 기자가 제기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단순히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도부가 명확한 지시 내용과 전술을 가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범국본의 지침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현장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 한 점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박 기자가 비판한 첫 번째 부분인 농민들은 150여명의 동지들이 하얏트 호텔 앞 회담장까지 진출을 하였고 노동자들은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다가 결국은 중문 단지 앞에 있는 대오와 합세하였다는 사실은 반은 올바른 이야기이고 나머지 반은 틀린 이야기다.

    이번 투쟁에 있어 범국본은 월요일 오전 전술을 사용함에 있어 결사대(?)를 하얏트 호텔 앞으로 진출시키고 나머지 동지들은 호텔 주변에서 병력을 분산시키며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예래 입구에서, 전농은 중문단지 입구에서 그리고 한농연은 또 다른 장소에서 각자 집회를 진행하는 것이 오전의 계획이었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임무는 예래 입구에서 삼삼오오 대오를 형성하면서 전경 대오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당일 아침 각 연맹별 담당자들의 회합 속에서 단순하게 삼삼오오 모여서 전경들과 대치하는 것은 현실성도 별로 없고 무리한 전술이란 판단 하에 일단 예래 입구에서 약식 집회를 하면서 시간을 벌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일 조합원들을 태운 차량은 일부는 원래 집결하기로 한 예래 입구로 이동하고 일부는 중문단지 입구로 이동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고(민주노총은 이를 버스 기사들의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박기자가 표현하였듯이 예래 입구에 모인 동지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시기 우리 동지들이 하얏트 호텔로 진출하였다면 오전 투쟁이 더 의미 있는 투쟁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 과정에 있어 민주노총 동지들이 보다 현명하게 능동적으로 현장에서 행동하지 못했다고 원정투쟁에 참가한 조합원 일반을 비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도부들의 전술적 무능력과 실무적 착오를 비판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나 생각한다.

    박 기자가 비판한 두 번째 부분인 바다를 건너 하얏트로 건너가는 투쟁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일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WTO 반대를 위한 홍콩 원정 투쟁에도 참여하였고, 홍콩 투쟁 중에서 삼보일배와 홍콩 바다에 뛰어드는 투쟁이 전체 원정 투쟁 중 언론의 조명을 가장 많이 받은 투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두 개의 투쟁은 근본적으로 다른 투쟁이라 생각하는데 전자의 투쟁은 방식의 올바름 여부는 제외하더라도 전체 대오가 함께 할 수 있는 투쟁인데 반하여 후자의 투쟁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투쟁이고 대다수 집회 참가자들을 대상화시키는 투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수의 투쟁 대오가 모여 있는 집회에서 바다를 넘는 투쟁과 같은 방식을 동의하지는 않았다.

    내 생각과 별개로 이번 원정 투쟁에 있어서 바다를 건너는 투쟁은 사전에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 22일 밤 전야제가 열리는 와중에 소집된 회의에서 갑자기 제안된 것이었다. 실무적인 준비와 결의 부족 등을 이유로 몇몇 동지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대다수 동지들의 찬성으로 바다를 넘어 회담장 ‘진격 투쟁’은 결정되었고 민주노총은 최대한 조직하기로 결의하였다.

    그 속에서 금속연맹은 금속노조와 경남 지역 동지들을 중심으로 전원 참가가 결의되었고 나머지 노조도 최대한 참가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당일 준비 상황을 점검한 결과 구명 조끼가 80개밖에 준비되지 않았기에 전농에서 80명의 동지들이 바다를 건너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나머지 대오 1천명은 80명의 대오가 바다를 건너 연결한 밧줄을 유격훈련 하듯이 타고 건너는 것으로 제안되었다.

    전술 회의에 참가한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결정에 현실성이 전혀 없고 조합원들의 안전 사고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전술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오히려 상징적으로 바다를 넘는 전술이라면 전농과 민주노총이 각각 50명, 30명으로 나누어 구명 조끼를 입고 바다를 건너자고 역제안하였다.

    그러나 범국본은 제주를 중심으로 하는 농민들이 바다를 건너는 전술을 결의하였고 민주노총은 방파제 안쪽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즉 노동자들이 소극적으로 투쟁에 임해서 바다를 건너지 않은 것이 아니라 범국본의 전술적 방침을 가지고 방파제 안쪽을 지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 중 상당수는 농민들이 바다를 건너 투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민주노총의 지침에는 어긋나지만 스스로 쪽길을 건너 산을 타고 하얏트로 진출하는 투쟁을 능동적으로 진행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박 기자가 이야기한 대로 박 모 동지가 부상을 당하였고 조 모 동지가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이 지속되면서 총연맹은 긴급하게 연맹 책임자 회의를 소집 산을 넘어 투쟁을 지속하는 동지들을 엄호하기 위하여 방파제를 지키는 동지들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모두 산을 넘어 회담장으로 진격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전술은 회의가 끝난 후 10여분이 지난 후 범국본 동지들의 정리 집회를 위하여 전농 대오가 있는 곳으로 모이라는 지침이 내려온 후 바로 폐기되었다.)

    즉 지도부의 준비되지 않은 전술을 조합원들의 능동적인 투쟁으로 인하여 변화시키는 일도 제주에서 벌여졌던 것이다. 결코 노동자들은 농민들의 처절한 투쟁을 구경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맞는 투쟁을 진행하였고 지도부의 전술까지 변화시켰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기자가 제기한 24일 투쟁이다. 민주노총은 초기 제주 원정 투쟁을 22~23일 1박 2일 투쟁으로 지침을 내렸으나 23일 투쟁이 관례적으로 비추어 볼 때 저녁 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상 밤 늦은 시간에는 교통편이 없기에 24일 아침에 이동하는 것으로 지침을 내렸다.

    금속연맹도 광주전남 30여명의 동지들과 울산 지역 동지들을 제외하고는 22~23일 1박 2일 투쟁을 진행하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하기에 24일 투쟁에 대다수의 동지들이 결합하지 못한 것은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른 투쟁 계획으로 행동한 것으로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전에 박점규 기자와 통화를 하였다. 그가 이런 글을 쓴 것은 이번 투쟁에 있어 노동자들이 과거에 비해 헌신적인 모습으로 투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 같고 그런 경향성이 꾸준히 지속되어 오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역시 박동지의 판단에 동의하는 저점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번 제주 원정 투쟁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들은 2박 3일간 참석하여 투쟁한 동지들 일반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부의 전술적 무능력과 현장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 한 점에 기인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2일차 오후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총의 지침을 뛰어넘어 능동적인 투쟁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이번 제주 원정 투쟁 속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투쟁한 박점규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동지’가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을 현장 속에서 현명하게 극복하기를 빌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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