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대응 속 파장에 촉각
    2006년 10월 26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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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로 어수선하던 민주노동당에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10.25 인천 남동을 보궐선거에서의 선전이 전해진 26일 아침 민주노동당의 잠시나마 들뜬 분위기를 일거에 잠재우는 소식이 전해졌다.

창당 초기부터 핵심 당직을 두루 거친 최기영 사무부총장이 국가정보원에 연행됐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2003년 강태운 전 고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에 연행된 적이 있지만 현직에 있는 핵심 당직자가 국정원에 연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틀 전 이정훈 전 중앙위원이 연행됐을 때만 해도 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당직을 거론한 국가정보원에 항의를 표시한 것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박용진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 앞서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다”고 말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좋은 소식(남동을 보궐선거)보다 나쁜 소식(연행사건)에 모아졌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국가정보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반민주적, 반인권적 국가보안법을 갖고 아무런 예고도, 소환장도 없이 사무부총장을 연행해 갔다”며 “핵실험으로 인한 정세에 편승해서 민주노동당의 방북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이다. 이러한 불순한 의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삼 최고위원도 “방북해서 평화사절단으로 활동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건은 민주노동당의 방북을 사전에 판 깨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공당의 부총장을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인신구속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소 격앙된 발언이 나왔지만 민주노동당은 무엇보다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대책기구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응수위를 정하기로 했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는 당에 아무런 언질 없이 연행한 것에 대해 거친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응은 차분하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우선 26일 오후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연행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최기영 사무부총장을 접견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조성된 위기 국면에서 사건을 터뜨린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외교안보라인이 물러나는 시점에 김승규 국정원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고 규정하고 “매년 국감시기인 이맘때쯤이면 예산을 지키기 위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해 왔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밥그릇 지키기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최근 들어 국정원과 검찰 공안라인이 청와대의 통제 밖에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외교안보라인 교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다른 당직자는 “간첩단 정도 규모이면 청와대의 허락 없이 사건을 터뜨리지 못 한다”며 “민주노동당의 핵심 당직자를 잡아가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을텐데 (국정원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한달 반 전쯤에 한 언론사 법조기자가 ‘조직사건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소문들이 많이 있고 확인해볼 수가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6일자 <조선일보>가 국정원의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것과 관련, <조선일보>와 국정원이 서로 박자를 맞춰가며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안탄압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한 당원은 중앙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소위 ‘북핵정국’”이라며 “공안세력이 날뛰기 좋은 시점”이라고 규정하고 “이정훈 당원과 최기영 사무부총장의 체포는 명백히 민주노동당을 향한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당원은 “수사대상이 된 사람들이 중국에서 접촉한 인물이 실제로 북한의 ‘공작원’ 즉 북한의 정보기관원이라면, 이는 당이 정치적 이유로 방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성급하게 공안탄압이라 규정하기보다 사건에 대한 진상파악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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