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4당 정책위 의장 '선진화' 논쟁
        2006년 09월 28일 08: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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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4당 정책위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핵, 전작권 환수 등 외교 안보문제부터 한미FTA, 부동산, 교육 등 경제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선진화 방안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전재희 한나라당, 이용대 민주노동당,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의 창립 심포지엄 ‘대한민국 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석, 외교, 안보, 경제, 교육에 대한 각 당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선진화를 바라보는 각 당의 시각에서부터 차이가 드러났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이미 정치권에 ‘선진화’ 화두를 던진 박세일 한선재단 이사장은 기조발제문을 통해 “21세기 국가비전과 시대적 과제는 대한민국이 명실 공히 세계일류국가인 선진국이 되는 ‘선진화’”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완전한 정착, 1인당 국민소득 3만불대 진입, 이웃 나눔의 따뜻하고 품격 있는 공동체, 인류의 보편적 발전에 기여하는 모범국가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봉균 의장은 정치, 경제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정착과 3만불 시대 진입, 그리고 복지국가를 선진화의 모델로 꼽았다. 전재희 의장은 “한나라당이 2004년부터 국가발전 목표로 선진화를 제시했다”고 강조하고 경제 선진화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최인기 의장은 “경제 성장보다 공동체 국가 의식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대 의장은 “지금까지 양적 성장에 치중해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균형발전에 기초한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외교 분야 최대 이슈인 한·미FTA에 대해서는 입장이 분명히 갈렸다. 강 의장은 “대체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내년 6월까지 타결하고 이후 중국, 일본, EU, 신흥 개도국과도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장은 “졸속협상에 반대하고 개방전략과 후속대책이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이 아닌 경제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협상 통해 한미FTA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주문했다.

    반면 최 의장과 이 의장은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 최 의장은 “농업, 서비스 산업의 직접 피해가 불가피하고 정부 일변도로 추진하는 한미FTA 반대한다”며 “농업 분야 등 국내 산업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일 때는 언제든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 역시 졸속 추진 문제를 지적하며 “제2의 IMF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추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미FTA 협상 실패에 대한 견해에서는 여당과 야당으로 입장이 갈렸다. 강 의장은 “상당 기간 재협상의 기회가 없을 것이고 다른 나라들과도 FTA 협상이 원만히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의장들은 FTA 중단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 의장은 “성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실패해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반면 최 의장과 이 의장은 오히려 실패가 국내 취약한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강 의장은 “고질적 투기심리를 잠재우는데 성공했다”며 “주택시장이 실수요중심으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에서는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 의장과 최 의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안정이 아니라 하락이 목표여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과 함께 강력한 부동산 세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는 각 당이 전혀 다른 시각을 나타내며 상대방의 주장을 비난했다. 강 의장은 “국방 외교 전문가의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논의 중단이나 서명 운동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해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의 반대 운동을 비난했다.

    반면 전 의장은 “전작권 환수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며 “임기 1년 밖에 안 남은 노무현 정권에서 논의하기보다 보완책을 마련한 뒤에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최 의장도 “차기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하지만 이 의장은 “평화와 군축을 전제로 환수해야 한다”며 여당의 군 현대화를 비난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해서는 “국방비를 우려해서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면서 군비 증강에는 동의하는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 방법에서도 각 당은 온도차를 드러냈다. 강 의장은 “북핵 문제가 한반도안보에 위협이기는 하지만 체제위기가 더 위협적”이라며 “남북 상호신뢰와 6자회담을 통한 국제공조”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전 의장은 “북핵은 한민족의 생존과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북핵이 평화 위협의 핵심적 요인”이라면서도 “미국의 대북봉쇄는 한반도안보에 위협이며 실효성도 기대할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을 제안했다. 이 의장은 나아가 “한반도 위기의 책임은 (북한보다도) 갈등 원인을 제공한 미국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법과 관련해서는 강 의장이 개방형 이사제를 일단 시행하고 여타 부분에 대한 재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전 의장은 개방형 이사제 재개정을 주장했다. 최 의장은 “사학법을 재개정한다면 이사장 친인척 제한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이 의장은 “개정 사학법을 실행해야 한다”며 나아가 “자치기구를 법제화해 개방형 이사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관계, 교육시장 개방 등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나머지 3당의 인식이 갈렸다. 강, 전, 최 의장은 모두 “노사갈등이 기업 투자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노조가 기업 활동에 협력하고 복지를 약속받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 의장은 “노사관계 갈등이 투자를 제약하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노사관계 불안은 사용자의 적대적 인사노무관리에 기인한다”고 반박했다. 교육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강 의장이 평생교육이나 직업훈련부터, 전 의장과 최 의장이 고등교육기관부터 개방할 것을 요구한 반면 이 의장은 교육시장 개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성장과 복지의 관계에 대해서는 각 당이 또 제각각 다른 입장을 밝혔다. 강 의장이 동반성장을 강조한 반면 전 의장은 “성장이 지속될 때 복지가 가능하다”며 “복지재정의 확충에 앞서 향후 10년간 5% 이상 경제 성장과 국가경쟁력 강화가 운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의장은 “복지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며 “복지지출의 효율성과 기대효과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의장은 나아가 “선진국 진입의 전제는 복지제도 확충”이라며 “빈곤층에 대한 사후적 복지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빈곤예방기능의 획기적인 강화”를 강조했다. 

    이날 여야 4당 정책위의장 토론을 주최한 한선재단 박세일 이사장은 “오늘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가 대한민국의 선진화라는 대의에 합의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 좌·우의 대립이 국가 운영의 실제적 철학, 정책의 차이보다 많이 과장되고 필요 이상 부풀려졌지만 이미 21세기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적 ‘정답’은 상당부분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나아가 “진보와 보수, 좌와 우 각 진영이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 ‘전략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념적 감성적 구호대결’에서 ‘합리적 과학적 정책논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러한 변증법적 통합 내지 진화적 과정을 거쳐야 국민통합도 가능하고 사회적 합의 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각종 현안에 대한 4당간 분명한 입장 차이가 변 이사장의 주장대로 변증법적 통합과 진화적 과정을 거쳐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또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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