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혁신위원들, 심상정 사과 비판
    “갈팡질팡 리더십 필요한 게 아냐”
        2020년 07월 14일 03: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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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거부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가운데, 일부 당 혁신위원회 위원들은 심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심상정 대표는 1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장례기간에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과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었다”며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자에 대한 굳건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들의 추모의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사회적인 논란이 큰 만큼 우리 당 내부에 논란도 크다. 정의당이 늘 사회 변화에 앞장서왔던 만큼 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 성장 과정에서 늘 있었던 일”이라며 “저는 당 대표로서 이번 논란이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당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토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에 연대 의사를 표하는 의미로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류 의원은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 또한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의 이날 공식 사과 발언은 일부 당원들이 두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며 줄지어 탈당을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철 정의당 대변인은 “지금까지 당원들은 위성정당 논란에도 남아주신 분들이다. 탈당한 당원도 소중한 당원이고 시민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니까 (당 대표 입장에선) 종합적 발언을 내놓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 새로운 주체들의 입당 호소했어야”

    지난 총선 이후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꾸린 당 혁신위원회 일부 위원들 사이에선 공식 사과 입장을 표명한 심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민진 혁신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심상정 대표, 류호정·장혜영 의원 발언에 사과’, 기사들의 제목은 이렇게 뽑혔다. 아쉽고, 유감스럽다. 두 의원 입장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지금 정의당이 이야기해야 할 핵심은 피해호소인이 제기한 사건의 진실 규명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제기, 그리고 문제제기만으로 그치지 않는 실천”이라며 “피해 당사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이 사건을 종결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도록 남은 우리들이 도와야 한다. 원내유일 진보야당으로서 정의당의 책임도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효성 혁신위원은 ‘심상정 대표는 류호정, 장혜영의원과 함께 십자포화 맞는 리더십 보여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위원은 “세상의 어떤 위력과 부정들 속에서도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에 먼저 공감하고 다가가고자 하는 류호정, 장혜영 의원의 행보는 27년 전의 박원순 변호사도, 박원순 시장을 통합적으로 기억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도, 피해자중심주의로 당 혁신을 바라는 당원과 시민의 입장에서도 환영할 행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심상정 대표는 류호정, 장혜영 의원의 행보를 박원순 시장 조문객들에게 이차저차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설명자의 역할에 머물면 안 된다”며 “지금 정의당은 선택의 순간에 애매한 메시지로 불투명한 통합을 말하는 갈팡질팡 리더십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이날 심 대표의 사과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두 의원의 행보가 응당 정의당이 집중해야 할 길이라고 천명하면서 그들의 행보에 합류하는 행위자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심상정 대표는 박원순 시장 죽음 이후 그 위력이 사라지지 않고 극렬지지자들에 의해 사회화되어 피해자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을 더욱 깊이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장 오해를 받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기 위해 피해자중심적 선택을 감행한 류호정, 장혜영 동료 의원의 손을 잡고 그 대열에 합류해 피해자의 살 길을 여는 데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홍명교 혁신위원도 “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심상정 의원의 오늘 메시지는 당 안팎에 불필요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의도와 무관하게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혁신위원회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심상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결심하고 혁신위를 가동시킨 만큼 더욱 자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진실과 연대의 시간이다. 고소인의 아픔과 고통이 당사자의 절규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우리 사회와 진보정당이 응답해야 할 것이고, 또 함께 할 새로운 흐름을 조직해야 한다”며 “오늘 (심상정 대표의) 의원총회 메시지는 새로운 주체들의 입당을 호소하는 것이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사람들은 당장의 파도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죄송스럽게도 정의당이 아직 준비는 덜 됐다. 여전히 안전한 공간도 아니다. 불안정과 격론의 공간이지만 들어와서 바꿔달라”며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뜻을 지지하는 이들의 입당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창인 혁신위원도 정의당 입당을 통해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입장에 지지를 표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탈당의 흐름이 정의당을 흔들리게 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더 많은 입당자들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정의당의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더 굳건히 지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에 입당해 장혜영, 류호정 의원의 용기있는 발언과 입장을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정의당의 입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무엇이 진보정당다운 행동인지 우리는 증명해야 한다”며 “여기에 동참하는 방법은 바로 정의당 입당이다. 정의당 당원이 되어 두 의원을 비롯해 이 부당한 싸움에 나서기로 한 정의당 당원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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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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