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피해자 치유 위한
    정치의 책임을 다하겠다”
    민주당 중진, 피해 목소리에 ‘침묵’
        2020년 07월 13일 06: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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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관 기사] 박원순 시장 고소인 측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 측이 13일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정의당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 회복을 위한 정치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힘들고 아파했을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용기 내어 목소리 내준 피해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당은 피해 호소인이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 보좌’ 등의 답변을 들은 점에 대해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 앞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철저히 혼자 감당해야만 했다”며 “비통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라는 피해자의 말이 기자회견 입장문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2차 가해가 연이어지는 가운데 피해자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를 외면하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모습을 뒤로하고 새로운 오늘을 맞이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조사단을 구성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촘촘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조사를 급히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기존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시장에 대한 유력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던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 시장 빈소를 조문한 후 유일하게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 역시 피해 호소인에게 ‘연대’한다는 의미의 정치·사회적 행동의 일환으로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 일부만 “2차 가해 멈춰 달라
    중진 의원들은 피해 호소인에 대해 침묵

    반면 박원순 시장이 소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특히 중진 의원들은 피해 호소인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는 모습이다.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욕설을 해 논란이 됐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관련한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여러 사회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오신 시장님의 유족께 위로의 마음을 드리고 공동장례위원장으로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만 말할 뿐 박 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아예 박 시장 사망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설훈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에 대한 비판에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설 최고위원은 “부친상을 당한 유가족에게 상중에 정치 공세를 한 것도 금도를 넘는 일이지만 더 큰 일은 공당의 대변인이 가짜뉴스로 무책임한 공세를 벌였다는 것”이라며 “제1야당의 원내대변인이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는 유족들을 다시 한 번 가짜뉴스로 괴롭히는 것을 용납할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 내에서도 소수이지만 일부 소신 발언이 등장했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당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주민·이형석 최고위원 역시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최고위회의에서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에 다시 한 번 애도를 표한다. 그가 시민운동가로서 행정가로서 헌신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피해 고소인에 대한 비난이나 2차 가해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수도인 서울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당의 일원으로서 서울시민과 국민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향후 당 소속 고위공직자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깊은 성찰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고소인에 대한 도 넘은 공격과 비난은 멈춰야 할 것”이라며 “아마 제가 아는 박원순 시장님이라면 박원순 시장님도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최고위원 또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 고소인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신상털기, 가짜뉴스 양산 등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자제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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