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시장 고소인 측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고소인 부재해도 사건 사라지지 않아, 진실 밝혀야”
        2020년 07월 13일 06: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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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 측은 13일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며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신상 털기 등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실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박 시장의 사장에 따라 고소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 호소인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회견의 사회를 맡은 송란희 사무처장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인 만큼, 죽음으로 사건이 무마되거나 피해 사실의 말하기가 금지될 순 없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로 피해 호소인의 목소리가 지워져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박 시장, 신체접촉·음란문자 전송 등 ‘성적 괴롭힘’…포렌식한 결과물 경찰 제출”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고소장 내용을 대략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 호소인은 올해 5월 12일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고, 같은 달 26일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 피해 내용을 파악 후 구체적인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고소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성폭력 특례법 위반. 구체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의 강제 추행 죄명”이라며 “(경찰에) 제출한 증거는 텔레그램 포렌식한 결과물이다.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 올 2월 6일에 (박 시장이) 심야 비밀대화를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호소인은 일반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서울시청 측의 서울시장 비서실 근무를 통보받고 4년 넘게 비서로 근무하게 됐다. 비서직으로 근무한 4년에 이어 다른 부서로 발령난 이후에도, 피해 호소인은 지속적으로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범행은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에서 벌어졌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둘이 셀카를 찍자고 했고 그런 촬영을 할 때 신체적인 밀착을 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면서 피해자의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하는 행위를 했다. 그리고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서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서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전했다.

    방송화면 캡처

    피해 호소인 법률대리인이 피해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데엔, 온·오프라인 상에 떠도는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이 들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오늘(13일) 오전 피해자에 대한 온·오프라인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했다”고도 밝혔다.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4년 동안 지속
    “피고소인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 전달, 수사 시작 전 증거인멸 기회”

    피해 호소인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어온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해당 사건을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박 시장이 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자신의 부하 직원을 성추행했고, 피해 호소인은 이 사실에 대해 직장인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소장은 “우리가 접한 피해 사실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전향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자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구 천만명의 대도시인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 호소인은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여라”,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것” 등 피해를 축소하는 답변을 들었다. 피해 호소인의 직장인 서울시가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박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피해 호소인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 호소인이 피해 사실을 즉각 고소하지 못한 거장 큰 이유가 됐다.

    박 시장이 피해 호소인의 고소 직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비판이 나올 만한 지점이다.

    이 소장은 “우리는 이 사건이 형사사법 절차상 수사재판을 제대로 거쳐서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피해자는 지금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 끈질긴 남성중심 성문화의 실체와 구조에 대해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 진상규명 촉구
    “피고소인 부재해도 사건 사라지지 않아…성인지적 관점에서 진실 밝혀야”

    경찰은 박 시장의 사망에 따라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 호소인과 여성단체들은 반드시 사건의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미경 상임대표는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할 때 국가는 성인지적 관점 하에 신고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 및 조사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가 인권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는 분명한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만들어온 사회적 약속”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경찰과 서울시, 정부와 국회에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상임대표는 “현재 경찰에선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서울에도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인 만큼,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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