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가입, 생존권 투쟁 나서
    “경영 부실 책임 오너 일가는 매각에서 엄청난 돈 챙겨"
        2020년 04월 22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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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정리해고를 결정한 이스타항공에 맞서 이 항공사 조종사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고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22일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직후,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희망퇴직으로도 모자라 정리해고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경영 부실과 코로나19에 따른 이윤 축소의 책임을 노동자들이 모두 떠안게 됐다”며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갈 것이고,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해 모두의 일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화면

    사진=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은 경영부실로 지난해 제주항공으로 매각이 결정됐다. 노조에 따르면, 구조조정 논의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1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347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를 결정,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은 24일 사내 공지될 예정이다. 회사는 다음달 31일까지 대상자를 퇴사시킬 계획이다.

    앞서 운항승무원을 대표하는 노조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고통분담을 위해 임금삭감에 합의했지만 회사는 이 합의를 바로 다음 날 뒤집었다. 이후 노조를 배제한 채 진행된 노사협의회에서 정리해고가 결정됐다.

    노조는 “많은 시간을 인내하며 사측과 대화하고 양보도 했지만, 결국 우리의 목숨줄까지 내놓으라며 정리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투쟁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경영부실로 인한 매각사태엔 오너 일가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 간 사드와 무역 갈등, 일본 불매운동 등으로 고객이 급감했던 2017~2019년에 이스타항공은 중국노선을 늘리고, 수습 부기장(80여 명) 및 승무원을 대거 채용했다. 심지어 4~5명의 승객을 태우고 중국노선을 운항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의 창립자는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민간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대표는 이 전 의원의 장녀인 이수지 씨다. 이수지 씨는 2015년 5월에 이스타항공 경영진을 감독하는 사외이사로 취임했고, 현재는 이스타항공의 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은 이수지 씨와 동생 이원준 씨가 각각 33.3%와 66.7%씩 갖고 있다.

    노조는 “2018년도 이스타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이스타홀딩스의 매출은 0원이었지만, 영업외 수익이 52억 9,428만원이었다. 주로 이스타항공에서 발생한 지분법이익, 염가매수차익과 이자였다. 그해 이스타항공은 5,664억의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53억뿐이었다”며 “대주주로서 이상직 일가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거액의 매각대금 챙기기에만 골몰했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국내선 여객이 점차 반등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한 달간 이어진 셧다운을 연장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이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은 잘못된 방향으로 기업을 이끌어 부실화시켰고 매각사태로 내몰았다. 노동자들에게는 그것이 시작이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덮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제주항공 경영진은 임금삭감, 무급휴직, 희망퇴직, 이스타포트와의 조업계약해지, 80여 명의 수습 부기장 계약해지 등을 진행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에 20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곧 인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 대량해고를 감행하는 기업에 금융지원을 해주는 셈이 된다.

    노조는 “경영 부실의 책임이 있는 오너 일가는 매각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챙기게 됐고,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그러나 땀 흘려 일해 이스타항공을 성장시킨 주역인 노동자들은 경영부실과 코로나19에 따른 이윤축소의 책임을 떠안게 됐다”고 짚었다.

    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셧다운 조치 해제와 국내선 즉각적인 운항재개 ▲일방 강행하는 정리해고·구조조정의 전면 중단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한 우선 고용안정 ▲즉각적인 특별단체협약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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