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2006년 08월 17일 07: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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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가 나왔다. ‘FTA와 대한민국’을 특집으로 다룬 이번호에서 김진방 편집위원(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과 FTA를 맺으면 미국에 비해 열등한 우리의 서비스산업이 우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제도와 체제를 미국식으로 바꾸고 미국 기업의 도전을 받아들이면, 우리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미국처럼 높아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가 성장할 뿐만 아니라 양극화도 해소되리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참으로 대담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개방을 통한 개혁의 구체적 내용도 결정하거나 검토하지 않은 채 막연한 기대만을 가지고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이다.

김 교수의 의문은 계속된다.

“대체 그 신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떤 책이나 보고서를 읽고 갖게 된 신념일까? 대체 그 결단은 어떻게 내려졌을까? 어떤 과정을 거치고 누구와 논의해서 내린 결단일까? 과연 국민은 대통령의 신념에 동의하고 그의 결단을 따르겠는가? 과연 국민은 그러한 신념과 결단을 예견하고서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찍었을까? 국민이 예견하지 않았고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신념에 따라 결연히 추진하고 국민은 따르는 것이 옳은가? 그러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 노무현 대통령은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해 갈 것임을 공언했었다. 하지만 토론공화국은 세워지기도 전에 허물어졌고, 예견되는 것은 한미 FTA와 재벌체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는 ‘참여 없는 FTA, 이대로 가면 안 된다’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FTA 협상이 국민의 참여와 동의 절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유 교수는 한국의 개방전략이라는 면에서 한미 FTA를 평가하면서 한미FTA를 서두르는 것이 부적절함을 밝히고 있다. 그런 다음 한미FTA의 득과 실을 따져보면서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한미FTA가 득은 그리 많지 않은 반면 실은 상당히 클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더 이상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접근을 중단하고 적절한 수준의 정보공개와 실질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설치해야 하며 국회는 조속히 한미FTA특위를 구성해 국회 차원의 민의수렴에 입각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특집에는 FTA 찬성론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정인교 교수(인하대 경제학부)의 글도 실렸다. 정 교수는 금융 위기의 원인이 수출경쟁력 약화와 무역수지 적자의 누적이었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FTA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미 FTA가 자동차, 섬유, 가전 등 제조업 분야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축산, 과일 등 농업 품목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협상과정에서 민감한 품목에 대한 개방을 최소화하고, 피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지원 및 피해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임준 교수(가천의대)는 ‘의료산업화를 강제하는 FTA’를 통해 의료분야에 있어 한미FTA의 파장을 예고한다. 임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보건의료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시장친화적 의료체계보다는 공공적인 의료체계로의 재편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며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보건의료 측면만 보더라도 전면적으로 재고되어야 하고, 별도의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거용 교수(상명대 영어교육과)는 FTA가 교육부문에 끼칠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미국은 한미 FTA 1차 협상에서 “교육과 의료서비스 분야”를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리어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이들의 ‘과잉 대응’으로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고급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며 전교조 등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이들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했다.

이와 같은 현실 때문에 미국은 협상에 임하기 전부터 느긋한 자세로 한국의 현실 변화를 관망하는 여유를 한껏 부릴 수 있게 됐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교육개방 추진은 교육개방에 대한 실익을 냉철하게 분석한 것이기보다 단순히 기대효과를 선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 실익은 무엇인지,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시급히 연구할 필요를 제기한다.

또 교육개방이 경제적 이익을 위한 흥정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교육개방의 목적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방을 전제로 한 개방의 기대 효과란 개방을 합리화하는 도구일 따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종 한미FTA저지 문화예술공대위 집행위원장(문화연대 사무총장)은 한미FTA 추진은 단순히 스크린쿼터 축소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 지적 재산권 전반에 걸친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번 한미 FTA 협상에 있어 숨겨진 최대 쟁점은 지적재산권이며 이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국제적 관례조차 무시할 만큼 위압적임을 지적한다.

또한 한미 FTA의 위험은 관세장벽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제거된다는 데 있으며 한미 FTA가 체결될 때 한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우리가 경험한 바 있는 ‘IMF 사태’의 열 배가 될 수도 있다며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강경희 교수(제주대 정치외교학과)는 최근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사이에 공방이 되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현실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NAFTA가 멕시코의 수출, 외국인투자, 고용창출, 소비자물가 등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는 멕시코정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이면에는 과도한 대미 수출의존,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부재, 마낄라도라(임가공수출)를 제외한 다른 산업에서의 고용상실, 불안정 고용 증대 및 임금하락 등의 경제적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와 같은 문제들이 대안들을 통해 시정되지 않는 한, 현 정부의 자유무역정책에 반대하는 저항세력들은 더욱 연대하게 될 것이며 제도적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비제도적 길을 통해서라도 NAFTA에 대한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연속기획 ‘통일을 준비한다’에서 권용립 교수(경성대 정치외교학과)는 북미간 대결의 종식을 위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 미국의 대북 정밀 폭격 성공에 따른 북한 붕괴 시나리오, 둘째, 대북 금융제재, 북한인권법 제정과 탈북자 문제를 내건 전 방위 압박으로 미국이 북한을 질식시켜 붕괴시키는 방법, 셋째, 중국과의 경제 통합을 거쳐 북한이 중국의 자치 독립국 또는 ‘동북 제4성’으로 전환하는 경우, 넷째, 다자회담 틀 내에서 양자협상을 통한 외교적 타결이 그것이다.

권 교수는 가장 평화적이고 현실성이 높은 방안은 네 번째 다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간 양자 협상을 통한 외교적 타결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보다는 체제의 ‘절대 안전’을 요구하는 북한이 우선 양보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북한에게 ‘체제 보장’과 ‘대미 억지력 포기’는 서로가 가장 내주기 싫은 선물이지만, 파국적 종말을 맞이할 패자는 결국 북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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