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스민, 정의당 입당
    이주민인권특위 위원장 맡아
    “이주민의 보편적 기본적 권리 위해 활동할 것, 도와달라”
        2019년 11월 11일 07:2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아직도 6411번 버스 이용하는 이주민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정의당 입당식에서 한 말이다. 이 전 의원은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한국에 있는 이주민, 난민 권리 보호를 위해 정책 발굴에 나선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정의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이 언론에서 나오기 시작할 때, 이 날을 기대하는 것보다 사실상 걱정을 했다. 여전히 4년 전처럼 좋은 시선이나 좋은 댓글은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운을 뗐다.

    이 전 의원은 “노회찬 전 의원의 말씀 중에 하나 기억하고 있다. 노 의원이 말하는 6411번 버스는 구로·대림·영등포를 지나 강남으로 간다. 구로·대림·영등포는 서울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며 “같이 사는 주민인데 존재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주민에게도 정의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 정당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는 250만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4~5% 정도”라며 “그러나 아직 이주민은 우리 사회의 약자다. 경험과 문화, 언어 여러 가지 차이가 차별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 주변에 조용히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조용히 응원하지 말라. 그 목소리에 저와 많은 분들이 힘을 얻고 모르는 사이에 담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라며 “큰 소리로 응원하고 함께 행동해달라. 그래야 기울어진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 다만 여러분과 한국 사람이 되는 과정 달랐을 뿐”

    이 전 의원은 이주민 출신의 첫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고충도 털어놨다. 이 전 의원은 “저는 보편적, 기본적 권리에 대해 말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걸 말하는 사람이 저이기 때문에 왜곡되는 일이 참 많았다”며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다만 여러분과 한국 사람이 되는 과정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제가 첫 번째였다는 것이었다. 누가 해왔던 길이 아니고 제가 따라갈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제가 헤쳐나가야 될 길, 방법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었다”면서 “왜 하필이면 새누리당에 들어가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그 때 당시 (국회의원) 제의를 했던 당이 새누리당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새누리당과) 제가 추구하는 바가 굉장히 다른 길을 가고 있었던 점”이라며 “새누리당에 있었을 때는 저를 영입하고 탈북자 조명철 의원도 영입을 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 곳곳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변하면서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임기가 끝난 후에 그냥 손을 놨던 것”이라고 햇다.

    의정활동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당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라고도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다른 국회의원들은 법 같은 것을 내도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지 않는데 제가 하는 모든 일은 현미경 속을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작은 일을 할 때마다 굉장히 크게 걱정했다. 모든 것을 시작하기 전에, 움직이기 전에, 말을 하기 전에도 다른 의원들보다 열 번, 백 번 더 생각해야 된다는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의원이 했으면 별로 큰 일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제가 했기 때문에 했던 사람이 저이기 때문에 왜곡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으로 활동하다가 탈당 후 정의당에 입당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문화 정책이 뒷걸음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자스민 의원이 있었을 때는 이야기라도 나왔는데 요즘에는 그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활동을 더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사이에 심상정 의원을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있었을 때부터 환노위에서 심상정 의원이 손을 잡으면서 ‘이 의원은 우리가 데려왔어야 되는데. 우리가 너무 미안하다. 너무 힘이 없어서 데리고 갈 수 없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이번에 만났을 때도 똑같은 눈빛을, 똑같은 마음을, 똑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면, 매섭고 무서운 여의도에 다시 나간다면, 저는 이 따뜻한 손을 잡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총선 출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거기 답변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이주민인권특위위원장이 됐고, 저는 지금 그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정의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에 관한 물음엔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내는데 2년이 걸렸다. 안타깝게도 통과하진 못했다”며 “서로 간 이해가 많이 부족해 일어나는 문제점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보는 게 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문화 이야기를 해야 하고 약자의 입장을 얘기해야하는 건 맞지만 전체적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연결 끈을 제가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선 “난민과 이주민은 따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민법은 없지만 난민법은 있다. 오히려 법 테두리 안에서 난민이 훨씬 권리가 있다”며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난민도 이주민도, 소수자가 그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이주민 활동 관련은 이주민 봉사자와 이주민들만 있다. 이주민이 아닌 다른 분은 관여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바뀌었다는 것보다는 멈춰있다”며 “심각하게 차별과 혐오발언 훨씬 많아졌다는 말은 들었고, 어떻게 해서라도 사회 모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우리는 ‘이주사회로의 전환’ 준비해야”

    한편 이 전 의원을 영입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9대 후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때, 서로 앉아 있는 위치는 달랐지만 저는 이주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이자스민 의원을 늘 응원했다. 우리는 차별받는 소수자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늘 같은 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제가 당시에 이자스민 의원을 만나면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농담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채감을 가졌다. 진보정당이 더 단단하고 강했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오늘 이렇게 정의당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두 손 꼭 잡고 함께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주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이주민을 다른 사람, 이방인 취급하지 않고 함께 공존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동반자로 인식하는 성숙한 인권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와 정책의 정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취업이주민의 노동 인권 보호’, ‘폭력피해 여성 지원 강화’, ‘여성차별철폐협약 권고에 따른 이행’ 과 같은 조치들을 통해 이주민들의 권리를 지켜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