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칭개'라는 이름, 어디에서 왔을까?
    [푸른솔의 식물생태] 엉겅퀴와 유사하지만 달라
        2019년 05월 29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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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칭개란?

    지칭개<Hemistepta lyrata Bunge(1833)>는 국화과 지칭개속의 초본성 식물이다. 가을에 싹을 틔워 로제트형 잎으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일찍이 줄기를 올려 5~6월경에 통상화로 된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잎은 깊게 갈라지고 뒷면은 흰색이다. 높이 60~90cm 가량 자라는데 개화 후 열매를 결실하고 여름경에는 잎, 줄기와 식물체 전체가 말라 고사한다 . 평지의 길가나 빈터, 밭둑에서 흔하게 자란다. 전국 각지에서 분포하고 옛부터 어린잎을 데쳐 나물이나 국거리로 식용했으며, 해열 또는 해독작용이 있어서 민간 약재로 사용했다.

    분류학적으로 지칭개가 속하는 지칭개속(Hemistepta)은 지칭개 1종이 한반도에 분포하는데, 잎에 가시가 없다는 점에서 유사한 속의 엉겅퀴속(Circium)과 구별되고, 총포 아랫쪽에 돌기가 있다는 점에서 분취속(Saussurea)과 구별된다.

    ​속명 Hemistepta는 그리이스어 hemk(반)와 steptos(관이 있는)의 합성어로 관모가 두 줄로 있는데 바깥의 것이 짧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지칭개속 식물을 지칭한다. 종소명 lyrata는 ‘머리 부분이 크고 깃처럼 갈라진, 하프 모양의’이라는 뜻으로 고대 현악기 류트(lute)의 모양의 잎에서 유래했다.

    중국명 泥胡菜(ni hu cai)는 『救荒本草(구황본초)』에 구황식물로 기록된 것이 시초이고, 직역을 하면 진흙과 오랑캐 지역에서 자라는 나물이라는 뜻이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명 キツネアザミ(狐薊)는 여우를 닮은 엉겅퀴라는 뜻으로 엉겅퀴속 식물과 유사한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한국명 ‘지칭개’는 학명, 중국명이나 일본명과 전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지칭개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무슨 뜻일까?

    사진1. 지칭개의 꽃; 강원도 홍천

    사진2. 지칭개의 잎; 경남 양산

    사진3. 지칭개이 잎 뒷면; 강원도 홍천

    사진4. 지칭개의 겨울잎; 경남 함안

    2. 지칭개라는 이름이 나타난 문헌들

    (1) 조선식물향명집의 기록

    ​<사진5> 정태현·도봉섭·이덕봉·이휘재, 『조선식물향명집』(조선박물연구회, 1937), 166쪽 참조.

    사진5. 정태현·도봉섭·이덕봉·이휘재, 『조선식물향명집』(조선박물연구회, 1937), 166쪽 참조.

    ​지칭개라는 한글명칭에 학명을 대응하여 식물명으로 정착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저술된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따른 것이다. 『조선식물향명집』의 저자 중의 1인인 이덕봉이 조선어학회가 발간한 잡지 『한글』에 투고한 「조선산 식물의 조선명고」[이덕봉, 『한글5』, 조선어학회(1937.1.)]에 ‘지칭개’는 충청남도 지역의 방언을 채록한 것으로 ‘지치광이’라는 다른 지역명이 별도로 있음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당시 조선인이 실제 사용하는 이름 중에 보다 보편적인 명칭이 기록된 것인데, 그러한 내용은 현재의 방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지치광이’라는 이름은 현재의 방언에서 별도로 발견되지 않는 것에 미루어 일제강점기 이후에 사용하지 않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사진6. 국립수목원, 『한국의 민속식물; 전통지식과 이용』(국립수목원간, 2017), 1177쪽

    (2) 지칭개라는 이름이 나타난 문헌들

    ​『조선식물향명집』(1824) 전후에 기록된 지칭개를 지칭하는 식물명이 기재된 것은 아래와 같다.

    – 馬薊, 즈츰개 : 『재물보(才物譜)』(이만영, 1798)
    – 馬薊, 즈츰개 : 『물명고(物名考)』(유 희, 1824)
    – 泥胡菜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서유구, 1827)
    – 지치광이, 지창ㄱ.ㅣ(지창개), 질장구(義城洪川), 졸방풀(咸北), 胡泥菜 : 『조선의 구황식물』(우에키 호미키, 조선농회, 1919)
    – ​泥胡菜, 水苦蕒, 지치광이, 지쳥ㄱ.ㅣ(지쳥개)(救) : 『조선식물명휘』(모리 다메조, 조선총독부, 1922)
    – 지칭개 : 『조선구전민요집(朝鮮口傳民謠集)』(김소운, 동경제일서방, 1933)
    – 지칭개 : 『조선식물향명집』(정태현외 3인, 조선박물연구회, 1937)
    – 지칭개 : 『조선야생식물식물』(정태현·하야시 하스하루, 조선총독부 , 1942)

    위 문헌에 나타나는 이름 중 『임원경제지』의 泥胡菜(이호채)는 중국의 『구황본초(救荒本草)』(株橚,, 1406)의 내용을 대부분 옮겨 온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 나면 (i) 남은 한자명로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은 엉겅퀴(大薊’)와 유사하다는 뜻을 가진 ‘馬薊'(마계)이다. 그리고 (ii) 한글 명칭은 즈츰개->(지치광이, 지창개 또는 지쳥개)->지칭개로 변화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지칭개라는 이름의 유래는?

    사진7. 엉겅퀴의 꽃

    지칭개라는 이름의 유래는 위 문헌상에 나타나는 기록과 최초 한글 이름이 등장했던 18세말과 19세기 초엽에 해당 식물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근거로 하여 살펴 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 한자명 마계(馬薊)를 통해 본 유래

    중국에서 유래한 한자어 葪(계) 또는 大葪(대계)는 『향약채취월령』(1431), 『훈몽자회』(1527), 『동의보감』(1613), 『역어유해』(1690) 및 『물명고』(1824) 등에서 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maackii (Maxim.) Matsum.(1912)> 및 그와 유사한 종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현재의 『중국식물지』(2019)도 葪(ji)를 엉겅퀴를 지칭하고 있다.

    한자어 마계(馬薊)는, 일반적으로 식물명에서 붙은 동물이름(馬)은 어떤 식물을 닮았다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엉겅퀴(薊)를 닮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마계(馬薊)는 중국에서 과거 및 현재에도 식물명으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독자적으로 별도의 한자어를 만들어 사용하였다는 것은 실제 고유어를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을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즉, 마계(馬薊)는 엉겅퀴와 대비하여 만들어진 이름이고 별도로 고유어가 있었다면 그 고유어도 그러한 뜻을 가졌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식물의 형태를 통해 본 유래

    ​지칭개는 국화의 식물로 잎이 깊게 갈라지고, 줄기가 상당히 높게 자라며, 보라색의 두상화서(머리모양꽃차례)로 통상화로만 된 꽃이 5~6월에 피는 모습 등이 엉겅퀴와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엉겅퀴와 달리 잎에 가시가 없고 상대적 작아 연약해 보이며, 두해살이풀이어서 여러해살이풀인 엉겅퀴에 비해 빨리 고사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3) 식물의 용도를 통해 본 유래

    엉겅퀴(大葪)는 지혈, 청열 및 해독 등에 효력이 있는 중요한 약재로 사용했으며 어린잎은 식용수단으로서 중요한 구황식물이었다[엉겅퀴를 약효에 대해서는 『동의보감』탕액편을, 구황식물로 식용한 것에 대해서는 『임원경제지』(1827) 중 ‘인제지’ 참조]. 그런데 지칭개(馬薊) 역시 청열 및 해독에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어린잎은 구황식물로 사용하였다[​ 지칭개의 약효에 대해서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2019) 중 ‘지칭개’ 및 『한국의 민속식물; 전통지식의 이용』(국립수목원, 2017), 1177쪽을, 구황식물로 식용한 것에 대해서는 『임원경제지』(1827) 중 ‘인제지’ 참조].

    그런데 엉겅퀴(大葪)가 『향약채취월령』과 『동의보감』 등 국가적 차원에서 편찬사업을 통해 발간한 의서에 오래전부터 약재로 수록이 되어 공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다면, 지칭개(馬薊)는 중요 한의서에 그 내용이 반영이 되어 있지 않았으며 민간요법의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식물학자 정태현(鄭台鉉, 1882~1971)과 일본 식물학자 하야시 야스하루(林泰治)가 공저한 『조선산야생약용식물』(1936)에도 지칭개는 약용식물로 등재되지 않았다.

    (4) 어원의 변화를 통해 본 유래​

    지칭개라는 한글명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8세기말에 저술된 『재물보』의 ‘즈츰개’인데, 이 명칭은 19세기 초반의 『물명고』로 동일하게 이어졌다. 즈츰개는 어미(語尾)에 있는 ‘개’는 우리말 표현에서 흔히 이쑤시개, 날개, 부침개 및 오줌싸개 등과 같이 간단한 도구나 어떤 행위의 특성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사용되므로, ‘즈츰’+’개’의 합성어로 분석할 수 있다.

    즈츰개에서 ‘즈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지칭개의 유래를 밝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18~19세기경이 표현 중에서 ‘즈츰’과 가장 유사한 표기로는 ‘즈츼다’가 있다. 『구급간이방언해』(1489) 이래 등장하는 표현으로 명사형으로 ‘즈츼기’, ‘취츼옴’, ‘즈츼욤’ 및 ‘즈치임’ 등이 발견되며 19세기에도 그 표기가 이어졌다. ‘즈츼다’는 최초의 의미는 설사(泄瀉)하다는 뜻이었으나, 이후 설사를 하게 되면 힘이 빠지게 되므로 16세기부터는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 기운이 빠지는 뜻이 함께 포함되었다[이에 대해서는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태학사, 1997), 967쪽;『우리말 어원사전』(백문식, 박이정, 2014), 457쪽;『고어대사전18』(박재현·이현희 주편, 선문대학교 중한번역문헌연구소. 2016), 372쪽 참조.]

    ​​또한 ‘즈츼다'(지치다)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지친것’이 있는데 이는 ‘기생 지친것’과 같이 어떤 일을 오래 하다가 물러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이에 대해서는 『우리말 어원사전』(백문식, 박이정, 2014), 457쪽;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2019) 중 ‘지친것’ 참조). ‘지친것’에 대한 옛 표현은 문헌에서 발견되지는 않지만 현대어 ‘지치다’에 낮잡아 보는 뜻이 없어 그 의미가 동일하지 않은 것에 비추어 볼 때 옛 말의 뜻과 관련하여 유래된 것으로 추론된다.

    즈츼다는 ‘지츼다’를 거쳐 현대어 ‘지치다’로 이어졌는데[『고어대사전18』(박재현·이현희 주편, 선문대학교 중한번역문헌연구소. 2016), 372쪽 및 570쪽 참조.], 츠츰개가 지칭개로 이어진 것과 표기의 변화가 비슷하기도 하다.

    (5) 즈츰개라는 이름의 등장 당시의 지칭개에 대한 인식을 통해 본 유래

    사진8. 유 희, 『물명고(物名考)』(1824), 草下 15쪽

    즈츰개를 최초 기록한 『재물보​』(1798)는 명칭만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인식을 설명한 내용은 전혀 없지만, 『물명고』(1824)는 馬薊(마계)라는 표제하에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馬薊 似大薊而無刺 然亦爲二種 春生夏枯者 生于田間 葉小而背白 莖細而朶弱…(중략)…즈츰개”(번역: ‘馬薊’는 엉겅퀴와 유사하지만 가시가 없다. 2종류가 있다. 봄에 자라 여름에 마르는 것은 밭 사이에서 자란다. 잎은 작으며 뒷면이 희다. 줄기는 가늘고 유약하다. ‘즈츰개’라 한다)

    즉, 『물명고』는 먼저 한자명 馬薊(마계)를 大薊(대계: 엉겅퀴)와 대응시키고, 엉겅퀴에 비하여 잎에 가시가 없고 잎 뒷면이 희며, 봄에 같이 자랐지만 여름에 먼저 고사하고, 줄기가 가늘고 유약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지칭개의 특징을 모두 엉겅퀴와 구별되는 것에서 살폈다.

    4.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칭개의 옛말은 ‘즈츰개’이고, 옛 사람들은 지칭개를 엉겅퀴와 비슷한 식물로 보았으며 그 쓰임새도 유사했다. 그러나 지칭개는 엉겅퀴에 비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약재가 아니었으며 식물의 형태는 비슷하였지만 가시가 없고 유약하며 일찍 고사하였다. 이와 같은 옛 사람들의 인식을 고려할 때 지칭개의 옛말 즈츰개는 ‘즈츰'(즈츼다는 의미)+’개'(명사화 접미사)의 합성어로서 식물의 형태와 약성이 엉겅퀴를 닮았지만 오래되어 가시가 없어지고 유약해서 일찍 고사하며 약성도 못하다는 뜻(현대어 지친것과 유사한 의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칭개의 유래에 대해서 상처난 곳에 짓찧어 사용되고, 으깨어 바르는 풀이라 하여 ‘짓찡개’라 하다가 지칭개가 되었다는 견해가 있다[이러한 취지의 견해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변현단·안경자, 도서출판 들녘, 2010), 63쪽 참조]. 그러나 문헌으로 확인되는 지칭개의 옛이름은 즈츰개이고 ‘짓찡개’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또한 ‘짓찧다’의 옛말은 ‘즛딯다'(『구급간이방언해』, 1489)로 즛딯다==>짓지(ㅅ)다==> 짓ㅅ짓다==>짓찧다가 된 것으로서 지칭개의 옛말 ‘즈츰개’와는 어형이 다르고 국립수목원의 방언 조사에서도 수많은 변형된 모습에서 불구하고 2음절의 초성이 짓찧다와 달리 ‘ㅊ’로 나타나는 것에서도 차이가 있으므로, 짓찧다에서 유래하였다는 주장은 식물명의 형성된 때의 옛 사람의 인식이나 옛 말의 음운 변화를 살피지 않은 것으로 민간어원설의 일종으로 보인다.

    또한 『물명고』에 나타난 즈츰개를 가볍게 놀라서 멈칫하거나 망설이는 모양의 부사 ‘주춤’의 의미를 가지는 ‘즈츰’과 낮잡아 부르는 우리말 ‘-개’의 합성어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이러한 취지의 견해로『한국식물생태보감1』(자연과 생태, 2013), 179쪽 참조]. 그러나 주춤하다는 옛 표현은 ‘주춤ᄒᆞ다’로 현대어와 형태가 유사하여 즈츰개의 ‘즈츰’과는 어형에서 차이가 있고 즈츰개가 이후 지칭개로 변화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식물명은 한 언어공동체가 그 이름을 만들고 불렀던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땅 위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번식하고 영위하는 삶들이 함께 맺어 온 관계를 설명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의 풍부한 인식을 알려주는 기록은 늘 충분하지 않아 이미 오래된 시대 상황과 인식을 추적하여 그 뜻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뿌리를 찾아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을 찾다보면 선인들이 인식한 사고의 단면들이 어슴푸레하게라도 보이는데, 그 언어가 비록 미학적으로 고상하고 품격을 갖춘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권을 잃고 언어마저 상실한 시대마저 견디며 흘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그 도도한 이름은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고 감동스럽지 아니한가? (2019/5/18/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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