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라시 택한 조선일보
        2006년 07월 01일 01: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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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조선일보였다. 6월30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 완성차 3사 노조를 비롯한 13개 노조 조합원 9만여 명이 투표를 통해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택한 소식을 국내 일간지 중에 조선일보가 유일하게 1일자 신문 1면 톱뉴스로 다뤘다. ‘똘똘한’ 조선일보는 산별노조 건설의 중요한 의미를 알아채고 있다.

    물론 “투쟁 택한 車노조…업계 초비상”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일보는 산별노조 건설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이로써 우린 그 신문을 향해 "찌라시를 택한 조선일보"라는 제대로된 선물을 줄 수 있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조선일보의 호들갑스러운 보도는 한국의 자본과 보수세력이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산별노조를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조선일보 7월 1일자 1면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기업별 협상을 하던 것과 달리 중앙 및 개별 기업교섭이라는 2단계 교섭을 해야 하며 노조의 결속력이 강해져 무분별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이에 불응하면 곧장 대형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영계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또 “작년 노사분규 가운데 38%가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된 금속노조에서 발생”했다며 “안정을 찾기 시작한 국내 노사관계에 암운을 드리울 전망”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오랜 산별노조의 역사를 갖고 있고 중앙교섭과 개별교섭이 잘 제도화돼 있는 유럽과 북미의 노사관계는 항상 ‘어두웠고’, 경영계는 1백년 이상 ‘초비상 상황에 놓여있다’는 셈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줄기차게 “선진국 노사관계”를 주창해온 조선일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주요 국가들 가운데 노조가 기업단위로 만들어진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기업별노조는 ‘회사노조’(company union)라 해서 어용노조를 의미할 뿐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산별노조가 만들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제시대 직업별노조, 해방 이후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를 구성한 노조, 그리고 박정희 정권 때까지 한국노총의 산하노조 등은 모두 초기업단위 노조였다. 한국에서 기업별노조 체제가 확립된 것은 전두환 정권이 1981년 노동법을 개악하면서부터였다.

    그동안 줄기차게 현대자동차노조 등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를 공격해온 조선일보였다. 그런 신문이었다면 적어도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기업의 노동자들이 기업별노조의 품 안에 머무르지 않고 중소규모 노조와 함께 하려고 나선 모습에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일자리 대신 투쟁을 택했다”는 식으로 재계의 목소리만, 그것도 엉터리 목소리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안 그런가, 국내 최대 ‘찌라시’ 제작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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