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숙원, 산별노조로 노동운동 새지평"
        2006년 06월 26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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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의 최대조직인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이 26일부터 30일까지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조합원 투표에 들어갔다. 26일 대우조선노조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29일), 기아자동차(30일) 등 24개 노조 11만 5천명이 투표에 참가하고 30일 오후 5시 동시에 개표한다. 산업별노조 전환 투표 첫날 아침 7시 전재환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주 3일을 울산에서 보냈다. 이번 산업별노조 전환투표에 현대자동차가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조합원들, 전현직 간부들, 현장조직 대표자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했다. 비정규직 확산법안을 반대하는 파업과 집회로 구속되었다가 지난 5월 석방됐는데 지금까지 한 달간 ‘산업별노조 전환투표’를 위해 쉼 없이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현대자동차노조를 비롯해 이번 산업별노조 전환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현대차노조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산업별노조 전환에 찬성하는 조합원이 70%였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조합원이 14.4%였다"며 "마지막까지 조합원들을 만나 이해시키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별노조로는 고용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업별노조가 개별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의 관계에서 종업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체계라면 산업별노조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제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을 결성하려고 할 때 같이 할 수 있는 큰 조직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생긴다."며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될 수 있는 조직이 산별노조"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포철, 삼성 등에 대해 조직화에 대한 사업의 엄두도 못 냈는데 내년 복수노조 시대에 산별노조 체계가 만들어지면 조직화사업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구에서 기업별노조를 황색노조, 어용노조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개별기업 자본과의 유착과 담합 때문"이라며 "쌍용자동차의 비리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빨리 산별노조를 만들어 비리의 가능성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금속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것"이라며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산업별노조 전환을 통해 우려하는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국민들도 환호하고 박수칠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재환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오늘부터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 지난 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 모두 울산에 있었습니다. 화요일에는 현대자동차 중앙쟁의대책위 출범 및 공동소위원회 발대식과 조합원 집회에 참석해 이번에 꼭 산별전환하자고 간곡히 당부의 말씀을 올렸고, 수요일에는 미포조선, 덕양산업 전현직 위원장들 간담회를 했습니다.

    금요일에는 현대자동차의 현장 조직 의장단 간담회를 했는데 11개 의장단 전원이 참석했어요. 이번 산별전환에 대해서는 제 조직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고 있고, 이미 11개 현장조직 명의로 공동유인물을 배포한 바가 있습니다.

    한 번 더 공동명의로 해서 이번 주간에 조합원들에게 배포하고 각 현장조직별로 나가는 유인물에 산별전환을 독려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러 가지 쟁점이 되는 내용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산별전환 해야 한다는 결의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세요?
    =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사업장에서 산업별노조 전환에 성공할 겁니다. 될 거예요. 진짜로.

    – 자신 있다 이거죠?
    = 네

    – 두 말도 없네요?
    = (웃으며) 지난 2003년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릅니다. 이번에는 전체 49개 노조 11만 5천명 중에 24개 노조 10만 5천명이 동시에 찬반투표를 붙입니다. 간부들이 연맹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가업별노조의 틀을 뛰어넘어 산업별노조로 가지 안으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인 의지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둘째, 각 현장조직들이 그동안은 반대의 의견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주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현장조직들이 산업별노조 전환에 동의하고 적극적인 실천들을 하고 있어요.

    셋째, 조합원들도 내년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형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공감이 형성되고 있어요. 이 세가지를 볼 때 산업별노조 완성이라는 과제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차노조 설문조사 산업별노조 찬성 70% 반대 16%

    – 현대자동차 설문조사 결과에 70%가 찬성했다는데
    = 현대차노조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산업별노조 전환에 찬성하는 조합원이 70%였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조합원이 14.4%였어요. 반대하는 조합원은 16.4%밖에 안됩니다. 마지막까지 조합원들을 만나 이해시키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 회사의 반대 움직임은 있나요?
    = 부분적으로는 있다고 보는데 전면적으로 회사가 반대로 대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업별노조로 고용·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해

    – 기업별노조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 기업별노조가 1987년 이후 개별 자본을 상대로 임금과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성과를 가져온 건 사실입니다. 기업 내부의 경제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식을 일정하게 향상시켜온 것도 부인할 수 없구요. 그러나 1998년 아이엠에프 이후에 고용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기업단위로 해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한계입니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비정규직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별노조로는 비정규직 확산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정규직 채용을 안하기 때문에 조합원을 갈수록 줄어듭니다. 이러다 보니 노동조합이 숫적인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죠. 기업별 노조의 체계는 뛰어넘어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면 조합원들의 고용과 비정규직 조직화에 유리하다는 뜻인가요?
    = 고용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의 산업정책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정부는 섬유, 고무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만들었는데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금속산업의 업종도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또 개별 자본들은 해외공장을 본격화하고 있어 언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산별노조는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력을 높여 고용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두 번째, 금속 내의 비정규직 문제는 파견과 아웃소싱이 주요한데 이것은 기존 정규직이 종사하는 법인과 다른 법인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기업별노조가 같은 법인 내에 종업원을 규합한다고 하면 산업별노조는 울타리를 넘는 다른 법인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에 용이하다는 것이죠. 일단 조직화가 되어야 투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화를 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바로 산별노조입니다.

    공단 내에 보면 아직 미조직된 노동자들이 대단히 많이 흩어져있는데 180만명이 금속산업 종사자라고 하면 한국노총까지 포함해도 26만 정도 조직화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150만이 방치되어 있는 셈이죠. 나머지는 그야말로 노조를 만들기도 어려운 조건이고 방치되어 있는 상태예요. 산별노조로 재정과 인력의 집중을 통해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장점입니다.

    그러한 힘을 가져야 제대로 된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기업별노조가 개별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의 관계에서 종업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체계라면 산업별노조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포철 등 무노조 조직화 시작

    – 재정과 인력이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 거죠?
    = 현재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재정과 인력운영을 보면 대공장이 전환해서 15만 정도가 산별노조가 되면 훨씬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금속노조 4만명의 조합비가 110억인데 15만 금속노조가 되면 440억 정도 됩니다. 지부 지회 전임간부도 현재 550여명 정도라면 2천여명 정도로 훨씬 많아지게 된다. 큰 힘을 통해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고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는 것이죠.

    –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산업별노조 전환에 성공한다면 삼성이나 포항제철 같은 무노조 회사의 조직화 전망이 열리나요?
    = 현재까지 우리는 포철, 삼성 등의 조직화 사업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거고, 일을 시작도 하지 못했죠. 그러나 내년 복수노조 시대에 산별노조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포철, 삼성 등에 대한 조직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별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든든한 배경

    –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전망은?
    = 2010년까지 30만명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을 결성하려고 할 적에는 조직결성 전에 손해볼 거냐 이득을 볼 거냐를 계산합니다. 자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서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큰 조직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생깁니다. 노동자들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될 수 있는 조직이 산별노조가 되는 것이죠.

    – 얼마전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이 비리로 구속됐는데
    = 쌍용자동차의 비리문제를 보면서도 빨리 산별노조를 만들어야하겠다는 생각합니다.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노사담합구조는 이미 예상되었죠. 서구에서 기업별노조를 황색노조, 어용노조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개별기업 자본하고의 유착과 담합 때문입니다. 비리문제를 간부의 도덕성 결여만으로 볼 수는 없어요. 기업별 체계 내에서 이뤄져왔던 형태가 바뀌지 않고 이어진다면 계속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산별노조가 직접 개입해서 비리가 근절될 수 있는 운영체계와 새로운 관행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산업별노조는 식당, 소비자조합, 자판기 등에서 비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통일시켜내면서 비리의 가능성을 끊어야 합니다. 금속노조 전체를 놓고 기준을 마련한다면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조직체계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조직체계도 산업별노조

    – 이번 투표에서 기아나 대우자동차는 어떻습니까?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 자동차 완성사 집행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힘있게 추진하고 있고, 제 현장조직들도 대다수 동의하고 사업에 대해 함께 해주고 있어서 전환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장조직이 취약하지만 대우조선과 미포조선도 현장분위기가 좋습니다. 대우조선 같은 경우 반대하는 홍보물이 노골적으로 나갔지만 전체 조합원들은 산업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어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이번 금속산업연맹이 다른 노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텐데요
    = 산업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고 87년 이후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20년이 흘러왔습니다. 현재까지는 아주 미미한 발전이라고 하면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민주노총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속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겁니다.

    민주노총 내 화학섬유연맹, 공공연맹 등 산별노조를 추진하는 다른 산업과 업종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봐요. 또 한국노총에서도 금속 산별이 어떻게 되는 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연맹 대공장들이 기업별 체계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열어갈 수 있느냐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해왔던 것에 자만하지 말고 이제는 산별노조로 전환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고, 전체 1500만 노동자들이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산업별노조 전환에 실패하면?
    = 산업별노조 전환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전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찬성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산업별노조 전환으로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 확실하게 보여준다

    – 국민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그동안 우리는 기업별노조 체계 하에서도 전체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나름대로 노력들을 해왔는데 객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공장 이기주의로 억울하게 매도당한 측면이 있었는데 산업별노조 전환을 통해 우려하는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건 국민들도 환호하고 박수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노동조합에 대해서 똑같은 논리로 얘기해왔는데 우리가 산별노조로 조직전환하면 정부도 거기에 맞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개별기업 사용자들도 산별교섭을 할 수 있는  금속사용자단체를 구성해 파트너쉽을 가져야 합니다. 산별노조가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부정하면 거기에 걸맞는 조직적 저항들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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