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그림책] 『뭐든지 할 수 있어』(고미 타로. 이지혜(옮긴이)/ 북극곰)
        2019년 03월 13일 0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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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마당에서 놀던 꼬마가 말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머리 위에 타고 싶은데 어때?”

    말은 말 등에 타는 게 아닌가요? 꼬마의 황당한 요구에도 착한 말은 아주 순순히 따릅니다.

    “머리 위? 그러지 뭐.”

    그런데 꼬마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꼬마는 기린을 보더니 더 높이 태워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말이 앞발을 들고 서서 뒷발로 걷기 시작합니다. 꼬마는 말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꼬마의 눈에 두 발로 달려가는 타조가 보입니다. 그러자 꼬마는 말에게 타조처럼 달려 보자고 제안합니다.

    과연 말은 타조처럼 두 발로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요? 만약 말이 두 발로 달린다면 꼬마는 오늘의 기적에 만족할까요? 문제는 아직 남은 페이지가 꽤 많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요?

    어릴 땐 하고 싶은 게 많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습니다. 어쩌다 밤하늘에 달님을 보면 달나라에 가고 싶었습니다. 왠지 달에 가면 토끼들이 저를 반겨주고 놀아줄 것 같았습니다. 마징가를 보면 로봇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로봇을 만들어서 늘 저를 괴롭히고 놀리던 형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프란다즈의 개>를 보면 프란다즈 성당에 가서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 싶었습니다.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림의 감동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 배우가 되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영화감독이 되었습니다. 연극을 보면 극작도 하고 연출도 하고 싶었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록 음악을 들으면 록커가 되고 싶었습니다. 감동적인 소설을 읽으면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 가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축구를 보면 축구 선수가 되고 싶고 야구를 보면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어릴 땐, 뭐든지 하고 싶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대학에 갈 수 없단다!

    그러다가 불가능을 하나씩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제가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자 가족들은 우리 집이 가난해서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학원에 보내줄 돈이 없으니 음악이나 미술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운동 신경이 둔하니 운동선수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느려 터져서는 군대도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가족들이 제게 불가능한 일만 알려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이 제게 가능하다고 알려준 것은 공업고등학교나 상업고등학교를 나와서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번도 꿈꾸거나 상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꿈꾸었던 모든 꿈을 포기했습니다. 의사도, 배우도, 가수도, 화가도, 피아니스트도, 영화감독도, 운동선수도.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꿈 하나만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작가가 되는 데는 돈도, 학벌도, 운동신경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뭐든지 하는 사람들

    어른이 되고 보니 사실은 사람들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권력을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명예를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범죄나 전쟁도 불사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선한 사람들 또한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정의를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 뭐든지 다하고 있었습니다. 선한 사람들이 가까스로 지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말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역사는 우리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전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고, 우주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림책 『뭐든지 할 수 있어』는 저에게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주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인류와 지구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것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인류의 행복을 위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전쟁과 정리해고와 환경오염 같은, 인류와 자연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만행을 그만 두면 좋겠습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평화와 공존의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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