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정치적 겸손' 끝, 우리가 잘나서 이겼다
        2006년 06월 19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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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 지방선거 압승 이후 한나라당은 샴페인 대신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의 자세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선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열린우리당의 반사이익이 아닌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 평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적 오독’이 시작된 것일까.

    이같은 평가는 사학법 재개정과 감세 등 한나라당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또 과거 부정과 비리에 연루됐던 의원들이 속속 복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한나라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난도 나오고 있다.

         
    ▲ 김영선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19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나라당 김영선 당 대표는 19일 취임사에서 “5.31지방선거에 있어서 제가 느낀 것은 그동안 한나라당 추진한 정책, 한나라당이 추천하는 인물들에 대한 신뢰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도 있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5.31 지방선거는 첫째 국민들이 세금부담과 물가중압에 따른 민생고를 해결해 달라는 것, 둘째는 노무현 정권의 무능력하고 갈팡질팡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면서 “그러나 마지막으로 이같은 적극적 평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손학규 경기도지사나 이명박 서울시장 등 기타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열심히 했고 민생에 다가가려 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은 이 마지막 부분에 대한 자긍과 함께 긍정적인 부분은 적극적으로 살림으로써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정당으로서 분위기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직후 박근혜 대표가 “결코 안주하거나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면서 “목표를 이룰 때까지 낮은 자세로 모든 것을 던져서 일해 달라”며 승리에 대한 해석을 자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도 “국민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경우, 이번처럼 심판받는다고 하는 것에 각별히 유의하자”고 당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선거에 앞서 “마치 한나라당의 우세나 지지도 상승이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정당이어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경고한 바도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평가는 향후 사학법 정국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지방선거 결과는 민생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이념적으로 편향된 법안 등에 대한 총체적 민심 표출”이라면서 “사학법 개정은 지금의 민심”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과 모든 법안의 처리를 연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 기간 부패정당 이미지를 끊어내고자 했던 한나라당의 결의가 지방선거 압승 이후 느슨해지는 모습도 관측된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금품 수수 혐의로 한나라당 탈당은 물론 의원직 사퇴까지도 내비췄던 김덕룡 의원이 정치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안풍’ 사건으로 정계를 떠났던 강삼재 전 의원 역시 7.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최근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근혜 대표는 퇴임 전 강 전 의원에 대해 "안풍사건으로 억울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18일 ‘한나라당 시계는 거꾸로 가나’라는 논평을 내고 “5.31 지방선거 결과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오자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인지 당의 발전은 물론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움직임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 역시 19일 논평에서 “열린우리당의 실정과 무능에 힘입은 한나라당 싹쓸이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여전히 부정부패 정당, 도덕불감증을 앓고 있는 정당의 행태를 일삼는다면 한나라당 역시 국민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가 길지도 영원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너무나 오랜 세월 변함없었던 오만과 구태로 미루어 보건데 별 기대 또한 없는, 그저 역시 한나라당”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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