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구속수사 기준의 계급적 편파성을 비판한다
    2006년 06월 15일 05: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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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14일 전국 검찰청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구속 수사 기준을 통합한 ‘구속 수사 기준에 관한 지침’을 처음으로 제정해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 범죄유형별 구속 기준 중 집회 및 파업 관련사항은 아래와 같다.

불법 파업
경제에 중대한 피해를 부르거나 국민의 일상 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온 파업 주동 및 배후 조종. 시설 파괴나 장기간 점거 등으로 사용자에게 큰 피해를 준 파업 주종 및 배후 조종, 사용자나 경찰관 등에 직접 폭력을 행사하거나 지시, 공모.

불법 집회·시위
폭력행사나 도로 점거 등이 발생한 집회·시위 주동자.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운반하거나 사용. 경찰관에 폭력을 휘두르는 등 직접 폭력 행사. 폭력을 지시 또는 주동, 배후 조종.

기준을 요약하면 ①피해 규모가 큰 경우 ②폭력이 발생한 경우가 구속 사유가 되는 셈인데 위 지침은 위헌의 소지가 많다.

첫째, 문구가 대단히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불법파업’ 관련하여, 지침이 전제하는 파업이나 집회가 목적·방법·절차 위반으로 불법인 경우 및 집시법에 의한 불법 집회를 말하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보더라도 문구가 대단히 불분명하다.

대기업 파업은 구속수사고 중소기업 파업은 불구속인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 및 국민의 일상 생활의 ‘큰’ 불편, 사용자의 ‘큰’ 피해가 어느 정도 규모를 말하는 것인지 불명확해 자의적으로 집행될 위험이 크다. 철도나 항공 사업 종사자의 경우 파업하면 당연히 위에 해당할 것이고, 대기업 종사자의 경우도 하루 파업시 수백억원의 사용자 손해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파업은 불구속 수사이고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은 구속수사인가? 이는 불법파업을 피할 수 없었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경제논리에만 치우친 것이다.

둘째, 불법집회·시위와 관련해 폭력이 발생했다고 해서 폭력행위자와 공범인지의 증거도 없이 주동자를 구속수사하겠다는 것은 형법이론에 반한다. 형법이론은 여러 명 중 1인이 우발적으로 범죄 시 나머지 사람들은 예상가능성이 있어야만 처벌되기 때문이다.

폭력이 발생한 동기 무시하고 무조건 구속

셋째, 폭력이 발생한 경우라도 폭행범의 경우 동기가 중요한 참작사유가 되는데 폭력이 경찰이나 사용자에 의해 유발된 경우를 분리하지 않고 같이 취급한 것도 문제이다.

더 심각한 점은 검찰이 형사소송법을 넘어서는 구속 사유를 정한 것이어서 위 지침은 절차상으로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가 명시한 구속사유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우려 또는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뿐이다.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받으므로 구속제도는 수사 및 재판 진행 동안 피고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재판에의 출석을 보장하고 증거인멸에 따른 수사 및 재판 방해를 제거하며 확정된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은 국민 신체 자유 기본권을 제한하므로 이러한 형사원칙을 변경하려면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검찰의 위 지침은 법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로 보인다.

다른 범죄는 상습범만 구속하는데 유독 노동자만 다른 기준으로 구속

대검이 내놓은 다른 주요 범죄유형별 구속기준과 비교하여도 불공평하다. 절도와 폭력 범죄의 경우 상습적인지 여부를, 교통 범죄의 경우 동종 전과가 있고 다시 음주운전을 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 등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중형선고가 예상되므로 법원도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경우이다. 유독 노동관련 범죄유형에서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결론적으로 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파업 참가자나 집회·시위 참가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간부 및 연맹 간부들의 대량 체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침이 위헌이라면 그 지침에 따라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사유가 없는데도 지침에만 근거하여 집행된 구속은 불법구금이 된다. 최종 구속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구속영장청구 전 체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불법 체포를 막기 위해 위 지침은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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