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매각
    "밀실협상, 재벌특혜, 노동자 생존 위협 심각"
    직영·하청 노동자들 , 외주업체와 지역경제 등 이해당사자 참여 논의해야
        2019년 02월 18일 07: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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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산업 악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당했던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이번엔 일방적인 매각 추진으로 또 다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 인수후보자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나오기 시작한 ‘현중의 대우조선 인수설’이 사실로 확인되자 대우조선·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일부 정치권에선 조선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는 물론, 현대중공업의 독점화로 인해 조선산업의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산업은행-현대중공업이 주도하는 이번 인수합병은 물밑에서 진행된 밀실 협상”이라며 “주체 당사자인 노동조합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일방통행식 대우조선 매각 절차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밀실협상, 고용대책 부재, 지역경제 및 산업생태계 파괴, 재벌특혜 등 상당한 문제가 감지됨에도 매각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어떤 논의도 없이 진행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결정으로 조선업 현장은 술렁이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노동자 피땀으로 세계 수주 1위 명성을 되찾아 놨더니 정부와 산은이 뒤통수를 때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오는 20일 ‘대우조선 인수’에 반대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선다. 조선산업 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되면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중은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3만 5천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를 당했고 남아있는 노동자들도 임금삭감, 동결, 휴직 등으로 고통분담을 해왔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30일 대우조선 인수설이 나오면서 31일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잠정 연기했다.

    박근태 현대중공업 지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3만 5천여명의 하청노동자, 직영노동자들을 내몰았던 그 과정을 또 다시 겪어야 한다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노동자들과 각계 지역에 엮여있는 기자재 산업과 연결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명주 금속노조 부위원장은은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는 IMF 때보다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서 많은 주민들이 한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정부, 현대중공업이 제 정신으로 대우조선 매각 결정한 것이냐”고 말했다.

    당장 고용불안 위기에 내몰린 건 대우조선 노동자들이다. 신상기 대우조선 지회장은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되는 것은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우조선에 납품하는 기자재 업체들, 그리고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생존권도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되면 당장 대우조선에 물량을 납품하는 HSD엔진 등 조선기자재 업체도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외주업체에 기자재를 납품받는 대우조선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대부분을 자체 계열사에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매각이 단순히 대우조선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경남지역 전체의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매각을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물론, 경영진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신 지회장은 “지난 4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으로 정상화에 들어섰는데, 산업은행은 당사자도 모르게 대우조선 매각을 발표했다”면서 “대우조선을 책임지는 경영진 또한 이런 사실 알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조선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4대 보험 납부유예, 금융지원과 같은 혜택을 부여했던 것은 단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라는 거대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며 “이번 매각 절차에서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과 노동환경 후퇴가 발생하지 않고 중소기업들의 일감을 대기업 계열사가 빼가지 않겠다는 약속과 그에 따른 계획이 협상 내용에 포함돼야 하며, 그동안 피해를 입었던 협력업체들에 대해 피해보상과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명확한 입장도 제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종훈 의원도 “조선산업 위기로 대우조선에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깎여야 했다”며 “이 때문에 대우조선 처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특히 노동자, 지역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사결정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산업 독식으로 인한 조선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도 나온다. 박근태 지부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조선산업 전체 생태계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독식하는 조선산업 재편이 완성될 경우 다른 조선사업장이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조선산업 지원 역시 현대중공업 재벌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빅1 체제의 조선산업 재편은 재벌독점을 불러올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현재의 일방통행식 대우조선 매각 절차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송명주 부위원장은 “조선노연은 대우조선 매각반대를 주요 목표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즉각 대우조선 일방 매각을 중단하고, 정부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주체들과 공개석상에서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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