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정체성 위기 선거패배, 지역정치 부활가져와
        2006년 06월 14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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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것은 ‘개혁정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내세워 왔던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흔들림에 따라 이른바 4대 개혁입법과 합리적인 시장개혁을 지지했던 개혁적인 중간층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의와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14일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주최의 포럼 ‘한국 민주주의와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패배와 정체성의 위기’를 발표하는 이광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민주자료관, 정치학)는 열린우리당이 주창한 시장의 개혁은 신자유주의 개혁과 동일시되어 버렸다며 이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정책에서는 한나라당과 커다란 차이가 없으면서 4대 개혁입법 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권과 집권 열린우리당의 “이벤트성의 정치행태는 한편으로 열린우리당의 개혁성에 주목한 지지층의 신뢰와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반면에 그 성과 없음은 삶에 고통 받는 대중들에게 개혁혐오증을 내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지방권력심판론과 중앙권력심판론의 함정

    이 교수는 먼저 지난 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제기한 ‘지방권력심판론’과 ‘중앙권력심판론’에 대해 “이러한 정치담론은 결국 이들 양자가 이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세력임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호소력을 지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에서 파트너가 되어 대중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고통에 빠뜨리는 ‘구악’과 ‘신악’을 대표하는 세력”이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일련의 문제들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으로 상징되는 보수적인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의 유기적 결합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더구나 ‘지방권력심판론’과 ‘중앙권력심판론’에는 “정작 선거 때만 되면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주권자로서의 대중’, ‘심판자로서의 대중’은 찾아볼 수 없다”며 “정치를 주로 공학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대중은 의식을 지닌 주권자가 아니라 단지 조작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사라진 ‘자유주의 개혁’…강화된 ‘신자유주의 개혁’

    이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세력인 개혁적인 중간층과 서민이 이탈하였다면, 그 ‘개혁적인 중간층’과 ‘서민’은 누구이며 이들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추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가 분석한 개혁의 의제는 첫째, 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 과거사규명법 등 4대개혁입법과 같은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개혁’과 둘째, 이른바 ‘시장에 대한 개혁’이다.하지만 전통적인 개혁과제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시장의 개혁은 노동시장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혹은 그것을 제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기보다 노동에 대한 공세를 강화시키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패배를 ‘참패’로 기록하게 한 이유는 민주당에서 분당함으로써 나타난 지역주의 투표 때문”이라고 덧붙이고 지역주의 투표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개혁정당’,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자임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대중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 속에서 다시 찾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4가지 시나리오

    그렇다면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은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할 것인가. 이 교수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민주당과의 합당이다. 이미 지방선거 와중에 제안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이 비개혁적 호남당이라고 비판한 민주당과 갈라서고 등장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과거로의 복귀’로 평가되지만 이런 평가는 열린우리당이 개혁정당, 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공신력이 뒷받침될 때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하는 새로운 정당의 건설이다. 민주당은 물론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고건 전 총리, 한나라당 안의 일부 개혁의원들의 연합을 염두에 둔 구상이다. 재집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민주당과의 통합보다 더한 ‘과거로의 회귀’일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을 권력쟁취를 위한 잡탕정당으로 해소시키는 것이다.

    셋째, 이른바 ‘친노 그룹’ 등 개혁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재결집이다. 다시 개혁의제를 재정비하고 양극화해소를 핵심적인 의제로 내세우면서 거듭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개혁이 더 이상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개혁을 다시 내세우며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은 식상한 것으로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시나리오는 (열린우리당 내) 실용파와의 분리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물론 그 공백은 시민사회운동진영으로부터의 인적수혈로 매워질 것이지만 이 시나리오는 재집권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할 때, 매력적이지 못하”고 “‘진정한 야당’을 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는 세 번째 시나리오의 전제 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통령제든 내각제로의 개정이든 정부구성방식의 변화와 ‘소연정’을 염두에 두고 대선기간까지 민주노동당과 연대하면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개혁입법을 처리하고 양극화해소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과 실천을 해나가며 대중적인 지지도를 만회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이 시나리오는 민주노동당의 수용 가능성 여부의 중요한 문제이지만, 보수정치세력 내부의 전면적인 정계개편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 이것은 국내외의 저항을 감수하면서 신자유주의 노선의 일정한 수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과의 연대 희망사항일 가능성

    이광일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의미 있는 정체성의 재구성”은 네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세 번째 이후에 해당된다는 “주관적 판단”을 내놓았다. 그는 “물론 열린우리당이 민주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개혁정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기존의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발전할 것”이고 “이미 현실의 내용들은 기존정체성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개혁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새로이 스스로를 규정하려는 시도는 매우 험난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 시도가 이미 실현되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혹은 자신들이 실현할 수 없는 것들을 주관적으로 다시 불러오고자 하는 자기최면은 아닐지 지켜볼 일”이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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