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고 황당하고 기막힌 멕시코, 이제 한국?"
    2006년 06월 03일 09: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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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히는 거예요.…” “어이가 없더군요.… ” “더 황당한 건….”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말이었다. 오는 4일 방송되는 KBS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연출한 이강택 피디가 마지막 편집작업 와중에 <레디앙>과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바로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멕시코 정부도 한국정부처럼 장밋빛 약속 했었다"

   
 

이 피디는 17일 동안 남한 땅의 20배가 넘는 멕시코 곳곳을 돌아다니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 12년이 멕시코에 가져온 파탄적 결과를 ‘어이없다’는 말로 단적으로 표현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는 이 피디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지금의 한국정부와 똑같이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던 멕시코 정부의 나프타 추진 과정이 한편의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이었을 뿐이라 못박았다. 이 피디는 지난 2월 베네수엘라 현지 취재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차베스의 도전>을 연출한 바 있다.

– 나프타 이후의 멕시코 현장 취재를 기획하게 된 과정은.

= 2월부터 준비를 하게 됐다. 베네수엘라 취재를 마치고 귀국해서 편집을 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운 소식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전략적 유연성이었고 또 하나가 FTA였다. 편집하다가 그 소식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남미에서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허물어져 가고 있고 새로운 대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작년말에 FTA는 사실 한풀 꺾여 있었다. 그런데 전략적 유연성에 FTA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차베스 편 이후 후속을 뭐할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FTA, 그리고 평택 대추리와 전략적 유연성 두 가지였다. 둘 다는 할 수 없어서 나는 FTA를 다루고 평택은 다른 피디한테 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피디가 인사이동 때문에 다른 부서로 가는 바람에 평택은 결국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다.

FTA는 원래는 3부작 정도로 기획을 했는데 사내에서도 솔직히 사안의 중대성과 절박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잘 모르겠다면서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고 팀에 자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혼자서 하게 됐다. 3부작도 어렵게 돼서 멕시코를 통해 보여주는 것만 하게 돼 4월말에 떠나게 됐다.

국민경제 개념이 사라진 멕시코미국 글로벌 경제 편입

– 방송내용을 미리 소개한다면.

= 한마디로 얘기하면 멕시코에 국민경제가 없다, 국민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적인 상호연관성을 갖는, 최소한의 통합성을 갖는 국민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파편화, 개별화돼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것이다. 적응할 수 있는 자들은 개별적으로 편입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배제되고, 그 사이 상호연계성이 전혀 없다.

일부 대기업은 잘 나간다. 우리가 많이 아는 코로나 맥주를 만드는 모델로라는 기업, 식품회사 빔보, 시멘트 만드는 세멕스 등은 세계 시장점유율이 2~3위 정도 된다. FTA를 통해 초국적화를 달성한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짐작하듯이 농민, 노동자, 빈민은 거의 말도 안 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익들은 양극화는 FTA하고는 관계없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멕시코가 살리나스 정부 시절 나프타를 추진할 때 얘기는 이런 거였다. “나프타 하면 선진국 된다. FTA 해서 선성장 후분배를 하자. 빨리 성장해야지만 사회적 약자도 돌아볼 것 아니냐.” 그런데 이제 와서 우익들은 말을 뒤집고 있다. “그거 원래 관계없는 거다”라고.

그 당시에 연구소, 학자들이 ‘선진국론’ ‘미국시장선취론’을 바탕으로 해서 통계수치를 조작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거기서 대학교수 한 사람을 만났는데 자기도 그랬었다고, 자기 연구소에서도 그랬었다고 고백하더라. 홍보물을 찍고 국영광고회사를 통해 TV광고를 만들어서 대대적으로 틀어댔다. 그런 의미에서 한 판의 국민사기극이 벌어졌다. 그 행태라는 게 우리가 추진하는 것하고 얼마나 차별성이 있나.

 우파들의 거짓말 "FTA와 양극화는 관계 없습니다"

– 한국에서는 정부가 한미FTA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다가 거짓말인 게 탄로나는 듯 하자 이제는 운명론, 그러니까 개방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전략을 바꾼 듯 하다.

= 그러면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냐고. 그게 필연적이라고 한다면 그 전엔 어떻게 살았냐고. 현상을 놓고 다양한 모색의 길이 있는데 의제를 전도해서 이게 필연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거다.

– 나프타가 가져온 폐해의 구체적 사례를 알고 싶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영화감독 얘기다. 거기서 17년 경력의 영화감독을 만났는데 만드는 작품마다 상을 휩쓴 천재였다.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고 칸느 황금종려상까지 받을 정도로 천재 영화감독이다.

그런데 이 감독이 만 16년 넘도록 만든 영화가 4편이다. 멕시코 영화산업 인프라가 완전히 죽어버린 것이다. 1990년에 데뷔해서 2년 후쯤부터 멕시코에서 스크린쿼터가 없어졌다. 거기도 나프타의 전제조건으로 없어진 거다. 그러니까 영화감독들이 생활이 안 되니까 부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감독은 광고CF 제작자를 하고 있었다. 상을 휩쓴 천재 영화감독이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 신흥상업지구 산타페의 전경. 1천7백여개 다국적 기업 현지법인이 입주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사진=KBS

멕시코시티에 산타페라는 곳이 있다. 국내 기자들이 멕시코에 가면 주로 그곳을 갔다 온다. 가 보면 정말 눈이 뒤집어 진다. 다국적기업 현지법인, 고급 쇼핑센터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신흥상업지구인데 미국에 와있는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다. ‘여기 멕시코 맞아?’ 이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기는 ‘섬’이다. 그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산타페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스크린쿼터 사라지고 영화 인프라는 완전히 죽어버렸다

멕시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디를 가나 있는 노점상들이다. 가로마다, 지하철역마다 노점상이 늘어서 있다. 우리로 치면 옛날 청계천을 생각하면 되는데 종로고, 광화문이고 모든 도로가 다 청계천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도의 양쪽에 빽빽이 노점상이 들어서 있으니까 사람들이 인도로 못 다니고 차도로 다닐 정도다.

노점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 하면 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노점상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멕시코는 실업수당이 없어서 잘리거나 회사가 문을 닫으면 뭐라도 팔아야 하는 것이다. 팔지 않으면 굶어죽으니까. 구직활동을 할 여유가 없으니까 바로 비공식 노동시장에 포함되는 것이다.

남미쪽에 가면 길거리에 차 유리창을 닦아주는 사람들이 많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한 남미 나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인데 멕시코에서는 한둘이 아니라 무리를 지어 달려든다. 그게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다른 점이다. 1억 인구 중에 경제활동인구를 4천만 명으로 보는데 공식부문 경제활동인구가 1천2백만 명이다. 3분의 2이상이 비공식 부문 등에서 일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나. 농촌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가보면 완전히 무너졌다, 붕괴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마을이 휑하고 입구부터 농토가 버려져있는 게 보인다. 마을에는 노인하고 애들밖에 없다. 젊은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한 집에 들어가 봤는데 아들 셋이 다 미국에 불법이주를 했다.

농촌 완전히 무너졌다. 농토는 버려졌다

여기서는 농산물이 원가도 안 나오니까 돈 벌러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멕시코는 옥수수 경작규모가 미국의 80분의 1이다. 게다가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나프타 하기 전부터 농업을 포기했다. 비료, 종자 등 각종 지원을 없애고 수매 등 가격지지제도를 폐지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농산물이 들어오고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니까 경작을 해도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농지를 버려두고 포기한 사람들이 그대로 있으면 굶어죽으니까 어디로 가냐. 마킬라도라(북부의 보세가공단지)나 미국으로 가는 거다.

   
 
▲ 빼앗긴 공유지를 돌려달라며 한달 넘게 멕시코시티 레포르마 대로에서 나체시위를 벌이고 있는 베라크루스주의 농민들. 사진=KBS

농촌은 그렇고 도시에서도 문닫는 공장이 쉽게 목격된다. 어디나 중소기업이 고용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월마트 같은 할인점에 가보면 멕시코 제품은 얼마 없다.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다 망한 것이다. 한 부문이 망하면 다른 부문도 연쇄도산을 하게 돼있다. 왜냐. 미국산 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는데다 금융은 95% 이상 장악돼 있어서 금융지원이 안 된다.

그리고 외국기업에 무슨 의무조달 비율이 있어서 멕시코 제품을 사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망하는 것이다. 마킬라도라에 일자리가 60만개나 늘었다고 하는데 국내 제조업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줄어서 전체적으로 20만개가 줄어들었다.

수출, 외국인 투자 늘어난다고? 그게 누구 좋은 일인데? 

– 그래도 수출이나 외국인투자가 늘어나지 않았나.

= 정부관리들, 우익학자들이 하는 얘기가 그런 거다. “수출이 서너 배 늘었어요, 외국인 투자가 늘었어요.”

하지만 수출이 늘어난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수출 1위부터 6위 가운데 멕시코 기업은 국영석유회사 하나밖에 없고 다 미국 기업들이다. 미국 기업들이 자기네 부품 가져다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수출이란 이름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마킬라도라에서 현지부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 국민경제에 내적 파급력이 없다. ‘섬’ ‘파편화’라는 게 이런 의미다. 그렇게 수출이 늘면 뭐하나. 수입이 늘 수밖에 없는 것이고 아무런 파급효과를 갖지 못하는데…. 결국 초국적 자본의 활동이 국경 안에서 벌어진다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통계로 잡은 것이고….

외국인 투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대단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돈을 들고 와서 새로운 공장을 짓나. 아니다. 쓸만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게 전부다.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다. 인수합병하고 나면 하는 게 뭔가. 정리해고 아닌가. 이래서 기존에 있던 멕시코 기업들 중에 몇 개 먹을만한 것 골라먹고 나머진 죽여버리는데 그때 인수합병한 자금이 외국인투자로 잡힌다. 수치가 늘어난 건 너무 당연하다.

바나멕스라는 최대 은행이 있다. 씨티은행이 125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 은행이 우리나라 은행들처럼 공적자금 엄청나게 퍼부어진 은행이다. 씨티의 인수자금 125억불이 그대로 외국인 투자로 잡혔다. 정부는 이것을 갖고 선전한다.

GNP에서 GDP로 지표 바꾼 주류경제학자들의 의도

냉정하게 보면 예전에 국민총생산(GNP)을 사용하다가 국내총생산(GDP)으로 바꾼 것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 나라 자본이냐, 저 나라 자본이냐를 구분하지 않고 초국적 자본의 시대에 맞게 착시효과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 투자에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국내 고용창출이라던가, 국내산 구매라던가, 공공적 성격이 있는 전략적 영역에는 진출할 수 없다거나…. 하지만 FTA에는 이런 게 전혀 없다. 알다시피 이건 단순히 관세협정이 아니다. 내국민 대우와 이행의무조항 철폐가 본질이다.

초국적 자본의 활동에 장애를 제거해주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서 ‘먹은’ 다음에는 미국에 있는 본사에서 수입을 하지, 현지조달을 안 한다. 나프타에 의해 현지조달을 의무화하지 못하게 협정을 맺어서 그렇다.

이번에 취재한 곳 중에 기술력이 굉장히 뛰어난 기업이 있었다. 자동차 브레이크라이닝을 만드는 회사인데 이전에는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 회사에 납품을 했다. 그런데 나프타 이후에는 생산이 거의 4분의 1로 축소돼, 그동안 벌어놨던 돈으로 겨우 유지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술력은 있으니까 지금 하는 게 실험대행 해주고, 몰딩제작 해주고, 남미, 아시아쪽으로 판매망을 특화해서 살아남고 있다.

멕시코 경제통계, 현실을 가리는 허구적 지표

정부관료, 우익학자들이 나프타의 좋은 점으로 수출, 외자, 이것밖에 댈 게 없으니까 “눈에 안 보이는 것도 많다”, “제도나 관행이 달라졌다”거나 그런 얘기를 한다. 그리고 기껏 하는 얘기가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생산성이란 게 노동력을 줄이면 높아지는 것 아닌가. 취재하면서 절실히 느꼈던 것은 그들이 말하는 경제통계라는 게 사실은 현실을 가리는 허구적 지표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나프타의 긍정적 효과로 1994년말 외환위기가 있었는데 외환위기를 나프타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한다. 사냥터에 먹잇감을 내주니까 얘들이 방치를 못하는 거 아니냐, 이런 건데 이게 얼마나 웃기는 발상이냐 하면, 발상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외환위기가 나면 그 위기의 이유가 어디에 있었겠나. 다 열어놓으니까, 외환자유화라는 명목 하에 변화에 취약하게 만드니까 그런 조건을 형성해준 것 아닌가. 그러니까 나프타 시행되고 사파티스타 봉기하고 국내에서 정적 죽이고 그러면서 일거에 빠져나간 게 외환위기였다.

우리도 봐라. 1997년에 원화가 평가절하되니까 외국자본이 막 들어온 것이다. 멕시코 외환위기 때 페소화 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졌다. 당연히 외국자본이 들어온 것이다. 그걸 갖고 무슨 효과라고….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나프타를 변호하는 논거를 몇 개 대지도 못하는데 변호하는 논리는 더 기만적이다.

   
 
▲ 대통령궁 옆 골목의 노점상. 4천만 경제활동 인구 중 정규직은 1천3백만에 불과하다. 사진=KBS

– 나프타 재협상 논의도 나오고 있던데.

= 재협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게 2002년부터였다. 그 배경에는 몇가지가 있다. 사실 1990년대 후반에 멕시코 경제는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나프타 자체보다는 외환위기 이후에 환율이 확 떨어지고 나니까 급격하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한국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2000년부터 미국 경제가 저성장으로 전환했는데 멕시코 경제는 더 다운이 됐다. 미국 경제가 2000년 5% 성장에서, 2001년 0.3% 성장에 그치자 멕시코 경제는 전년 6% 성장에서 2001년 마이너스 0.3%로 직하강 했다. 그 다음해에 미국 경제가 3% 성장으로 올라갔는데 멕시코 경제는 회복이 안 됐다. 3년 평균 0.64%밖에 안 됐다. 이걸 경제 동조화 현상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종속이다.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남은 것이다.

그 다음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 미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중국산 제품에 밀리게 되니까 마킬라도라조차도 떠나기 시작했다. 3년 사이 20% 위축됐다.

이런 조건들이 있었고 거기다가 2003년부터 농산물이 옥수수를 제외하고 거의 다 개방됐다. 그 사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이렇게 되니까 농민들이 강력히 치고 나왔다.

32개국과 FTA 맺은 멕시코가 추가체결 안 하겠다고 한 이유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란 게 있다. 멕시코가 FTA의 허브가 되겠다고 무려 32개국과 FTA를 맺었는데 이게 서로 이행기간도 다르고 정도에 차이가 있다보니까 마치 스파게티 면이 엉키듯이 서로 엉키게 된 것이다.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니까 결국은 폭스 대통령이 더 이상 추가적 FTA 체결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멕시코에서 바라본 국경. 멕시코쪽의 벽은 낮으나 미국 쪽의 벽은 훨씬 높다. 사진=KBS
 

오브라도르 후보(좌파정당인 민주혁명당의 대선후보)는 당선되면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웃기는 게 우익들은 지금도 성공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반성을 모르는 것이다.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더 빨리, 더 강력하게 안 해서 문제라면서 책임을 그쪽으로 돌리고 있다.

지금 미국이 추진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FTAA) 구상을 지지하면서 더 통합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뻔뻔한 것이다. 계속 입장을 바꾸면서 위기를 타개하자면서 계속해서 종속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제 2008년 되면 멕시코에서는 옥수수까지 모든 게 다 개방된다. 현재는 식용과 사료·가공용으로 나뉘어진 옥수수 중에 식용 옥수수는 수입이 안 되고 있었다. 지금도 농촌이 없는데 그때 가면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회사 암, 기형아 발생시켜놓고도 멕시코 세금 챙긴 이유

– 유명한 메탈클래드사 사건도 취재했다고 했는데.

= 사건 현장을 가봤다.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멕시코 동북부에 국경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대인데 여기가 원래 멕시코의 조그만 업체 하나가 폐기물처리장을 조그맣게 만들던 곳이다. 그런데 미국의 메탈클래드사가 그걸 인수해서 대대적 기지로 만들려고 한 것이 사건의 시발이었다. 메탈클래드는 미국의 폐기물을 거기다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연방정부, 주정부 허가를 신경쓰지 않고 그냥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산이 둘러쳐진 지역 반대편 마을에 암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백혈병 환자가 생기고 1천2백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데 1993~1996년 사이에 암으로 20여명이 사망했다. 10만 명에 1명꼴인 무뇌아, 척수 이상 기형아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왜 그랬냐. 그린피스가 나서서 역학조사를 해보니까 산 아래 지하수로 통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지방정부는 주저주저하면서 공사중지명령을 했다.

메탈클래드는 처음엔 미국 대사, 관리들을 동원해 압력을 행사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너희네 주에 앞으로 투자 안 한다” “환경부 그따위로 하면 멕시코에 투자 안 한다”고 협박하고 한편으로는 돈으로 매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안 되니까 들고 나온 게 바로 나프타 11장이다.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멕시코 사람들도 이 조항이 이렇게 악용될 줄 몰랐다고 했다. 얼마나 황당한 거냐하면 메탈클래드가 “너희들이 허가했으면 9천억 달러 이득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그 돈을 배상해라” 이랬다.

세계은행 산하에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라는 중재기관에서 판정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이게 셋으로 구성된다. 멕시코 정부에서 한 명, 기업에서 한 명, 양쪽이 합의한 재판장이다. 비공개로 진행이 됐는데 결국 멕시코 정부가 165억 원을 물어줬다. 예전엔 분쟁이 발생하면 기업이 자국 정부에 얘기해서 양국이 협상을 벌였는데 이제는 초국적 기업에게 국가와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해 주는 것. 이게 나프타의 본질이다.

한 나라의 사법주권이 없어진 것이다. 기업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 공공적 권리와 맞바꾼 것이다. 이게 나프타 11장장인데 이 조항이 한미 FTA 초안에도 들어있다.

일국의 사법주권 기업 이윤 논리에 무너지다

더 웃기는 게 있었다. 현장에서 접근을 못하게 해서 멀리서 찍다가 나중에 한번 붙어봤다. 정문에 가서 찍는데 수위실에도 방독면이 있더라. 그 안에서 뭘 하나 봤더니 이게 폭발할 위험이 있어서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재안정화 작업이라고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 메탈클래드는 이미 돈 먹고 철수하고 멕시코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 나프타로 인해 멕시코의 불법이민 문제가 심각해졌다. 실상은 어떤가.

= 농촌과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어지니까 일종의 대이동이 벌어진 것이다. 북부 국경지대로 갔다가 목숨을 걸고 넘어간다. 나프타 이전에는 국경에 장벽이 없었다. 미국쪽에 장벽이 없으니까 그때는 사람들이 리오그란데강을 건너갔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 주변에 장벽이 다 세워지고 경비가 워낙 심해지니까 사막지대로 넘어가고 있다. 사막에는 철조망만 얼기설기 치고 물이 있는 곳은 못 치니까 이쪽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국경을 넘다가 탈수로 죽고, 물에 빠져 죽고 이런 사람들 숫자가 1995년부터 늘기 시작했다.

   
 
▲ 미국-멕시코 국경(일명 또르띠야 장벽)에 걸려있는 십자가. 오른쪽에 보이는 관에는 연도별 희생자 수가 기록돼 있다. 사진=KBS

멕시코 국경쪽의 티후아나에 가보면 장벽에 십자가들이 수백 개 걸려있다. 죽은 사람들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연도별로 관의 숫자가 기록돼 있다. 나프타가 무엇이었나, 그 나라 민중들에게 무엇을 초래했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 미국에 가있는 멕시코인을 1천3백만 명으로 본다. 그 중에 적게 잡으면 350~500만 명이 불법이민자다. 나프타 이후에 넘어간 사람들이다. 지금 부시 대통령이 얘기한 이민법 조치의 핵심은 기존에 와 있는 이민자들은 선별해서 양성화시켜주겠다, 지금부터 유입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송금해준 돈으로 남아있는 가족들이 먹고 살고 있다. 이민자들은 연말에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다 차단돼서 난리가 났고 그게 지난번 시위의 본질이다.

– 7월 대선에서 박빙이 예상된다고 한다. 우파 후보가 앞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 멕시코의 경우에는 워낙 선거부정이 심하다. 살리나르도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고 얘기들을 한다. 오브라도르 후보가 역전을 당했다고 해도 서민들은 잘 안 믿는다. 조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브라도르를 확실하게 대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파티스타는 ‘후보없는 유세’전술로 한편으로 압박하면서 선동의 공간으로 삼고 있다.

나프타협약으로 농업 영화 중소기업 몰락, 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 나프타로 인해 바뀐 멕시코의 법·제도에는 어떤 것이 있나.

= 우선 나프타의 전제조건으로 바뀐 것이 공유지(에히도)가 없어진 것이다. 멕시코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시돼 있었다. 농민들이 공유지를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돼 있었는데 그게 1992년에 개정돼 에히도가 폐지됐다. 토지를 대기업, 대공장, 외국인들이 사유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과 가까운 북부에서는 신선도가 중요한 채소, 과일이 경작되는데 미국 업체가 토지를 대규모로 수용해 위탁으로 생산을 시키고 있다. 옥수수까지 완전 개방되면 더 심해질 것이다.

또 대표적인 것이 아까 얘기한 스크린쿼터고 국영 농산물 수매기관도 1997년말까지 수매량을 계속 줄여서 완전히 없어졌다.

멕시코는 1982년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 이후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정해서 공기업 매각하고 민영화 하다보니까 결국 자체 성장동력이 없어진 것이고 그렇게 파탄이 나니까 다시 미국경제에 통합시켜서 해보겠다는 것이 나프타였다. 서비스 부문의 경우 나프타로 많이 달라진 게 없다. 사전에 민영화가 진행됐었고 또 멕시코는 소득이 낮기 때문에 돈 되는 시장이 아니었다. 이미 부자들은 미국에 가서 교육받고, 치료받고 그런 점은 한국과 차이가 있다.

– FTA 추진론자들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멕시코와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하는데.

= 지리적 인접성은 가까우니까 투자를 많이 받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우회진출로로 활용하고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려고 한국에 와서 세우겠나. 최소한의 긍정적인 효과도 갖기 어려운 것이다.

FTA 추진론자들의 그림이 뭐냐하면 서비스를 선진화해서 중국이나 아세안에 진출하겠다는 것인데 지금도 전략적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규제를 갖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것을 허용하겠나.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닌데 미국이 중국을 직접 진출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오히려 지리적으로 인접한 멕시코와 달리 최소한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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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할 얘기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편집을 마무리하고 있는 바쁜 시간에 짬을 내 한 인터뷰라 여기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편집실로 돌아가는 이강택 피디에게 “모쪼록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나중에 교육자료로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인사하자 “당연하죠. 그렇게 하려고 만든 건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두달 넘게 준비하고 17일 동안 멕시코에 체류하면서 만든 KBS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방송은 일요일인 4일 오후 8시 KBS1텔레비전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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