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공공시설 민자 허용 등
    문재인 정부, 내년 경제정책 급전환
    자유당·바른미래 "환영"···정의당·민평, 부정적 입장
        2018년 12월 18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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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으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를 제시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기 부양이라는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며 추진해왔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뒤로 밀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인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취임 이후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의 잠정 중단을 지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추진한 거의 유일한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내년 1월 안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2월 내로 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020년 최저임금부터는 바뀐 구조 내에선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주 52시간 적용도 미뤄진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입법화되는 2월 중까지 주 52시간 적용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사람 중심의 경제로 전환을 꾀하던 문재인 정부는 취임 1년 반만에 기업의 투자 활력을 제고해 성과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민간기업 투자 활성화를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뒀다.

    모든 공공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총 6조4천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마련해 현재 53개 공공시설물로 제한된 민자사업 대상을 모든 공공시설물로 확대한다.

    행정절차 등도 풀어서 민간기업 지원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포항 영일만 공장(1조5천억원), 여수 항만·공장(8천억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반도체클러스터(1조6천억원), 현대자동차의 105층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3조7천억원) 등이 내년 상반기에 조기 착공되도록 지원한다.

    공공인프라 투자도 확대된다. 정부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등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들을 뽑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 밖에 박근혜 정부 당시 재벌·대기업 편법 상속을 우려했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2024년 8월까지 연장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이러한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8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매우 높다”며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평했다.

    이 대변인은 “민간영역에 대해 적극적 지원과 규제완화를 통해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한편, 국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어 소비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정책까지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입장을 조화롭게 빚어낸 경제정책”이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
    자유당, 바른미래당 긍정평가 ··· 정의당, 민주평화당 부정적 입장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들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전환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나 늦게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러한 정책 발표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근본적인 전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영석 같은 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추락하는 우리 경제와 민생을 살리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 평가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친노조 반기업정책을 과감히 폐기하고 규제개혁과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고용개선, 시장친화적 경제활성화 정책 등 과감하고 근본적인 경제정책 대전환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속도조절, 기업투자 활성화에 대해 “지금이라도 경제를 대하는 대통령의 긍정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시기의 유예문제에 대해서도 합의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탄력근로제 확대적용에 대해서도 12월 임시국회 내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은 내년도 경제정책이 보수정부로의 회귀라고 보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경제민주화와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사라지고, 기업 실적 최우선이라는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집권 1년 반만에 소득주도성장은 싹을 틔우기도 전에 거세됐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단기성과에 집착해 도로·철도·항만 등 모든 공공시설에 대한 민자 허용하기로 한 것은, 당일 대통령의 ‘공기업은 효율보다 공공성이 우선’이라는 모두발언과 정면충돌하는 황당한 방침”이라며 “공공성과 민자 허용이라는 두 가지 정책이 동시에 어떻게 추진될 수 있는 것인지, 정부는 그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대해선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도달이 불가능해졌고, 산입범위까지 확대된 마당에 얼마나 더 브레이크를 밟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고, 주52시간 상한제 계도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향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되는데 처벌 유예마저 다시 연장한다면 이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의 52시간 상한제를 사문화시키는 것이자 국회의 입법권 침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대기업의 민원을 수용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낡은 방식으로는 기업만 성장하고 국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던 지난 60년 대한민국 경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의 방침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마디로 재벌포용국가의 선언이자 공공성의 포기”라며 “공공성을 포기한 대가는 고작 재벌 살리기”라고 비판했다. 문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시즌2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했던 정책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

    학계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경제정책이 박근혜 정부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했던 정책이라고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전 교수는 이번 경제정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활성화 방향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나 동반 성장을 하는 정책은 경제 활성화나 성장 정책이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투자 활성화를 해야만 경제가 성장하고 활성화된다는 이 생각은 10년도 더 된, 보수 정권에서 늘 듣던 그런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보수정부의 정책이) 활성화 효과가 0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토건사업 일으키면 건설 투자 숫자가 당장 GDP에 올라간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런 반성 하에서 새로운 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집권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고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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