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솔직히 말해보자…16강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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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30일 01: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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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한국의 붉은 전사들이 전장을 향해 날아갔다.
    6월 13일, 19일, 24일 운명의 전투가 벌어진다. 상대는 토고, 프랑스, 스위스다.

    성격이 정말 이상한 사람들을 빼놓는다면 한국사람 거의 모두가 ‘끝나지 않은 신화’의 도래를 갈망할 것이다. 나 역시 또 한번의 신화를 보고 싶다. 아니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를 넘어 이번에는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무슨 수를 쓰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그건 그것이고, 우리 솔직히 말해보자. 정녕 한국이 2002년도에 버금가는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설사 믿고 있다고 해도 그 믿음이 현실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는지?

       
     
    ▲ 29일(한국시간) 오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머레이 파크에서 실시된 월드컵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박주영이 이천수, 김상식 등과 볼다툼을 하고 있다./서명곤/축구/월드/ 2006.5.29 (글래스고(스코틀랜드)=연합뉴스)
     

    세네갈, 보스니아전 보니 걱정이 돼서

    내가 보기에 최근 세네갈과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보인 경기력 수준이라면 한국은 끝나지 않은 신화가 아니라, ‘비운의 16강 탈락’이라는 오랜 역사를 다시 연출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왜냐고? 그 대답은 간단하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가 우리보다 더 잘하는 팀인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설사 비등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시합이 한국에서가 아니라 유럽에서 열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와 끈끈함으로 무장한 토고, 앙리와 지단, 비에이라 등 아직도 세계축구를 호령하는 최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아트사커 프랑스, 견고한 수비력의 스위스. 한국에서 시합을 가져도 이길 수 있을지 결코 쉽게 자신할 수 없는 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까지 팀 만들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포백 수비라인은 불안하고, 골 결정력은 미흡하며, 중원 장악력 역시 상대팀을 압도하면서 시합 전체를 지배할 정도가 못된다.

    그렇다면 한구축구 불멸의 장점, ‘죽어라 하고 뛸 수 있는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이번 대표팀은 지난 2002년 당시의 팀에 비해 체력훈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이 점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조직력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2년에 비해 성공한 해외파가 많다는 것은 거꾸로 ‘베스트 11’을 미리 확정하고, 그들이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해외파의 경우 체력회복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써,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다.

    물론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토고와의 첫 시합까지 보름 정도의 시간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충분하냐는 것이며, 또 충분하다고 해도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인가라는 것이다.

    16강을 목표로 베스트 11을 당장 확정하라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 국민이 끝나지 않은 신화를 기대하며 챔피언 노래를 크게 불러제끼는 이 마당에 그저 찬물 끼얹는 소리나 하고 있을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또 한번의 신화를 갈망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남은 시간 동안 실현 가능한 과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내 갈망의 크기를 선보이도록 하자.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은 16강 진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에 맞추어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그것은 1차 리그전 매 시합마다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다. 토고, 스위스, 프랑스는 2002년 만났던 폴란드와 미국, 포르투갈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이다. 이들을 ‘적지’에서 꺾고 16강에 오른다는 것은 ‘4강 신화’에 맞먹으면 맞먹었지 결코 쳐지지 않는 성과이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포지션별 개별 선수들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팀 전체의 경기력 극대화를 목표로 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선수들 중심으로 베스트 11을 당장 확정해야 한다. 끝으로 하나 정도 더 추가한다면, 그것은 온 인민이 함께 열광하고, 그 열광이 너무 빨리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부록>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11: 이운재(GK), 이영표(LWB), 조원희(RWB), 송종국(LCB), 최진철(RCB), 이을용(LM), 김남일(RM), 박지성(AM), 설기현(LF), 안정환(CF), 이천수(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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