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한국전시 피난민 사살 방침 세워
        2006년 05월 30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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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 당시 미국은 미군 방어선에 접근하는 피난민을 사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당시 미 대사의 서한이 발견됐다. 이는 노근리 학살사건에 대해 겁에 질린 미군 병사들이 피난민 사이에 인민군이 섞여있을 것으로 보고 우발적으로 발포한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해명을 뒤집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 한국전쟁 당시 학살 사건이 발생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철도 쌍굴터널 주변. 사진=연합뉴스

    AP통신은 한국전쟁 당시 존 J. 무초 주한 미대사가 노근리 학살사건이 벌어진 1950년 7월26일 미 국무부의 딘 러스크 차관보에게 “난민들이 미군의 북측 방어선으로 접근할 경우 경고사격을 받을 것이고, 이를 무시하고 계속 접근할 경우 총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한에 따르면 이같은 학살 방침은 바로 전날인 7월25일 미 8군 고위참모와 무초 대사를 대리한 해롤드 J. 노블 대사관 1등 서기관, 한국측 관리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남쪽으로 내려오는 피난민들에게 미군의 방어선으로 향하지 말 것과,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계속 접근할 경우 사살될 것을 경고하는 삐라를 비행기로 살포하는 방안도 결정됐다.

    무초 대사는 이같은 서한을 보낸 이유에 대해 “미국 내에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적어 사살방침이 몰고올 파장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초 대사와 노블 서기관, 나중에 국무장관으로 일한 러스크 등이 모두 사망해 미국정부가 이 서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서한은 1982년에 비밀해제된 후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다가 역사학자 사르 콘웨이-란즈에 의해 발견됐다.

    지난 199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AP통신의 특종보도로 알려진 노근리 학살 사건에 대해 미 국방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당시 공포에 질린 미군 병사들이 피난민 틈 사이로 인민군이 숨어있을 것으로 보고 발포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으로 결론을 내리고 “불행한 비극”이며 “고의적인 학살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무초의 서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 미 7기병연대는 난민에 대한 사살방침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 된다. 노근리 사건 말고도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벌어진 학살사건 역시 미군의 방침에 따라 저질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육군사관학교의 전쟁범죄 전문가인 게리 솔리스는 무초 대사의 서한에 담긴 정책에 대해 “통상적인 전시 절차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전쟁 관련 법률의 기본적인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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