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농단 관여 판사들 탄핵될까
    주요 정당들 긍정적, 국회 논의될 듯
    법관대표회의, ‘탄핵소추 검토할 헌법위반 행위’ 결론
        2018년 11월 20일 01: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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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양승태 대법원 당시 벌어진 재판개입 행위가 국회의 판사 탄핵소추까지 검토해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을 제외한 정당들도 탄핵소추에 긍정적인 입장이라 국회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관회의는 전날인 19일 제2회 정기회의를 열고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선언문을 의결했다.

    법관회의는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날 정기회의에 해당 안건 자체가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많았지만, 오후 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돼 3시간여의 토론 끝에 표결에 들어갔다. 회의에는 114명의 전국 법관 대표가 참석했고, 표결에는 105명이 참여해 과반인 53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반대 43명, 기권 9명이었다.

    법관회의의 결정은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의결에 법적 효력이 없다.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더라도 탄핵안을 내고 국회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까지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반헌법적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에 일선 판사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국회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법원이 판사 탄핵 소추까지 결의한 것은 내부 기류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최근 대법원은 사법농단 해결에 굉장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보였다. 특별재판부법에 대해서도 위헌적이라는 의견을 이례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법관들이 스스로 탄핵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결의한 것이기 때문에 법원 내부에 상당한 변화 기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회 내에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안 돼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많은 정당과 의원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를 한 법관은 헌법이 탄핵하도록 하는 정식 절차를 거쳐야 앞으로 이런 사법농단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판사 탄핵이 헌법과 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판사가 탄핵 대상이 아니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삼권분립을 흔드는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삼권분립을 흔드는 게 아니라 국회가 사법부를 견제하는 거다. 국회가 대법원장이나 대법관도 청문회를 하는데 그게 삼권분립을 흔드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내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기명 투표로 하기 때문에 이탈표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억지 이유를 가지고 상정을 안 하면 언론에서 두드려 맞을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자유한국당도) 찬성할 것이고 상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논의 테이블 구성을 제안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사법 정의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는 즉각 답해야 한다”며 “여당은 조속히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 이에 동의하는 제 정당 간의 논의 테이블부터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당만 결단한다면 탄핵소추안 발의는 시작될 수 있다. 만일 본회의에 부의된다면 보수 야당조차 민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관회의가 선언문에 탄핵소추 대상자 등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은 점, 자유한국당에서 저항하고 있는 점 등 때문에 실제 탄핵까진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박주민 의원은 “(탄핵까지) 어려움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법원행정처가 작성했던 수백 건의 문건에 (사법농단 연루 판사의) 이름, 작성자가 다 명시돼 있고 그 문건에 기반해 현재까지 검찰이 수사한 내용이 있다. 그런 것들을 종합하면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얘기만 잘 된다면 이번 정기 국회 내에서도 가능하다”며 “법관 탄핵은 요건 자체가 어렵지 않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개혁적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과반이 된다. 다른 야당들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의결 조건은 갖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굉장히 탄핵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사법부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탄핵의 소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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