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갑질 아시아나항공,
    이젠 시의원도 공직 아니라며 퇴직 강요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 찍어내려···논란 커질 듯
        2018년 08월 17일 08: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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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승무원인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의 강제 퇴직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 측은 단체협약상 의원직은 휴직연장을 승인해줄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는 4년간 의원직을 수행해야 하는 권 의원에게 현장 승무원으로의 복직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한 것이라 사실상 해고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 측과 정의당은 “노동자 정치참여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특활비 1인 시위 중인 권수정 의원

    아시아나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권 의원이 기한 내에 복직원을 제출하지 않아 당연퇴직 대상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권 의원의 휴직 연장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논란에도 모 언론을 통해 ‘인사본위원회 개최가 결정된 후에 휴직연장을 신청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 전후로 권 의원과 인사팀 관계자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회사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권 의원은 지난 5월 1일부터 지방선거가 있던 6월 중순까지 공직 선거운동 등의 사유로 휴직계를 낸 상태였다. 당시 권 의원은 당선이 확실시 되던 상황이라 선거가 끝나기 전에도 인사팀 관계자와 휴직 문제로 몇 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당선이 확정된 당일인 6월 13일경엔 인사팀 관계자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받았고 이때부터 회사와 권 의원은 수차례 휴직 연장 문제로 논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복직원을 제출해야 한다는 회사 측의 요구는 전혀 없었다. 회사는 의원 신분이 되면 휴직 사유가 달라지니 우선 6월 30일까지 휴직을 연장한 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권 의원은 회사 뜻대로 당선 후 회사에 직접 찾아가 30일까지만 휴직 연장을 신청했다. 당초 회사와 권 의원은 복직이 아니라 휴직 연장 문제를 논의해온 것이다.

    회사 측은 이후에도 몇 차례 휴직연장 문제로 권 의원과 논의하다가, 6월 말경이 돼서야 ‘의원직은 단협상 휴직연장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휴직연장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권 의원과 노조는 단체협약 상 ‘공직’ 취임 등은 휴직 연장 사유라고 반박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협상 ‘공직’이란, 시의원·국회의원 등 공무원이 아니라 노동조합에서 임원 등의 직책을 맡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 회사의 해석이다. 단협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실상 권 의원에게 우회적으로 해고통보를 한 셈이다.

    공무원에 대한 휴직 인정 사례가 사내에 없던 것도 아니다.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기 위해 휴직계를 낸 승무원의 휴직신청을 승인한 바 있고, 해당 승무원은 업무를 마치고 현재는 아시아나로 복귀한 상태다. 회사가 권 의원 휴직 문제에만 한정해 단협상 ‘공직’이 공무원을 뜻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 측이 이참에 권 의원을 찍어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 역시 권 의원에 대한 회사의 강제 퇴직 추진은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권 의원은 아시아나노조 위원장 시절 여성 승무원 바지 유니폼 도입 등을 위해 투쟁하는 등 항공사 노동자 권리를 위해 상당한 성과를 냈고, 이후에도 타 항공사 갑질 문제에 적극 연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시의원 신분에서도 항공사 노동자의 권리 개선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 측의 이런 행태가 향후 노동자 정치참여를 봉쇄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의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휴직신청을 승인해주지 않는다면 어떤 노동자가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나설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현재도 노동자를 대변해 일하는 국회의원·시의원 등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상황이다.

    권 의원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막는 행위”이자 “정치활동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우리나라의 정치 생태계에서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시아나가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이런 정치 생태계를 공고히 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협의 공무 관련 규정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16일 오전 상무위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 부당지원을 위해 기내식 사태를 유발하고, 직원들을 자기 종처럼 부려온 온갖 갑질 악덕 기업”이라며 “이제는 헌법이 법률로 보장한 정치활동의 자유마저 박탈하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시민의 투표로 선출되어 공직을 맡았다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퇴직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을 봉쇄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며,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나 마찬가지이고 반사회적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수정 시의원에 대한 부당한 퇴직 처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갑질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차원의 대응을 경고했다.

    권 의원의 ‘휴직기간 만료 후 미복직에 따른 당연 퇴직건’을 다루는 인사본위원회는 16~24일 중에 열릴 예정이다. 권 의원은 이번 인사본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할 예정이며 그럼에도 회사가 퇴직을 강행할 경우 당 차원의 대응은 물론 법적 싸움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아시아나는 지난 9일 당사자와 노조도 참석하지 않은 인사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 심의를 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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