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논쟁, 인터넷 위에서 불붙다
    2006년 05월 04일 0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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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www.wikipedia.com)라는 사이트가 있다. 일종의 인터넷 백과사전인데 특징은 누구든지 백과사전의 내용을 수정, 업데이트하거나 완전히 바꾸거나 더 나아가 항목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웹페이지 안에는 ‘편집’(edit)이라는 메뉴로 들어가서 내용을 수정하면 원저자의 허락이나 다른 이용자의 평가 없이 그대로 반영이 된다. 각 페이지에 있는 ‘역사’(history)라는 메뉴에 들어가면 그 페이지가 어떻게 수정돼왔는지를 알 수 있다.

모두가 저자나 편집자,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위키피디아의 이같은 특징 때문에 종종 내부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부시 대통령’이나 ‘낙태’ 같은 항목은 이용자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번씩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쿠바 항목 하루에 30번씩 수정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항목은 바로 ‘쿠바’. 쿠바 항목을 검색하면 “이 항목의 중립성과 사실의 정확성은 논쟁중입니다”라는 설명이 뜬다. 2일 하루에만 27번의 수정이 있었고 토론방에서도 열띤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논쟁은 아담 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쿠바는 쿠바 공산당이 유일한 합법정당으로 있는 사회주의 공화국이다. 또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서 민주주의가 아닌 유일한 나라이다”라는 내용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런 설명에 대해 서로 찬반의견이 갈린 네티즌들이 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문구를 인용하는가 하면 “쿠바 동조자들이 피델 카스트로의 팬 페이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거나 “친부시, 반쿠바파”라는 식의 공방이 오가고 있다.

브루스 홀만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쿠바를 비민주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회주의 사회의 맥락에 “자본주의의 가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논리적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는 “이런 반응은 당신이 공산주의자거나 카스트로의 독재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쿠바는 독재국가임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또 쿠바의 인권상황이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과 그렇게 할 경우에는 미국의 인권침해도 언급돼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민주주의 정의, 인권상황 등 첨예한 논쟁

급기야 논쟁을 벌이던 한 네티즌이 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했고 위키피디아 측에서 이 네티즌의 자료편집을 금지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쿠바 항목을 무려 700번 이상 수정한 “사령관”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이 있었는데 다른 이용자가 IP주소를 추적해 “사령관”이 쿠바 거주자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이지만 위키피디아가 알렉사 인터넷의 사이트 평가에서 전세계에서 17번째로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로 부상하면서 이같은 논쟁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용자가 많다보니 자정능력은 커졌지만 고의적으로 거짓정보를 올리거나 사이트 자료를 아예 삭제해버리는 파괴행위(반달리즘)도 종종 벌어진다.

지난해 말에는 언론인 존 시젠탈러가 자신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관여했다는 거짓 정보가 위키피디아에 실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미 의회 보좌관들이 의원들의 정보를 수정하다가 발각된 일도 있었다.

위키피디아에서 쿠바 항목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어떤 결말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서부터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논쟁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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