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 전근대적인 왕국일뿐
    2006년 05월 03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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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산 209조 원, 자본총계 77조 원, 매출 139조 원, 계열사 62개….
2005년 4월 현재 한국의 거대 재벌그룹 삼성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1938년 ‘삼성상회’라는 이름의 무역회사로 시작된 삼성재벌은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축적해 이토록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이루었을까. 이에 대한 진보적 연구진영의 발표회가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삼성재벌의 자본축적 방식’을 주제로 한 이날 발표회에서는 ‘재벌그룹 삼성의 빛과 그림자’를 주제로 대안연대회의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두 번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삼성재벌의 경제력과 성장의 그늘>을 발표한 송원근 진주산업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삼성에 대한 평가가 이중적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압축성장기의 한국경제를 먹여 살렸고, IMF 외환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경제를 버티게 해준 삼성전자를 위시한 삼성 계열사들이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경제력이 집중됐을 뿐 아니라 국내 경제환경을 지배하는 것을 넘어 초법적 권력기관화되고 있으며 세습경영을 위한 불법과 탈법, 불법의 합법화, 정경유착을 비판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삼성의 그늘

삼성의 자본축적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삼성그룹의 성장사를 살펴본 송 교수는 세 가지 계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다른 재벌과 달리 삼성은 일찍이 50년대 말 흥업은행과 조흥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주식을 절반 이상 소유함으로써 국내 최대의 은행소유주가 됐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의 비관련 다각화(관련되지 않은 분야로의 다각화)를 가능하게 했다. 낮은 이자로 투자가치가 높은 다수의 부실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1980년대 정부의 규제이다. 이 시기 정부의 재벌정책은 경제력 집중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삼성은 비관련 다각화가 어려워지자 계열사별로 연구소를 설립해 막대한 규모의 기술개발 투자를 실시했다.

셋째, 1997년 말 외환위기이다. 삼성은 다른 재벌과 마찬가지로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주력 업종을 전기․전자, 금융과 무역, 서비스 등 3~4개로 압축하고 계열사를 정리했다. 28개사를 계열분리하거나 매각, 청산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며 삼성의 경제력은 엄청난 규모로 커졌다. 그룹 전체 매출액 139조 원은 국내총생산의 17.9%, 부가가치 생산의 20.1%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삼성은 계열사를 동원,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무리한 진출에 따른 실패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또 내부거래를 통해 정보통신 계열사를 확장시켰다. 이와 함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카드를 통한 순환출자 확대, 금융부문의 비대화와 산업/금융자본의 미분리,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무색하게 하는 무노조 경영, 불법 상속과 세습 등은 삼성재벌의 현주소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송 교수는 삼성재벌의 경제력 확대와 이에 대한 우려로 제기되는 ‘삼성공화국론’에 대해 “공화국에서는 시민이 모든 권력을 가진다”며 “삼성재벌은 이건희와 그의 일가를 비롯한 소수에 의해 권력이 행사된다는 의미에서 과두제 공화국 아니면 전근대적인 왕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첨병이자 수혜자”

이어 <삼성의 주주가치 중심 경영의 실태>를 발표한 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은 “삼성전자는 이미 1997년 이래 세계 최고 수준의 주주가치 경영을 자랑하고 있다”며 “한국경제 양극화와 두 국민 분열성장 체제를 밀고 가는 주도세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삼성이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통해 그나마 부족하기 짝이 없는 공공의료 체계를 완전히 망가뜨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교육에 대해서도 성균관대에서 볼 수 있듯이 가공할 만한 학원통제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인수한 성대에서는 조교협의회가 사라졌고 직원노조는 어용이 됐다. 삼성은 한국의 물 사유화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삼성상용차는 지난해 3천124억원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삼성전자는 감가상각비나 대손충당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회계를 조작한다.

삼성은 또 국내에서 경영진에게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경영진이 자기 소득을 높이기 위해 단기실적에 집착하면서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은 뒷전에 놓이고 만다. 또한 삼성은 주가부양을 위해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투기자본으로 불리는 사모펀드를 직접 운용하기도 한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도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이같은 삼성의 주주가치 중심 경영실태를 지적하고 “이건희 일가 같은 소수만이 부를 만끽하는 사회가 아니라, 실제로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함께 향유하는 삶은, 삼성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의 미래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가입자 권익침해 1위”

<삼성생명 20년의 성과와 문제점>을 맡은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은 보험개발원의 ‘보험통계연감’을 근거로 과거 20년간 삼성생명의 누적사업 성적을 분석해 발표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관련 단체들은 회계연도 1년 동안의 ‘단기실적’만을 공개하면서 삼성생명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김 회장은 재무제표 상의 ‘숫자’는 과다한 이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삼성생명에 20년 동안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료 총액(보험영업수익)은 201조6천178억 원에 달한다. 가입자가 삼성생명에서 돌려받은 보험금 총액(보험영업비용)은 140조3천608억 원으로 61조 원의 수익이 생겼다. 물론 이중 일부는 보험설계사나 임직원의 급여, 기타 운영비 등에 사용돼 ‘순수이익’은 아니라고 봐야한다.

문제는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됐느냐는 것인데 삼성생명이 가입자에게 실제로 지급한 사고보험금(사망, 입원, 상해)은 보험금 총액의 7.1%에 불과하다. 반면 중도에 효력이 상실되거나 해약으로 인해 지급받게 된 ‘효력상실·해약환급금은 64.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은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보다 더 많은 돈을 예정사업비(신상품을 판매한 대가로 지급될 모집인의 수당 등)로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예정사업비에 비해 실제사업비는 16조 원이나 적고, 임직원, 모집인, 점포수가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사업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김미숙 회장은 “삼성생명이 가입자에게 부당하게 보험료를 부담시킨 금액에 대해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받도록 전국민 ‘보험맹탈출’ 운동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삼성생명의 주식상장은 보험료를 부담한 가입자의 ‘또 다른 부담’을 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므로, 삼성생명의 주인을 가입자로 변경하여 ‘상호회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이 추진하는 실손형 보험 개발 판매를 막기 위한 전국민 계몽운동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집단적 관계 부정…‘인재경영’은 허상

마지막으로 <삼성의 인적관리시스템과 헌신의 동원>을 발표한 이승협 중앙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사무직, 관리직에 대한 삼성의 인적관리 시스템을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의 인사관리가 다른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이 주도하고 다른 기업이 따라가는 방식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인적자원 관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바로 무노조주의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삼성의 인적자원 관리의 핵심은 노조에 대한 인정의 차원을 떠나 모든 집단적 관계를 부정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서는 직원협의회가 노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직원협의회를 통해 구성원들의 의사가 경영진에게 올라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직원협의회의 논의사항은 모두 인사부에서 내려오는 것들뿐이다. 직원협의회는 인사부에서 제시한 사항을 추인하고 홍보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삼성은 구성원 사이의 소모임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조직을 집단적 관계가 아닌 개별적 관계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은 도구적 관점”이라며 “삼성은 ‘인적자원’에서 ‘자원’이라는 생산요소 측면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조직 내에서의 개인의 의미, 미래의 비전보다는 실적과 실적에 따른 물리적 보상만을 강조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삼성의 인재경영도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강조하는 인재는 공채를 통해 들어오는 인력이 아니라 특채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란 얘기다.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상위 20%는 입사 3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위 20%는 퇴출된다. 따라서 나머지 60%는 인재경영의 대상도 아니고, 경쟁에서 밀려나면 상시적으로 퇴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의 창의적 인재육성이라는 경영이념은 조직성원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보다는 통제된 자율성 또는 제한된 자율성을 부여할 뿐”이라며 “회사에 대한 몰입과 헌신이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개인적 가치의 포기와 삼성맨이라는 조직인으로 육성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2차 발표회를 가진 대안연대회의는 오는 16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재벌그룹 삼성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3차 발표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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