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은 장식품, 중요한 건 석유"
    2006년 04월 29일 11: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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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올해 초 외교정책의 중심을 기존의 유럽에서 탈피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민주주의 증진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의 ‘전환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라는 인권 증진과 민주주의 확산 앞에는 ‘에너지의 원활한 수급’이라는 핵심목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만났다. 딕 체니 부통령은 다음주에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만난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최근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적도기니 대통령을 만나 “좋은 친구”라며 환대했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적도기니 세 나라는 모두 석유와 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독재국가들이다. AP통신은 28일 부시 행정부가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고 이란에 반대하는 나라들과의 동맹을 견고히 하기 위해 석유와 가스가 풍부하지만 인권침해로 비난받는 나라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며 “그런 노력은 종종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집권 2기 목표와 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외교정책 분석가인 마이클 오핸런은 “이런 나라들이 만일 산유국이 아니라면 미국은 아마도 이들 나라 정상과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증진 의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동 이외의 산유국 가운데 나이지리아는 정정이 불안하고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한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반미국가가 되어버렸다.

한편 러시아는 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세계 2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중동과 아프리카 산유국 순방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이나 아프리카 서부의 적도기니 등에 손을 내밀며 이들 나라의 인권침해와 독재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은 이란과의 대결을 앞두고 긴밀한 협력관계가 요구되는 나라들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당)은 지난 27일 라이스 장관에게 “당신이 오비앙과 함께 찍은 사진은 미국이 석유가 풍부한 나라의 인권과 민주적 개혁에 대해 중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될 것”이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아담 에렐리 국무부 대변인은 “인권은 두 나라 사이에 확실히 중요한 이슈”라면서도 “하지만 에너지 안보, 지역내 안정, 테러리즘과의 전투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권과 석유에 대한 미국의 전형적인 이중잣대는 부시 대통령 집권 2기 전환외교의 허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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