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가석방
    만기 6개월 앞두고 정부의 생색내기
    정의당 "만시지탄이지만 환영" 자유당 "재고하라"
        2018년 05월 18일 06: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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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시절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오는 21일 가석방된다. 민주노총은 “더 큰 민주노총을 위한 조직 활동가로 돌아오는 한상균 동지를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17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상균 전 위원장은 오는 21일 오전 다른 가석방 대상자 800여명과 함께 출소할 예정이다. 형기를 불과 6개월 20일 남겨놓은 가석방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의 한상균 위원장 자료사진(사진=노동과세계 변백선)

    한 전 위원장은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등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016년 1월 구속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집회 신고에 대한 경찰의 전체적인 대응이 당시로서는 위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다소 과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인정하면서도 “피해를 입은 경찰관의 숫자가 상당하고 극심한 교통 혼란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국내 노동계는 물론 국제노동기구(ILO),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 또한 한 전 위원장을 정부의 노동탄압으로 인해 구속된 ‘양심수’로 규정하며, 한국 정부에 가석방을 요구해왔다.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한 전 위원장 구속이 국제인권법에 어긋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도 “한상균과 모든 노조 간부를 석방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있는 만큼 한 전 위원장이 첫 특별사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노동계 안팎으로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가 박근혜 정부를 몰아낸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만에야 가석방 대상자로 결정됐다. 문 대통령에게 첫 특사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인물은 정봉주 전 의원 등이다.

    민주노총 “한상균을 80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뜨겁게 환영”
    민주노총은 한 전 위원장의 가석방 결정을 반기면서도 씁쓸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우선 민주노총은 이 성명에서 “한상균의 새로운 발걸음에 민주노총은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며 “촛불항쟁이 만든 변화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한상균을 80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권에 맞서 투쟁하다 구속된 지 무려 2년 5개월 12일만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12일 만”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의례적인 ‘환영’의 입장을 선뜻 내놓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뒤늦은 가석방 결정에 문재인 정부를 탓하고 싶지도 않다”며 “민주노총의 힘이 부족한 것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의 과제로 받아 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노총은 “한상균 전 위원장 가석방을 계기로 2015년 민중총궐기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 그리고 사법적 평가는 새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된 이영주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과 건설노동자 민생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시위로 구속된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등에 대한 석방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언제까지 실정법을 이유로 탄핵당할 정도의 불법정권, 폭력 정권에 맞선 저항과 집회시위를 유죄로 가두어 둘 순 없다”며 “촛불정부를 자임하면서 양심수 석방을 의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촛불’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한 전 위원장이 수감된 경기 화성교도소 앞에서 석방 환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의당 “만시지판이지만 환영”…자유당 “가석방 재고하라”

    정치권 일각에서도 한 전 위원장 가석방에 대한 논평은 연달아 내면 주목하고 있다.

    정의당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정치권력은 바뀌었지만 자본권력의 농단은 변함없다. 숱한 문제들이 노동자를 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다”면서 “한 위원장의 가석방이 해묵은 노동적폐를 일소하는 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환영한다. 이제라도 풀려나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한 전 위원장의 가석방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신보라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중총궐기 집회를 불법집회로, 한 전 위원장을 범법자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민주노총 눈치 보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공권력을 우롱하는 전문 직업 시위꾼들에게 앞으로 불법을 일삼아도 괜찮다는 것을 국가가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한상균의 가석방을 정부는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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