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가
        2006년 04월 18일 08: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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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할까. 또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회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는 지난 3월 26일 연구소 비상임연구위원인 정영태 인하대학교 교수와 같은 대학 윤상진 정치학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투표행태와 정치의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출간했다.

    이 연구는 2005년 10월 26일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가 출마했던 울산 북구(1,000명), 대구 동구(500명), 부천 원미구(80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호감도와 각 성향별 정치의식을 조사한 것이다. 조사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같은 해 11월 8일부터 12월 7일까지 진행됐다.

    응답자들은 누구인가

    우선 전체 응답자들의 평균 조건을 확인하면, 절반정도가 월평균가구소득이 200만원 이하고 월300만원 이상은 20%다. 나머지 30%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반면 전체의 2/3는 자신이 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중산층 의식을 가진 이는 30%, 10%는 상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2/3는 최근 1~2년 사이에 가계경제사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중산층 의식이 많이 엷어졌으며 경제에 대한 부담감이 급증했다. 그리고 응답자들의 40%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 속해 있었다.

    조사대상 주민들의 평균 이념지수는 0을 진보 10을 보수로 봤을 때 5.27로 중도에서 보수 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다. 2004년 총선 직후 진행된 조사에서 국민 평균 이념성향이 4.59였던 것에 비하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를 읽을 수 있다.

       
    ▲ 정책 과제에 대한 응답자의 태도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책의 저자들은 응답자들의 평균이념성향을 “종속적인 한미관계와 반북 이데올로기 그리고 경제성장 제일주의의 틀 안에서 분배정의를 추구하는 정도의 진보성”으로 분석했다.

    이런 지표가 국민의 평균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 변화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시선

    조사 대상인 3곳의 도시지역 주민 중 민주노동당에 이념적 일체성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19%였다. 이를 직업군별로 보면 정규직인 생산직(46%), 실업자(28%), 학생(26%), 판매서비스직 종사자(26%)에서 민주노동당에 우호적인 대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인 생산직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일체감이 가장 높았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일체감이 높은 정규직인 사무직을 제외하고 모든 직군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일체감이 높게 나왔다.

    정책에 대한 일체감은 주요 이슈에 대해 50%가 넘는 한나라당 선호가 나타났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나 행정수도 이전에서 열린우리당과 합쳐서 40%정도만이 자신과 입장이 같다고 답했을 뿐이다.

    각 정당이 대변하는 사회계층에 대한 설문에서는 민주노동당을 노동자 계급정당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은 중산층 정당 또는 부유층 정당, 한나라당은 부유층 정당 또는 중산층정당이라고 응답했다.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한나라당이 5점, 민주노동당이 4점, 열린우리당이 3.7점을 받았고 의정활동을 가장 잘하는 정당을 고르라는 설문에서도 한나라당(54%), 민주노동당(23%), 열린우리당(21%)의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 2005년 10.26 재보궐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도부. 울산북구 패배의 충격은 결국 1기 최고위원회의 총사퇴로 이어졌다. ⓒ 이치열
     

    민주노동당의 지지층

    이상의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민주노동당의 주된 지지층은 지역구 투표의 경우 세대별로는 e세대(1962~74년 사이 출생자)와 그 위인 386세대, 출생지별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 출신, 직군별로는 생산직노동자, 사회활동별로는 노동조합 가입자들이다.

    민주노동당의 선택층이 보다 넓어지는 비례대표 투표의 경우는 위의 집단에 대학재학 이상의 학력층, 월200만원 이상의 소득자층, 최근 가계경제사정이 회복된 층, 시민단체 등에 가입된 사람들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지가 상승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놓고 보면 민주노동당의 주요 지지기반은 빈곤층이나 사회기층대중이 아니라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학력과 소득도 국민일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중산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심은 젊고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생산직 노동자다.

    이들은 각종 설문에서 자신의 이념성향이 ‘매우 진보적’이라고 답하며 민주노동당을 ‘노동자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의 의정활동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의 딜레마

    이 설문조사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세대를 망라하고 사회의식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과 특히 진보정치와 관련해 다수의 노동자와 기층대중이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당’이라고 인식하면서도 투표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선호경향을 보이면서도 인물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행태가 각종 수치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연구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성장을 위해 3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같은 기층 대중을 ‘확실하게’ 자기편으로 만들라고 충고한다. 이 조사에서는 민주노동당을 기성정당이나 노동조합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노동자전체를 위한 정당’으로 인식할수록 지지도가 상승한 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 우리편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록 민주노동당에 대한 선호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민주노동당이 기층대중의 다수를 얻지 못하면서 중산층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집권여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미관계, 남북문제, 국가보안법과 같은 구조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문제보다는 비정규직이나 빈부격차, 허술한 사회복지와 같은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진보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이를 가능한 범위 예를들어 지방자치체 수준에서라도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정책과제에 대한 응답자의 중요도 설정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이미지와 성격은 어느 정도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이를 진보적이면서도 친밀하게 전달한 대중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인물의 양성을 당에 충고하고 있다. 당에 인재들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들이 당의 지도부나 공직선거후보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과 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제도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 10.26 재보궐선거에서 후보 선택시 가장 우선 고려된 사항과 이에 따른 정당 선택
     

    울산의 충격, 원인은?

    한편 이 보고서에는 지난 해 10.26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패배해 당에 충격을 주었던 울산 북구 보궐선거에 대한 분석이 별도로 들어있다.

    다양한 요인이 제기되지만 이를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의 주요한 조직기반인 민주노총이 그 어느 곳보다 탄탄하게 존재하는 울산에서조차 당이 진보적인 지방자치의 전형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구체적으로 ▲북구 중산동 음식물자원화시철 설치문제를 놓고 북구의 집권당인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부적절하고 안이한 대응방식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 ▲선거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유리한 지역현안 이슈가 전무했던 점 ▲조직노동자들과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 간의 괴리와 노조비리로 인한 도덕적 헤게모니의 부재 ▲2004년 총선에서 당을 지지했던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대거 이탈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 10.26 재보궐선거 3개 지역 민주노동당 후보 득표
     

    이들은 울산 북구 보궐선거를 통해 조직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안주하고 이를 그대로 대변하는 노동운동이 지속된다면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외면과 심지어 ‘반노동자적’인 정당으로 이탈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진보적 노동운동의 성사여부가 진보정치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보이지 않는 공동의 적보다 가까이 있는 경쟁자가 더 미운 법이라고 꼬집었다.

    진보정치연구소 장상환 소장은 이번 조사보고서 발간에 대해 “기층대중의 다수가 ‘그들을 위한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정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 오늘 한국정치의 현실”이라고 진단하며 “정치활동이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이유 없이 기존의 노선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위기를 낳는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의식과 정치행태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근거로 변화의 기점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실천이 과학적 토대위에서 이루어지는데 기여 할 것”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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