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시진핑, 북·중 정상회담
    “평화 실현 단계적 조치, 비핵화 해결”
    정동영 “북한 간절히 원하는 건 베트남의 길 가는 것”
        2018년 03월 28일 12: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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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일~28일 중국을 공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 집권 7년 만에 첫 해외 방문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동지께서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초청으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비공식 방문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도 이날 김 위원장이 이 기간 방중해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엔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으며,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김성남·김병호 당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는 행사가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히 열린 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은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당대회에서 진행됐으며,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중 친선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관리 문제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다시 한 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언급했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시진핑 주석과 만나 “현재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면서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며 “우리는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과 전략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 추세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함께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도 “올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찬성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각국이 한반도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대화를 위해 절실한 노력을 하길 호소한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북한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노력해 한반도 정세 완화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전격 중국 방문이 알려지면서, 국내 대북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선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사진=환구시보 홈페이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7년간에 중국과 북한 간의 불편한 관계가 일거에 풀렸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의 길을 걷기로 결단했다면 그 모든 수순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28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적이라고 하지만 아마 북한의 시간표 속에 있었다고 본다”고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큰 그림을 가지고 움직인다. 작년 9월 6차 핵실험, 11월 29일 ICBM 발사와 핵 무력 완성 등 정치적으로 (핵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이후 신년사에서의 흐름의 전환, 평창 올림픽,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그 다음 수순은 당연히 북중관계 복원, 러시아 또는 일본 (관계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이 지난 7년 동안 동굴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면 이제 광장으로 나올 채비를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중국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다른 이득을 챙기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좀 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핵심은 북미관계”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동굴 속에서 나와서 광장으로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특히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행보를 보게 되면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베트남의 길을 가는 것”이라며 “작년 12월 선제타격론이 논의되던 시점에도 북한은 평양의 강남지역에 강남개발구역 지정을 했다. 이것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간절하게 고립과 소외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고 싶다는 뜻이다. 전략적 결단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냉전 해체의 흐름, 70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흐름”이라며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다. 옛날식 사고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북중 두 정상의 만남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일정 부분 ‘변수’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수근 중국 동화대 교수 역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중국도 줄곧 제창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이번 북중회담이 남북회담에 대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는 거의 없다. 북중회담은 남북회담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라며 “중국의 반격으로 기분이 상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틀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이 자칫 한반도의 대화 국면에 훼방을 놓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어서 섣부르게 나올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남북관계의 전면 정상화’를 언급하며 “남북정상회담이 남북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그런 길을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선 서울역에서 출발해서 평양을 지나서 압록강을 건너서 기차가 다닐 수 있게만 돼도 긴장은 훨씬 완화될 것이고 적대관계는 대전환하게 될 것”이라며 “작은 문제지만 크게 보면 한반도의 냉전 대결의 시대로부터 탈냉전, 공존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같은 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미 3각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 입장에서는 북중회담을 이유로 북미회담을 취소할 수 없기 때문에)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안전판을 하나 더 확보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에 맞서 북중러 블록 강화를 위해 김 위원장이 향후 러시아와의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은 앞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미국·일본의 연결이 강화된다고 하면 북한·중국·러시아 블록에서도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이 나라들은 전부 6자회담의 당사국들이며, 중국 역시 비핵화를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나라 중의 하나”라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북중회담이 시진핑 수석이 김 위원장을 공식 초청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차이나 패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수근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몹시 심한 굴욕과 배신감,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며 “북미정상회담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더 강한 제재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중국이 강한 제재를 취함으로 북중관계는 최악의 국면에 놓였는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아무 설명도 없이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토사구팽 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은 반드시 대반격을 가하겠다 라면서 절치부심 했다고 하는데 바로 이번 정상회담이 당시 반격 카드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또한 “중국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진다면 ‘차이나 패싱’의 위험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이런 계산이 있어서 먼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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