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타나모 포로수용 심판대 올라
        2006년 03월 29일 07:59 오후

    Print Friendly

    부시 미 행정부가 사법 절차 없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생포한 테러용의자를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한 것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예멘출신의 살림 아흐메드 함단(34)이 미국 정부가 정식 재판절차 없이 자신을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한 것은 위법이라며 낸 일명 ‘함단 대 럼스펠드’ 소송의 첫 번째 심리를 가졌다.

    이날 시작돼 앞으로 6개월여 진행될 대법원의 심리에서는 대통령이 전시임을 내세워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함께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는 알카에다 용의자들이 포로로 인정돼 제네바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가려진다.

    테러용의자는 재판없이 수감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11월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생포한 알카에다 용의자를 심리할 군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군내 사법절차를 수행하는 군법회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군사위원회는 이들 수감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내릴 권한을 가진 초헌법적 기구이다. 

    테러 용의자는 변호사를 둘 권리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어떤 것인지 볼 권리도 없이 군사위원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테러 용의자는 전쟁포로 처우에 대한 국제 협약인 제네바 협정이나 이에 근거해 제정된 미국내 법률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부시 대통령은 군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면서 “테러 용의자는 정규군이 아니기 때문에 제네바 협약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군사위원회는 위헌”

    소송을 제기한 함단은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체포돼 이듬해 쿠바의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수감됐다. 미군 당국은 함단이 오사마 빈 라덴의 경호원이자 개인 운전사였으며 알카에다 조직원에게 무기를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함단은 자신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한 달에 2백달러(약 2만원)를 받고 빈 라덴의 차를 몰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4년 군사위원회가 위헌이라며 함단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워싱턴DC의 1심법원은 군사위원회가 헌법에 위배되고 제네바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함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항소로 지난해 열린 2심에서는 재판부가 군사위원회가 합법적이라며 판결을 뒤집었고 함단측은 연방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부시 행정부, 기각시키기 위해 안간힘

    지난해 11월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 심리에 들어가기로 한 이후 부시 행정부는 사건을 기각시키기 위해 터무니없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올해초 미국 정부는 대법원이 사건을 기각해야 하는 이유로 지난해 연말 의회에서 개정된 수감자처우법(그레이엄-레빈 수정안)을 들었다. 법안이 개정돼 함단이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구금이 “적법해졌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소급적용이지만 행정부는 개정 후에 새로 발생된 사건뿐 아니라 법안 개정 전에 미결상태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억지를 부렸다.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연방대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연방대법원, 대통령 권력 견제 가능할까

    사건을 다루는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지는 중대한 판결은 5대 4로 내려지는 게 보통인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게 됐다. 임명되기 전에 하급법원에서 이 사건 판결을 내린 바 있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기피신청을 해 8명의 대법관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사법부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윌리엄 렝퀴스트 전 대법원장과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이 더 이상 대법원에 남아 있지 않다. 렝퀴스트는 지난해 사망했고 오코너는 지난 2월 퇴임했다.

    이번 사건은 사법부가 대테러전을 거치며 갈수록 막강해져 가는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헌법권리센터(CCR)는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국민을 배반한 행정수반에 맞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지, 미국의 정치체제에 권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인지, 가장 중요하게는 관타나모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