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사회권위원회, 한국 정부에
    노조 할 권리, 차별금지법 제정 등 요구
    이번 권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권 성적표’
        2017년 10월 10일 07: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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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사회권 위원회. 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가 대한민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내리는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다.

    사회권 위원회는 9일(제네바 현지 시간) 노조 할 권리 전면 보장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 사회권이 사회권 위원회에서 다뤄지는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최종 권고는 강제성이 없고 현행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엔 권리규약에 따른 사회권 이행 정도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인권 성적표’로 불린다. 이번 사회권 위원회의 최종 권고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권 성적표’인 셈이다.

    한국은 앞서 1990년 사회권 규약을 비준했고 2001년, 2006년, 2009년 등 3차례 규약 이행 심의를 받았다.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 건수는 심의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2001년 30건이었던 위원회의 권고 건수는 2009년 83건까지 늘었다.

    특히 2009년 권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데는 쌍용차 대량 해고, 용산 참사, 국가인권위원회 역할 축소 등 이명박 정부 초기에 벌어진 사안들이 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권 위원회 최종 권고문의 핵심은 용산참사의 재발방지 대책 촉구였다.

    사회권 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최종 권고문에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 대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조 할 권리 전면 보장 및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 등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이 같은 권고사항에 대해 18개월 내에 이행 상황에 대해 추가 보고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번 최종권고문은 8년 전 권고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하다. 특히 노동 문제에 있어 사회권 위원회는 2009년에 이어 이번에도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문제와 한국의 노동자들이 파업권 등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에도 지적했다.

    이번 최종권고문엔 하청·파견·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전형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완전한 적용,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갱신 거부를 금지하도록 입법, 합법파업의 요건 완화,파업이 금지된 필수서비스의 범위를 엄격하게 규정해 파업권 보장과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들의 보호조치(여권압수금지, 착취폭행구금 근로감독, 가해자처벌) 등 노동권 문제가 다수 담겨있다.

    또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 조치 이행 등 여성 노동 문제와 외국인에 대한 편견에 대한 대처 등 문화다양성 증진 등도 포함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긴급하게 촉구했다.

    2009년 최종권고에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 전체 노동자의 52.3%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 여성과 청년의 노동권, 파업 노동자에 대한 업무방해죄 남용 및 과도한 물리력 행사, 국가인권위원회 역할 축소 등을 지적, 개선해야 할 주요 사안으로 꼽았다. 당시 사회권 위원회는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성장은 충분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올해 최종 권고문에 새롭게 담긴 내용은 한국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다. 특히 사회권 위원회는 해외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문제에 한국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사회권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이 인권침해에 연루된 기업에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계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단체교섭권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복수노조 제도 악용 금지, 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및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의 임의적인 개입을 예방할 법개정 조치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87호, 98호 비준도 주요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사회권 위원회는 재분배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사회지출 증액,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사회보장 급여요건으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와 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등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제거, 주택임대차 계약갱신 보장, 낙태의 비범죄화 같은 구체적인 권고들을 다수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회권 위원회는 국가인권행동기본계획(NAP)에 이번 최종권고를 반영하고 시민사회와 국가인권위의 완전 참여 보장할 것, 헌법 개정시 사회권 규약의 내용을 완전히 반영할 것, 국가인권위원회의에 사회권 규약에 대한 조사권한 부여할 것 등을 요구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결 및 적절한 연금액수 보장, 지역사회 기반 노인돌봄 보장, HIV/AIDS 감염자에 대한 차별 없는 건강권 보장, 외국인에 대한 편견에 대한 대처 등 문화다양성 증진 등도 최종권고문에 포함됐다.

    이번 심의에는 한국에서 74개 국내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들로 구성된 ‘유엔 사회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한국NGO모임)’이 참여했다.

    김종철 어필 변호사,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변호사), 류민희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박영아 공감 변호사 등 공익변호사들과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등이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NGO모임은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를 환영하며, 한국 정부에게 해당 권고를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각 정부 부처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묻는 공개 질의서 발송, 이행 여부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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