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들려다 실패한 그림책
    [그림책 이야기] 『프랑켄크레용』(마이클 홀/ 봄봄)
        2017년 09월 21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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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책의 제작이 취소되었습니다!

    빨강 라벨을 입고 태어난 파랑 크레용의 비애를 다룬 그림책 『빨강』의 작가 마이클 홀이 이번에는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그림책으로 제작하는 크레용 배우들의 이야기인 『프랑켄크레용』으로 돌아왔습니다.

    표지에서는 프랑켄슈타인으로 변장한 초록 크레용과 주황 크레용이 무시무시한 괴물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지를 넘기면 정말 칙칙한 색깔의 면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면지를 넘기면 저자 소개 밑에 붉은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도장에는 ‘제작취소-이 그림책의 제작이 취소되었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제작취소’ 도장 아래에는 프랑켄슈타인 분장을 한 초록 크레용, 주황 크레용, 보라 크레용과 노란 연필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잠깐, 어떻게 취소된 그림책에 실릴 수 있는 거지?”

    “좋은 질문이군.”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처음에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내레이션을 맡은 노란 연필이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습니다. 크레용 배우들은 의상을 갈아입고 있었지요. 청록 크레용은 멋진 모자와 코트를 입고 지팡이도 들었습니다. 연두 크레용은 예쁜 원피스를 입고, 뒷머리를 묶어 올린 머리에는 끈 달린 모자를 쓰고, 연두색 양산도 들었습니다. 회색 크레용, 노랑 크레용, 호박색 크레용, 군청색 크레용 등 모든 크레용 배우들은 흥분과 긴장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 역할을 맡은 초록 크레용, 주황 크레용, 보라 크레용의 분장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연출가이자 진행을 맡은 저(노란 연필)는 프랑켄크레용에게 32페이지로 가라고 했습니다. 원래 프랑켄크레용은 32페이지에서 무시무시하게 등장하기로 했거든요.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숨어 있는 끔찍한 괴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마을에 끔찍한 괴물이 숨어 있어요!”

    “이럴 수가!”

    “너무 무서워요!”

    그때 갑자기 불이 꺼졌습니다. 그리고,

    “빠드득 빠드득 빠드드드득!”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호박색 여배우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림책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을 켜보니 누군가 두 페이지에 걸쳐 핏빛 낙서를 해놓았습니다. 크레용 배우들은 모두 공포에 질렸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림책에 낙서를 한 걸까요? 그리고 왜 그림책 『프랑켄크레용』의 제작이 취소되었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취소된 그림책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림책이 취소된 이야기

    이 책은 크레용 배우들이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그림책으로 만들려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그림책 『프랑켄크레용』입니다.

    정말 기발하지 않습니까? 크레용 배우들로 그림책을 만든다는 생각만 해도 기발합니다. 게다가 공포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을 그림책으로 만든다는 생각도 기발합니다. 그런데 정작 만든 그림책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이야기라니요! 작가 마이클 홀은 정말 재간둥이입니다.

    물론 『프랑켄슈타인』 그림책이 실패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마이클 홀에게 19금 그림책을 만들려는 의도가 없는 한, 『프랑켄슈타인』의 원작은 연소자관람가 그림책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프랑켄슈타인』 그림책을 만들려다 실패한 그림책을 만듦으로서 작가 마이클 홀은 『프랑켄슈타인』이 지닌 공포물로서의 매력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미디 그림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작가

    부디 마이클 홀처럼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작가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을 제거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지닌 교육제도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교육제도가 아니라 소수의 지배층을 위해 봉사할 바보들을 양성하는, 구시대의 교육제도입니다. 무엇보다 정작 이 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을 한국에서 교육시키지 않습니다.

    물론 변화는 어렵습니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진정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분명 바꿔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 마이클 홀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가들이 『프랑켄크레용』처럼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사람들을 일깨워줍니다.

    ‘세상엔 정답이 없다고,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꿈을 이루는 축제라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행복하다고, 바보처럼 돈과 권력과 미디어와 제도에 속지 말라고, 세상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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