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착취 기반
에너지 사용 시스템의 형성과 저항
[근현대 동아시아 도시] '광둥성 쟝먼시 핵연료 공장'
    2017년 07월 17일 10: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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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동아시아 도시이야기 전 회의 글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면서, 도시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공급되면서 농경사회에서 저장되지 않는 태양에 의존해야만 했던 생활양식도, 점차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도시의 생활양식으로 변화해 갔다.

압축적 산업화를 이뤄낸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수도권 위주의 도시 발전을 위해 국가 내부의 전력 생산 식민지에 피해를 전가하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에서는 에너지를 소비/생산하는 지역과 주체가 분리되어, 타지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공급받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에너지 생산에 대해 무지하기 쉬우며, 더 나아가 그 생산을 위해 피해를 받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가 많다.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쓰나미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가동이 멈춘 일은 세계 여러 곳의 사람들에게 핵의 위험성과, 현 에너지 체계의 모순을 깨닫도록 하였고 대만,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탈핵을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아래 ‘탈핵 로드맵’이 수립될 예정이다.

동아시아는 전세계적으로 핵발전소가 가장 많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2017년 7월 기준 전세계에 설치되어 있는 핵발전소는 447기인데, 이 중 109기(일본은 43기가 가동 가능하나 현재 이 중 3기만 가동 중)가 동아시아에 설치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의 건설을 유보하고 있으나, 동아시아는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 27기를 포함, 계획된 것까지 포함하면 80기가 넘는 핵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 수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 핵발전소 분포도(그림=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중국 핵발전의 간략한 역사

중국은 1970년 2월 8일, 저우언라이 총리 지시로 핵발전 개발에 착수하여, 1990년대 따야완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핵발전소를 건설하게 되었다. 핵발전은 경제 성장과 기술 개발의 견인차로 인식되었고,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를 거치면서도 중국은 ‘안전한 기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핵발전소를 지속적으로 건설하였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심각해진 대기오염에 대한 대책으로 중국 대도시들은 탈석탄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핵발전소는 그간 북부지역에 집중되었던 석탄화력 중심 에너지 생산 구조를 남부 해안 지역 핵발전 중심 구조로 옮겨올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앞서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건설이 유보되고 있는 추세라고 했는데, 이런 추세를 만든 것은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핵발전 정책에 균열을 내는 시민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사실 체르노빌 사고가 있고 나서 홍콩 인민들 위주로 따야완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일어났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의 제압과 홍콩 내부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반핵 운동으로까지 성장하지는 못했다.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반핵 시위는 그 수가 많지 않고, 이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2013년 광둥 쟝먼 지역에서 핵연료 가공공장 건설을 반대하며 일어난 가두시위이다.

핵 프로젝트, 광둥성의 새로운 성장전략

쟝먼(江门)시는 광둥성 주강삼각주 서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시로, 시 전체 면적은 9505 km2, 서울의 약 15배, 상주 인구는 451만 명이다. 쟝먼은 펑쟝蓬江), 쟝하이江海), 신후이新会) 3개구와 타이산台山), 카이핑开平), 허산鹤山), 언핑恩平)4개 현급시의 행정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리적으로 홍콩과는 115km,마카오와는 65km, 광저우 시와 60km 떨어져 용이한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

쟝먼의 2013년 GRDP는 약 2000억 위안으로, 중국 GDP 1.9조 위안의 9분의 1 수준이며 그 중 2차 산업이 1013억 위안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제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쟝먼은 주강삼각주(Pearl River Delta)에 속해 있는데, 주강삼각주는 신중국 건립 이후 처음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역으로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포산佛山), 주하이珠海), 쟝먼江门), 중산中山), 둥관东莞), 후이저우惠州), 자오칭肇庆)9개 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주강삼각주 지역은 개혁개방 이후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곳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홍콩과 마카오의 해외 자본을 빨리 흡수할 수 있었던 지리적 요건과 정치. 문화적인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둥성 통계연감에 따르면 주강삼각주 지역의 2012년 GRDP는 47,824.18억 위안인데 이는 광둥성 GRDP의 83.8%를 차지하는 양으로 1990년과 비교했을때 47배 정도 성장한 것이다. 주강삼각주 지역은 전국대비 4.2%의 인구, 0.6% 미만의 토지를 차지하면서도 이러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주강삼각주는 홍콩의 경제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며, “홍콩은 상점, 주강삼각주는 공장”의 모델을 거쳐 “긴밀한 경제무역협력방안”을 체결하며 점점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주강삼각주는 흔히 말하는 “세계의 공장”인 제조업의 메카이다. 주강삼각주에 속한 광저우, 선전, 주하이 등은 모두 제조업을 최대산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강삼각주 내에서도 지역 발전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강을 기준으로 주강삼각주를 동. 서 양안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안의 경우 광저우, 선전, 후이저우, 둥관을 포함하고 서안의 경우 주하이, 포산, 쟝먼, 자오칭, 중산을 포함한다. 이렇게 분류할 경우 동. 서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남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쟝먼의 경우 주강삼각주 중에서도 GRDP 성장률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특징은 쟝먼시가 제조업 외의 성장전략을 모색하도록 부추겼다.

2013년 쟝먼시 반핵시위

2013년 쟝먼에 건립 예정이었던 핵연료 공장에 1000명 이상의 시민이 반대하며 쟝먼 시내 광장에 모여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시위가 이끌어낸 여파는 매우 커서 쟝먼 지방 정부가 유치에 성공했던 핵연료 가공공장을 취소시켰고, 향후 입지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핵연료 가공공장은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중국의 핵발전 공사, 우리나라의 한수원과 같은 곳)가 정부와 함께 계획한 것으로, 그동안 중국 내몽고 등 북부 지역에서만 가공이 가능하던 핵연료를 동남 연해 지역에서도 가공할 수 있도록 하고 동남 연해 지역에 더욱더 많은 핵발전소를 유치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이는 쟝먼 허샨시가 40여개 시의 경쟁을 뚫고 얻어낸 기업 유치 기회로, CNNC와 중국 광둥 핵공사가 공동으로 370억 위안을 투자 개발하기로 되었다.

프로젝트 면적은 229 헥타르로, 총 건축 규모는 50만 평방미터에 달했다. 공장 내에는 우라늄 정화 순환, 우라늄 농축, 핵연료 부품 제조 등의 설비가 들어올 계획이었고 2017년 선전 시의 따야완 핵발전소와 쟝먼 내 타이샨 핵발전소의 연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건설 후에는 “Non-stop” 핵연료 가공산업단지를 형성하여 아시아 핵연료 가공과 설비 제조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프로젝트 계획 측은 핵연료 공장은 “매우 안전하고 오염이 없다, 심지어 지진 등 극단 상황에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핵연료 공장 유치를 조장했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전혀 반대하지 않았고 이주 과정도 매우 순리적이었다고 하며, 주민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은 뒤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쟝먼시가 이렇게 프로젝트를 강행하려 했던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앞서 이야기했듯, 쟝먼시는 주강삼각주 내에서도 성장이 부진한 편이었고, 제조업의 중심이 교통이 발달한 광저우, 둥관 등지로 이동함에 따라 쟝먼시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개발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끼고 있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공무원은 핵연료공장이 완공되어 가동을 시작할 경우 세수로만 또 하나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민들을 설득하려 했다.

이 배경으로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방정부의 성장 추구 전략의 변화가 존재한다. 개혁개방과 동시에 중앙정부는 중앙국유기업의 수량을 점점 줄여 개혁을 하고자 하였고, 이에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찾던 중앙국유기업은 에너지와 철강 등의 소비가 높은 광둥성으로 진출하려 했다.

중앙국유기업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 건설 투자 붐에 편승하여 수익을 올리려 했는데, 핵발전소 또한 건설, 도로, 숙박 등 여러 투자를 불러오는 기회로 인식되었다. 전력 부족에 시달리던 광둥성은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구실 하에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핵반응로를 보유하게 되었다.

중앙 정부는 2009년 <광둥성핵산업발전계획>을 발표하며 광둥성을 핵발전 장비 제조와 핵발전 공정 건설, 핵발전 서비스 보장, 핵연료 순환, 비동력 핵기술 응용 등의 분야에서 선두적 위치를 점하는 ‘핵발전 대성(大省)’으로 육성하려 하였다. 특히 2012년 전후로 광둥 성의 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세대 핵반응로를 연간 3대씩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제조능력을 갖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를 통해 얻는 GDP 증가량은 7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광둥성에서 핵발전을 주요 산업목표로 설정하게 된 데는 제조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주강삼각주 의 존재가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고 전력소비의 4분의 1 이상을 윈난과 구이저우 등지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현실이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시위의 경과

핵연료공장 프로젝트로 인해 강제이주가 예정된 마을은 13개였다. 당국은 2013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었고, 쟝먼 시정부는 2013년 7월 4일 <중핵집단 룽완 공업단지 프로젝트 사회 안정 위험 평가 공시>를 통해 열흘 동안 대중의 의견을 청취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승인되기 이전에 실시하는 과정으로, 이 평가를 거친 후에 시정부가 국무원에 신청하여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쟝먼 시정부는 뒤늦게 웨이보(트위터와 유사한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계정을 만들어 주민들과 소통을 하려고 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7월 12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정보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쟝먼시 중심 도로를 따라 시위를 하였고, 후에는 쟝먼 시청 입구에서 “정부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시민의 건강을 판다”며 질책하고 열흘의 공시기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위 사진(출처: 웨이보)

많은 시민들이 경찰의 봉쇄를 뚫고 정부를 에워쌓았고 대중과 대화하기 위해 나온 부시장은 결국 공시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예정되어 있던 핵연료 가공공장은 홍콩, 마카오 등지와 직선거리로 약 120k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이러한 소식은 홍콩 시민들, 쟝먼 출신 화교들의 관심을 얻어 Facebook 등 SNS를 통해 퍼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쟝먼 출신 화교들은 신문에 지면광고를 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고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마카오일보 지면 광고 사진

또한 마카오에 거주하는 쟝먼 출신 화교들은 <광둥-마카오 협력 방안>에서 약속한 정보 공개와 상호협력의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며 쟝먼 시정부에 정보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홍콩의 반핵단체와 마카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의 과도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안전을 보장하라는 서명운동도 있었다.

결국 7월 13일 오전, 쟝먼 시위원회와 허샨 시위원회, CNNC, CGNPC 등이 협상을 통해 룽완 공업단지를 조성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쟝먼 시위원회와 시정부는 12일의 집단시위를 통한 시민들의 요구를 존중한다고 하며 공시기간을 연장했다. 이후 타 지역에 핵연료 가공공장을 건설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아직 표류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반핵운동’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많은 시민들과 화교들이 이제는 아무런 조직도 없이 뿔뿔이 흩어졌고, 쟝먼시 바닷가 인근에 핵발전소가 건설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반대운동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홍콩 등지에서 진행되던 서명운동과 반핵시위도 활력을 잃었다. 쟝먼 핵연료공장은 취소되었지만, 중국의 핵발전소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의 시민사회에서 탈핵은 커녕 반핵도 외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러 전문가들, 시민들이 중국 대도시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핵발전소가 필수적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도시의 에너지수요를 만족할 방법이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뿐인 것은 아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그리드가 온전치 못해 버려지는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이 330억 kwh라고 하며,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 중 12%도 버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이제는 대규모 중앙집중형 전력생산 시설이 아니라, 분산형 자원을 통해 전력을 현지에서 공급하고 소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착취를 기반으로 한 도시 시스템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쟝먼의 핵연료공장 반대 시위는 커다란 시스템에 균열을 냈던 사건으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참고문헌>

김남영·윤순진 (2016). 광둥 쟝먼 핵연료공장 반대 시위를 통해 본 중국 반핵 진영의 스케일 정치. 환경사회학연구ECO. 20(2).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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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통계연감 (2013)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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