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후보 선본에게
    [제안] '홍준표의 노조 비난 궤변'
        2017년 04월 26일 1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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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는 성폭행 범죄 모의자인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고 즉각 사퇴해야 하며, 그와는 TV토론에서 말을 섞지 않고 토론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3차와 4차 TV토론에서 그 약속대로 심상정은 홍준표와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다.

    하지만 홍준표가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 민주노조를 귀족노조, 강성노조라고 비난하며 이런 노조 때문에 경제가 안 살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국민들이 고통 받는다는 얼토당토않는 일방적 비난과 가짜 뉴스 같은 발언을 쏟아내는데 결과적으로 묵묵부답으로 대응한 꼴이 되었는데, 이 부분에 한에서만은 반박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홍준표의 주장 요지는 간단하다. 3%도 안 되는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보다 더 힘이 세고 갑이라는 주장이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노조 때문이 아니다. 노동자 수 기준이 아니라 사업장 수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노조는 3%도 안 된다. 노동자 수 기준으로 보더라도 민주노총, 한국노총 합쳐 10%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데 2014년 기업활동조사(50인 이상 기업 전수조사)를 보면, 다수의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노조가 없는 기업이다. 삼성만 봐라. 삼성의 신규 설비투자는 거의 해외에서 이뤄진다. 삼성에 노조가 있나? 노조가 힘이 세고 고임금이고 기업 활동을 방해해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첫 번째 단계부터 홍준표의 주장은 거짓이다.

    해외직접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지 시장 개척이다.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과 유럽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그게 일차적 목적이다.

    또한 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간 기업들은 현지 토착화에 실패하고 대부분 회귀하거나 다른 곳으로 갔다. 중국에서 버티는 한국투자기업들은 대부분 기술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다. 노조가 임금 올려 해외로 나간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생산해서 해외로 나갔지만 현재는 투자조건이 개선되어(세계화, FTA 등)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더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2009년도 이후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왔다. 해외직접투자기업이 중간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면서 고용이 줄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증적 결과를 보면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고용을 대체하는 효과와 국내 고용을 늘리는 상반된 효과가 함께 나온다. 해외직접투자 때문에 국내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이 맞지 않은 이유다.

    한 가지 더. 한국 기업이 투자를 줄여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가? 2000년대 이후 한국 기업들이 주요 국가들 중에서 유형자산투자와 연구개발투자를 가장 많이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일자리를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정자본투자를 통해 노동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그 말이다.

    2010년대 이후에는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위기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상수익이 줄어드는데 자본가들이 왜 투자를 하겠나?

    쟁점은 해외직접투자는 노조 때문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국내에 투자해도 일자리 증가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공공부분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논리는 무조건 강성노조 때문에 투자가 안 되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홍준표의 궤변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공공과 정부의 개입은 낡은 것이고 민간과 시장 주도적으로 경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안철수의 사장님 마인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세계적 경제 위기와 수요 부족 및 낮은 이윤 때문에 투자를 꺼리거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시장의 논리에 경제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개입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건, 홍준표 만이 아니라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심상정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굳이 홍준표와의 1대1 토론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적절한 발언 시간을 활용하면 될 거 같다.

    “어떤 후보는 성폭력 범죄 모의를 자랑스럽게 떠드는 것에 이어 노조가 재벌 회장보다 더 갑이고 더 센 사람이고, 노조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궤변을 하고 있다. 이는 성폭력 범죄 모의 못지 않은 국민과 노동자에 대한 범죄적 언어폭력이다. 노동자를 공돌이 공순이 취급하던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3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극단적 극우파의 입장과 다름 없다.

    외국의 극단적 극우파들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극우 성향의 아베 총리도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지향하는 정책을 모색하고 노조와 직접 대화하면서 경제 활성화 정책을 도모하는데, 한국의 어떤 대통령 후보는 노조 때문에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현실이 참 슬프고,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게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뭐, 이런 종류의 멘트가 다음 토론회에서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필자소개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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