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선,
극우파 대통령 막아내다
중도좌파 판 데어 벨렌 후보 당선
    2016년 12월 05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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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관련 기사 링크)와 같은 날인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 결과 예상을 뒤엎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당선됐다. 선거 직전까지의 여론조사는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전후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우려한 표심이 막판에 판 데어 벨렌 후보에게 결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렌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당선자

이번 선거는 반(反)이민·반 유럽연합(EU) 구호를 전면에 내건 극우파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와 이에 맞서는 녹색당 출신의 무소속 판 데어 벨렌 후보의 대결로 유럽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노르베르트 호퍼는 동유럽에 불고 있는 반(反)이민 정서에 힘입어 당선이 유력했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5월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호퍼 후보가 무려 36%의 득표율을 올리며 1위를 차지하며 유럽을 충격에 빠트렸다. 집권 대연정 다수당인 사민당과 국민당(APP)의 후보들은 결선투표에도 오르지 못해 충격은 더욱 컸다. 사민당의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총리직을 사퇴하고 녹색당 출신의 무소속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했다.

결선투표에서 극우 자유당의 호퍼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오스트리아를 충격에 빠트렸지만 우편투표에서 판 데어 벨렌이 극적으로 역전하며 한숨을 돌렸다. 극우 자유당의 호퍼 후보는 우편투표의 개표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예상과 달리 대법원은 우편투표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재선거에 돌입했다. 그동안 난민 숫자는 동유럽 전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반난민을 선동하는 호퍼 후보의 지지율이 판 데어 벨렌를 줄곧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는 호퍼 후보가 5~7% 가량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개표 결과 판 데어 벨렌이 약 7% 정도 앞서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극우파 대통령의 탄생은 좌절됐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명예직이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의회 해산권을 가지고 있다. 자유당의 지지율이 사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호퍼의 당선은 곧 의회의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이어질 전망이었다. 단순히 극우 대통령의 탄생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극우정당의 집권이라는 악몽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극우 자유당은 창당의 주역인 외르크 하이더가 떠나면서 한때 위기를 맡기도 했지만 대중 호소력이 높은 30대의 젊은 하인즈 크리스천 스트라체가 대표를 맡으면서 빠르게 예전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극우 대통령의 탄생은 저지했지만 차기 총선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자유당이 높은 지지율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집권 사민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에서 사민당과 국민당의 연정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폴란드에 이어 오스트리아까지 극우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한층 유력해진 상황이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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