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렌치 총리 사퇴,
    개헌 국민투표 '반대' 승리
    높은 청년실업률 등이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로 이어져
        2016년 12월 05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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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렌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자신의 거취와 연계시킨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패배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2014년 2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렌치 총리는 2년 9개월 만에 사퇴하게 됐다. 국민투표 출구조사에서는 부결이 20% 가까운 큰 격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 90% 개표된 현재, 반대 59.7% 찬성 40.3%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고쳐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상원의 역할을 자문기구 성격으로 바꿔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투표이다. 렌치 총리는 현행 상·하원 체제의 비효율성과 정치 불안을 이유로 헌법 개정을 추진했고, 부결 시에는 총리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탈리아는 2차 대전 후 70년 동안 63차례나 정부가 바뀔 만큼 정치적 불안이 일상화되었다. 렌치 총리는 이를 이탈리아의 전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규정하고 상원 축소와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여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는 헌법 개정을 승부수로 던졌지만 실패했다. 렌치 총리는 스스로를 제3의 길을 표방했던 영국 노동당 블레어 전 총리 정치노선의 후계자로 자임하며 중도좌파 민주당을 오른쪽으로 이끌어왔다. 노조와 민주당 내 좌파의 반발을 감수하고 시장 친화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신흥 포퓰리즘 정당인 제1야당 오성운동(M5S)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북부동맹 등 우파 세력들은 이번 국민투표를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렌치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하고 국민투표 부결 운동을 전개했었다. 북부동맹 등 우파세력들은 반 난민·반 EU 입장을 뚜렷이 하고있고 오성운동도 이탈리아의 유로존 잔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며 브렉시트와 같은 유로존 잔류 여부에 대해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의 3번째 경제 규모이다.

    2009년 피렌체 시장에 당선되며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기성 정치의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개혁가를 자임했던 렌치 총리는 역설적으로 기성 정치, 기득권 정치 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올해 여름까지의 우세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낙마하게 됐다.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을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과 거리두기로 규정하며 이를 이번 국민투표에 적극 활용한 야당들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개헌을 의제로 한 것으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의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기존의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투표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로존의 청년실업률이 18% 전후인 것에 비해 이탈리아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4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넘어 포기상태에 이르고 기성정치에 대해 분노하는 청년들의 표심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이다. 또한 유럽으로 쏟아지는 난민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던 이탈리아 현실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 이탈리아는 2018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를 치를 때까지는 과도 정부가 꾸려져 총선을 대비한 선거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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