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한계·과제
    '진보통합' 정의당 1주년
    [4인 대담]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
        2016년 11월 25일 05: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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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국민모임, 진보결집+, 노동정치연대 4조직의 통합이 1주년을 맞았다(관련기사 링크). <레디앙>은 4조직의 진보통합 1주년을 맞아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커피숍에서 이혁재 정의당 사무총장(정의당),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국민모임 대변인), 권태훈 정의당 서초구지역위원장(진보결집+ 공동대표), 이병렬 정의당 부대표(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 등 통합 당시 4조직의 집행책임자들을 만나 4자 통합 이후 성과와 향후 과제들에 대한 대담을 가져봤다. 대담의 사회는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이 맡았다.

    대담은 ▲통합 이후 성과와 과제 ▲정체된 지지율 ▲진보진영 내 정치적 대표성 ▲또 다른 진보결집 ▲현 시국에서의 정의당의 전략 등을 핵심주제로 진행됐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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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인

    오른쪽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권태훈 이혁재 이병렬 양기환 정종권

    4조직 통합의 성과와 아쉬움, 그리고 여전한 과제들

    지난 4월 총선을 거치면서 당원 수가 상당히 늘었고 기존 정의당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됐던 노동의제 보완이나 시민사회와의 관계 개선, 지역위원회 활동 활성화 등이 성과로 평가됐다. 반면 기대했던 것만큼 조직된 노동자들을 끌어 모으지는 못한 데에 대한 양적 확대의 아쉬움이나 한 자리 수에 머무는 지지율, 차기 리더십 부재 등은 향후 정의당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 : 진보진영의 대통합은 아니지만 지난해 4조직이 의미 있는 진보통합을 만들어냈다. 1년이 지나면서 화학적 결합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진보통합의 의미와 성과, 아쉬움이 있다면?

    권태훈 정의당 서초구지역위원장(진보결집+) : 당원 수 증가에 있어서 정의당이 진보진영의 대표정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든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구 정의당도 열심히 해왔지만 4자 통합으로 부족한 2%를 채운 게 아닌가 싶다. 김세균 선생님(전 정의당 공동대표)을 통해 사회운동과의 관계가 개선됐고, 노동정치연대가 통합에 합류하면서 노동에 대한 정의당의 부족한 점이 어느 정도 보완이 됐다. 윈-윈 할 수 있는 통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쉬움이나 한계도 있다고 본다. 저 같은 경우 당명 개정 국면에서의 아쉬움이 있다. 단지 정의당 이름을 고쳐야만 체면이 선다는 것이 아니라, 4자 통합으로 보완된 정의당을 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당명이 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그 합의가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이었던 상황에서 합의에 수반되는 리더십이 적절하게 발휘가 됐냐는 면에선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가 이후 당 활동의 부담으로 남아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쉬움은 뒤로 남기고 더 열심히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당명개정 문제가 남긴 과제는 있다고 본다. 내년에 강령 개정 논의를 해야 하는데 정의당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동지적 애정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

    이혁재 정의당 사무총장(정의당) : 진보재편을 통해서 정의당의 기반을 강화하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조직적 기반이 강화되거나 폭넓은 민중진영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그것은 주체적 문제도 있었겠지만 진보정당을 둘러싼 민중진영의 관계에 있어서 정의당이 그만큼 리딩할 수 있는 수준이 안됐다고 겸허히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한 면은 있다. 기초조직, 지역위원회를 이끌어갈 활동가는 진보정당의 토대인데 그 동안은 취약했다. 이번 진보재편 과정에서 들어온 상당수의 활동가가 편입되면서 지역조직이 강화되고 실천력이 높아진 점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충돌한 부분도 있다. 예컨대 메갈리아 논쟁의 경우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었는데도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이 적대적으로 비화되면서 당내 우려와 갈등이 컸다. 지금에 와서 평가해보면 이런 부분도 우리당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보고, 그래서 상당히 강화한 것이 교육연수단이었다. 현재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이질적인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병렬 정의당 부대표(노동정치연대) : 노동정치연대가 노동정치세력을 전반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적으로 결합한 것 자체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자체가 힘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노동정치연대로 조직적으로 결합한 공공 노동자들을 제외하면 주력 중 하나라고 하는 금속 노동자들이 거의 다 빠졌고 또 다른 연맹들도 합류가 안 되면서 좀 힘이 빠진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후에도 비례대표 경선이나 당명 문제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해있는 노동정치연대 입장이 반영이 되지 못하면서 주요 활동가들이 당 활동에 상당히 소극화된 지점은 아쉬움과 한계로 남는다. 그렇지만 4자 통합으로 양적확대를 이뤘고 토대가 넓어졌다고 본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43%가 정의당을 지지하고 있고 ‘우리의 진보정당이다’라고 보는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국민모임) : 유구무언이다.

    이-권

    왼쪽에서 이혁재 권태훈

    4조직 통합에도 진보·노동진영 대표성을 얻지 못한 정의당,
    그 현실적 진단과 해법에 대한 갑론을박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나왔다. 급진적 의제를 통한 보수야당과의 차별화 전략, 정당 일체감 강화, 비당원 지지층 견인, 노·농·빈으로 구성된 전략적 지지층, 비정규 노동 사업 실천 등이 제기됐다.

    정종권 : 4조직의 통합이 기대한 만큼은 아니라도 정의당의 위상과 처지가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진보정치 내의 난맥상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롤모델은 아니지만 당시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에서의 대표성은 갖고 있었다. 민주노동당과 비교해서 정의당은 아직도 민주노총 내에서도 43% 정도의 지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진보진영 내 정치적 대표성을 갖기엔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양기환 : 통합된 정의당의 반 발자국 뒤에 있는 제가 볼 땐 아쉬움이 있다. 진보정당임에도 기존 보수야당들과의 차별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데 있어서도 ‘그것이 실현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담대한, 박근혜 정부 이후 한국사회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의제를 던지면서 일관되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데 현실정치라고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너무 종속된 나머지 굉장히 살얼음 걷는 식으로 조심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담대한 의제를 던지는 일관된 행보는 임계치에 도달하면 굉장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근본적 의제를 통해 보수정당과 차별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실 4조직 통합 이후에도 ‘이게 정의당의 브랜드다’하는 게 없지 않나.

    정종권 : 주제와 조금 벗어난 얘기일 수도 있다. 진보정치에 필요한 면에 대한 양 진단이 있는 것 같다. 리얼리스트(현실주의자)의 자세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오히려 현실에 너무 매몰되면서 진보의 이상, 아이디얼리스트(이상주의자)로서의 역할이 부족한 것이 문제인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번 진단이 필요한 주제라는 생각도 든다.

    권태훈 : 급진적인 건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급진주의는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고 결과적으론 급진적이기도 어렵다. 그래서 급진적인 상상을 안 하는 게 문제이거나, 현실적 고려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대립항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이혁재 : 정의당은 현실정치 내에서 정책적인 부분이 부족하지는 않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정책공약을 2천 페이지나 냈고, 대한민국에서 나올 수 있는 진보정당의 정책 중 가장 훌륭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우리 정당이 원외에서 보기엔 개량화된 모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주의 정치 노선 걷고 있는 원내 정당이 급진적인 목소리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진보정당이 크지 못 하는 본질적 이유는 진보정당에 대한 ‘정당일체감’이 굉장히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을 키웠을 땐 10년 동안 정당일체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 분당과 분열을 반복하면서 정의당은 진보정당에 대한 정당일체감이 제로인 상태에서 시작했다. 지난 4년은 진보정당에 대한 정당일체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고 4년의 노력으로 지지율이 8%까지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4조직 통합 이후 지역위원회 활동도 기층 국민들과의 정당일체감 만들어낸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그걸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더 센 구호, 더 센 전술을 한다고 대표성을 얻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정종권 : 그럼 정당일체감은 어떻게 가능한가. 시간만 지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

    이혁재 : 관계로부터 형성된다고 본다. 가장 무서운 게 유권자의 지지로 굳어진 정당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당 기반의 1차적 요소는 당원이다. 꾸준하게 당원 확대가 이뤄지는 정당은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는다. 정의당은 대한민국 원내정당 중 유일하게 당원 확대가 되는 정당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리더십, 간부들과 유권자의 관계형성이다. 사실 진보정의당 창당부터 지금까지 그런 요소가 굉장히 취약했다. 창당 당시엔 노회찬, 심상정의 말폭탄만 있었지 유권자와의 관계형성이 없었다. 지금은 시·도당이 바로서고 지역위원회 활동비가 지급되면서 지역위원회 차원에서의 정치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의당의 기반과 정당일체감이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양기환 : 저는 정의당 밖의 지지층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내가 정의당의 당원은 아니지만 투표를 한다면 저 당이어야 한다”라는 마음 같은 거다. 진성당원, 당비를 내는 당원에만 한정해서 이 사람들의 요구에만 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문하는 거다. 당원이 아닌 무수한 지지층들이 있고 이들을 견인해야 한다고 본다.

    정종권 : 이혁재 총장은 현실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행보와 시각을 강조했고, 양기환 이사장은 이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러면 주제를 좁혀서 정의당의 노동진영 내 대표성은 어떻다고 보나.

    이병렬 : 기존에 해왔던 분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이 유지된 것은 높이 평가한다. 그동안은 가건물을 지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중요한 건 어떤 경우에도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전략적 지지층, 특히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당원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거다. 충성도 높은 당원은 여전히 조직된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들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권태훈 : 진보진영 전체를 10으로 보면 정의당이 민주노총에 5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나머지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현실적으로 고민할 문제다. 사회운동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자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어떻게 넓힐 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고 비정규 노동운동도 말만 있지 진행하는 사업은 없거나 미흡하다. 당내 민주노총 운동에 반감이 있는 분도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제대로 된 노동교육도 하고, 정규직 노동운동과의 결합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제안해야 한다.

    물론 청년세대 육성을 위해 부대표도 별도로 있고 여러 가지 투자를 하고 일정한 성과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비정규 운동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당원이) 늘지 않았던 거라고 본다. 당이 말만 하고 안 한 사업이 무엇인가. 우선 비정규 운동, 당이 신고센터도 만들고 여러 가지 한 걸로 아는데 다 간판만 있지 정작 일을 하는 분들은 없다. 그러면 사람들은 정의당이 사안 터지면 기자회견 하는데 후속 조치는 없으니 실망할 거 아닌가. 끈질기게 2~3년 계획을 세워서 실천을 해야 진정성이 나타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노동에 대해선 립서비스만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계속 이런 식이면 지금 있는 노동자 당원들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양-이

    왼쪽에서 양기환 이병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정의당의 역할

    정종권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현 정국에서의 정의당의 당론과 역할은 무엇인가.

    이혁재 : 11월 26일까지는 광장의 물결과 함께 퇴진 투쟁을 벌여나가자는 방침이다. 다만 26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효를 주고 그 이후에도 퇴진하지 않으면 강제로 퇴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핵, 임기단축 개헌, 이른바 ‘국민 탄핵’을 포함한 다양한 각도의 실현 가능한 전술을 구사하자는 것이 우리당의 당론이다.

    정종권 : 탄핵 절차, 이 국면들은 어떻게 해쳐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혁재 : 핵심 요소의 1차 관문이 새누리당의 분열이다. 새누리당의 분열 없이 탄핵 논의는 도박이다. 새누리당의 분열 조짐을 기초로 했을 때 이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고 정세변화와 연관해서 시점을 고려할 수 있고 보완제로 논의하는 게 임기단축 개헌이다.

    정종권 : 헌법재판소 재판관 성향이 보수적이고 또 내년 1~3월쯤 2명이 결원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혁재 : 그것도 우려가 있는 걸 알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역동적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야 하지만 또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 필요하면 탄핵에 돌입하고 이후 우선적 과제는 헌재를 압박하는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재판관들의 일탈행위가 예측된다면 다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보완제로 논의하는 게 임기단축 개헌이고, 시간적으로도 탄핵보다 훨씬 짧다.

    정종권 : 임기단축 개헌이라고 하니 헷갈린다. 차라리 ‘탄핵 국민투표’가 더 쉬운 표현인 것 같다. 더군다나 개헌 프레임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본다. 개헌과 관련해선 자칫하면 블랙홀이 될 수 있으니까.

    권태훈 : 시국회의에서 탄핵 반대 의견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건 지나친 생각이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쓰라는 게 현재 국민들의 의견이라고 본다. 탄핵도 그 수단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밖에 없잖나.

    이혁재 사무총장의 말처럼, 탄핵이 가능하려면 새누리당이 깨져야 하고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동요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 퇴진·탄핵으로 강제해온 것은 거리에 있는 촛불의 힘이다. 그 힘 사라지면 새누리당의 분열도, 국회 탄핵도, 헌재도 판결도 어렵다. 때문에 원내 전술과 촛불 전술을 확실하게 균형 갖고 끌고 가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시국회의 분들은 탄핵하겠다고 하면 거리에서 촛불은 철수하고 원내에서만 얘기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밖에서 촛불시위만 한다고 해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때문에 두 길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당도 지금까지 균형 있게 추진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양기환 : 이건 조금 다른 얘기다. 이런 시국에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보수정당과 차별성 갖는 것인데 좀 답답한 구석이 있다. 박근혜 게이트의 비리나 의혹은 종편까지도 경쟁적으로 하고 있으니 다 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이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냐, 이것을 정의당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고 본다.

    최순실 말을 들어서 나온 박근혜의 정책과 공약이라 문제인건가, 그러면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없고 박근혜가 참모진과 모여서 만든 것이라면 봐줄 수 있나. 본질적으로 박근혜 이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이런 희망을 정치권이 줘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박근혜 게이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확장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정권의 게이트로 그친다면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비정규직이 만연하고, 자본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좌절 느낄 수 있다. 이 때에 정의당이 먼저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한국사회를 바꿀 최대공약을 만들어서 던져주자는 거다. 그런 것들이 병행되면서 박근혜 물러나라 해줘야하는 게 지금 그런 게 없다.

    정종권 : 중요한 지적이라고 본다.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프로세스와 전략도 중요하지만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망가진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한 자리 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저조한 노·심

    정의당은 원내정당 중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장외 투쟁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하야를 전면 거부하기 전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던 ‘질서 있는 퇴진’ 프로세스를 제안한 것도 정의당이었다. 자신들의 이해 때문에 흔들리는 더불어민주당을 견인하는 데에 정의당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정의당 지지율은 눈에 띄게 오르지 않는다. 시종일관 주춤대고 머뭇대던 민주당은 30%대를 돌파했고 국민의당은 10% 후반까지 올랐다. 정의당도 3%에서 6% 혹은 4%에서 8% 정도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역할과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정종권 : 정의당 지지율이 이재명 성남시장과 비교가 된다. 당 지지율은 오르지만 정의당의 실천력에 비하면 미미하다. 더 심각한 건 노회찬·심상정 등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지지율은 아예 잡히지도 않는다는 거다. 왜 그런지 진단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양기환 이사장이 일관되게 지적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보인다. 박근혜 끌어내리기 경쟁은 민주당, 국민의당이 더 그럴 듯하게 보이니까.

    권태훈 : 정의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거라고 보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율이 2배가 뛰었나. 물론 당이 기울인 노력에 비하면 당원들은 아쉽게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다만 지지율이 욕심껏 오르지 않는 이유는 국민들이 이 판을 차기 권력과 관련된다고 보기 때문일 거다. 박근혜 퇴진 이후의 정부는 어떠할까, 그랬을 때 그걸 놓고 각축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 판이 흘러가는데 정의당은 거기에서 제외돼있는 거다. 노회찬과 심상정, 걸출한 정치인이 있지만 호남에 물어보면 정의당은 야권연대해서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한테 그런 인식이 형성된 결정적 선거가 이번 총선이다. 차기 정부에 대한 비전이 없는 세력에 국민들이 표를 줄 이유가 없다. 정의당이 하는 건 마음에 들지만 이 당에 지지세를 모아 현실을 변화할 수 있다는 느낌이 안 들기 때문에. 이것은 정의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아니라 이후에 더 오르기 위한 장애 요인이 될 거라고 본다.

    이병렬 : 심삼정, 노회찬의 지지율이 올라가려면 당 지지율이 올라가야 한다. 정의당의 조직적 목표가 뭐냐고 했을 때, 1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드는 거라고 본다. 그 콘크리트 지지층을 검증할 수 있는 건 대선이라고 생각한다. 최소 5%에서 최대 10% 정도는 우리가 무조건 나가면 찍는다, 이런 정도를 만들어놔야 뭐가 된다. 콘크리트 지지층 10%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대선에 나가는 것이 정의당의 조직적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종권 : 정의당과 노회찬·심상정 등의 정치인이 신흥세력, 새로운 참신한 세력으로 보이나? 오히려 좀 오래된 진보, 진보정치이지만 기성정치의 일원이라는 이미지가 국민들 속에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이혁재 : 정권교체를 하려고 하는 게 대중 열망이다. 유권자들은 당장 정권교체를 바라는데 정의당 후보론 안 된다고 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도 안 잡히는 거다. 그럼에도 정의당이 성장하는 이유는 ‘좋은 정당’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의 열망과 좋은 정당을 원하는 열망은 다르다고 본다. 현 시점에선 정의당 같은 정당이 커야 정치가 달라진다는 열망이 있고 그래서 1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 좋은 정당 만드는 건 제일 중요한 요소이고, 그 좋은 정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리더십도 나오고 성장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천호선 등 그나마 알려진 인물들의 리더십 중심으로 정당을 끌어왔다. 이제는 정당 체계가 완비됐기 때문에 정당이 리더십 배출하는 구조로 가야하고, 갈 수 있다고 본다.

    권태훈 : 노회찬·심상정·유시민은 우리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그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 주변에 입당한 친구들이나 입당은 안했지만 선거 때 도움을 주는 친구들 보면 노회찬, 심상정에 물린 건 사실이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노·심 이후 리더십이 안보여서 역동성이 없어 보인다는 거다. 그 다음은 노·심 리더십 자체도 정체돼있다고 보는 것 같다. 깨끗한 진보정치인을 넘어서 광역지자체장이나 대권 정도를 하려면 이슈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데 깨끗한 진보 정치인으로만 15년을 끌고 온 거다.

    밝은 불빛에 있으면 작은 불빛은 잘 안 보이는 법이다. 당내 여러 젊은 정치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데 노·심이 있으면 잘 안 보인다.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없다. 과연 그 분들의 성장이 정의당의 차세대 리더십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쓰이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병렬 :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하려해도 3선이나 돼야 한다. 그 정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노회하다고 하면 정치라는 게 2, 3선만 하고 그만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너만 크려고 하고 왜 안 키워주냐’고 하는 것도 안 된다. 심상정, 노회찬도 자기 크기도 바쁘다. 오히려 ‘너네도 제대로 커라’ 해야 한다고 본다.

    4인

    앞으로의 성장전략, 홀로서기냐 제2의 진보재편이냐

    정종권 : 앞으로 진보진영의 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한 경로에서, 정의당이 이제는 홀로서기를 통해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작년 4자 통합과 같은 재편 노력을 지속할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선택의 문제는 아니지만 강조점을 둔다면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구분이다.

    이혁재 : 진보재편을 통해 당이 성장하는 시기는 끝났다고 본다. 인위적 통합에 얽매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정치현실을 분석해보면 국민의당은 스윙 보터(특정 진영보다는 사안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유권자층)에 의해 성장했다. 국민을 정치성향으로 분류하면 보수진영이 40%, 정의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이 35%, 나머지 25%는 부동층이다. 국민의당은 부동층 25%에서 상당한 표를 획득했고 40%와 35%의 일부를 가져가면서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 제2당(26.74%)이 됐다. 처음부터 교섭단체로 시작한 당이기도 하다. 정의당은 그 스윙보터를 흡입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가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선투표라든지 비례성 강화 선거제도가 반영되기 전까진 정의당이 1당으로 성장하긴 어렵다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다만 우리 정당이 성장하기 위해선 민중연합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 10%의 잠식이 아닌, 민주당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에 더 유리한 전략이라고 본다. 때문에 밀도 있는 민중진영과의 결합도 중요하지만 선명야당으로서의 자기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병렬 : 냉정하게 보면 이번 총선에서 정당 투표를 할 때에도 3%를 간신히 넘기는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본다. 우리가 잘해서 7%를 얻은 게 아니라는 거다. 통합을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들어오라는 건 결과적으로 안 들어와도 된다는 건데 결과적으로 대표 진보정당으로 가려면 진보정치세력과의 통합이 필요하다. 특히 노·농·빈의 확고한 지지 없이, 콘크리트 지지층이 만들어지겠냐는 거다.

    정종권 : 통합과 재편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시기는 지났다는 이혁재 사무총장의 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재편과 연합을 통한 정당의 덩치와 규모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혁재 : 진보통합은 끝이 없다고 본다. 4자 재편을 통해서 우리당은 노동 대중의 지지를 상당히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정 세력과 통합을 한다고 해도 대중의 지지가 급격히 확대된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본다. 분열적 요인이 계속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거 정치세력이 통합해야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거기에 방점을 두기 보단 우리 실력을 더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서 당을 성장시키자는 거다.

    정종권 : 통합이 아니면 힘들다는 생각에는, 예를 들어 영남지역 특히 울산 같은 곳에서는 정의당의 기본 조직력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이 있는 거 같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자체 플랜이 있다면 이해가 가는데, 그런 플랜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연합과 재편을 거부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정의당은 수도권의 정당 지지율도 버티는 것이 되는데 이조차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빼고 자력으로 당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공중에 붕 뜨는 뿌리가 약한 정당이 될 수 있다. 강하고 단단한 지지층이 있어야 자력으로 해나갈 수 있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력 성장 노선과 재편과 연합 노선의 양 날개가 필요한 거 아닌가?

    이혁재 : 국민의당은 울산에 당원이 100명도 안되고 인천도 그렇다. 그래도 15~16% 지지율 나온다. 결국 당원 수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전국정당 지지율이 10% 나오면 울산 등이 아무리 허약해도 8~9% 나온다.

    정종권 :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게 이 총장이 보수진영 40%라고 했는데 그 중의 상당수가 저소득, 저학력 등 기층 민중들이 포함돼 있다. 정치적 선택에서 보수화되고 있는 40% 중에서 노동·민중 층은 진보쪽으로 데려와야 하는 거 아닌가. 프랑스 국민전선 등의 극우정당이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계층의 상당수가 노동자층이다. 이념성향으로 40%, 35%, 20%로 나누고 범야권진영인 35%내에서 고민을 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

    이혁재 : 아직 소수정당이고 5%를 전후한 정당이 강한 메시지와 센 언어를 구사한다고 그 층들이 이쪽으로 오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런 확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본 임계점에는 도달해야 한다. 정당 지지율 10%가 그 임계점이라면 그까지의 성장 전략은 우리 지지층을 조직하고 강화하는 방향을 일관되게 밀고 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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