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만 긴 침묵
    여야 한목소리, 최순실 국정농단 성토
    우상호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 대상"
        2016년 10월 25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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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K스포츠 논란의 중심에 있던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미리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여야 모두 유례없는 권력형 게이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들은 물론 여당까지도 이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보도에 제기된 문제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민들께 직접 소명하고, 입장을 밝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시라”며 “건국 이후 최초의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사태를 초래한 인사 검증의 책임,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의 계획적이고 부도덕한 호가호위, 치부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 민정수석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금 자리를 보존하면서 청와대 기밀 노출, 공직기강 해이의 진상을 밝힐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정당국은 청와대의 누가, 왜 일개 자연인에게 불과한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서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는지, 이들이 결탁해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어떤 국정농단을 했는지 한 점의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국회 법사위원장) 또한 ‘최순실 연설문 수정 사건’에 대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개탄스럽다. 있어서 안 되고 상상하기조차 싫은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덮을 수도 없고 덮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국민 분노와 경악이 도를 넘고 있다. 우리 당도 이 문제만큼은 청와대를 비호하거나 옹호해서는 안 된다”면서 “청와대는 이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빠른 시간 내에 조사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해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던 새누리당이 최순실 연설문 사건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역대 정권과는 차원이 다른 최순실 게이트에 더 이상 출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며 “청와대의 입장과 해명을 먼저 들어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설문이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할 때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듣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 기자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며 “제가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아주 다양하게 언론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문학인들 이야기도 듣고, 완전 일반인들, 또 친구 이야기도 듣고 한다”며,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대상”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집중 추궁해왔던 야당들은 대통령 연설문까지 수정한 이번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도 어안이 벙벙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청와대가 어떻게 이렇게 운영되는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라며 “아무리 현직 대통령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검열하고, 심지어 국무회의 자료까지도 사전에 보고받고 정정시켰다고 하면 이것은 중대한 국정논란이고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께서 개헌 발의를 한다고 하지만 최순실씨가 도망쳐버렸는데, 개헌안은 누가 수정시켜주겠는가. 최순실 없는 개헌안은 아마 발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자백이 필요하다”며 “국민은 과거 정권의 대통령 아들 국정농단 사건보다 훨씬 큰 이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 역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 박 대통령의 해명 이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최순실 특검’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 차원을 넘었다”며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것은 최순실이 통치를 감수(監修)했다는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국정농단을 넘어 헌정문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 상임대표는 “여기저기서 증거인멸이 자행되고 있다. 검찰은 마지못해 수사 흉내만 내고 있다”면서 “여야 3당에 다시 한 번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제안한다.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 연설문 유출에 대해 국정조사를 긴급히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지금 집중해야 할 문제는 ‘최순실에게 연설문까지 감수시켰던 황당무계한 사태’가 본인이 직접 지시한 일인지, 아니면 측근들이 벌인 일인지 국민들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것”이라며 “한심한 이 사태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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