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시 청문회법',
    대통령 또 거부권 행사?
    미국, 훨씬 강한 '상시 청문회' 운용
        2016년 05월 20일 12: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대 국회에선 ‘폭주’하는 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보다 강화된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 극적으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 지원 의혹, 백남기 농민 국가 폭력 사건 등 정부여당이 꺼리는 현안도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마련한 이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가 법률안 이외의 주요 안건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 국회법은 ‘법률안의 심사를 위해선 3분의 1의 요구가 있을 때’, ‘중요 안건의 심사를 위해서 과반수가 요구될 때’ 상임위가 청문회를 열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중요 안건’에 대한 여야 해석이 갈리면서 본회의를 거쳐야 청문회 개최가 가능했다. 여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나서면 청문회 성사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정의화 국회법 개정안’은 이 문턱을 낮춰 상임위 차원의 의결만으로도, ‘중요 안건’이 아니라도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한 것이다.

    원래 청문회는 미국 의회에서 시작된 것으로 20세기 후반에 다른 나라로 전파되어 중요한 현안에 대한 조사나 사회적 공론으로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청문회를 도입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청문회 제도를 의회 정치의 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이미 한국의 이 개정안보다 훨씬 강력한 형태의 ‘상시 청문회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국회가 개원 중일 때엔 입법 청문회, 정부 활동에 대한 조사·심사 청문회, 인준(사) 청문회 등 다양한 형식의 청문회가 매일 진행되고 많게는 하루에 10개 이상이 열리기도 한다.

    특히 미국은 조사·심사 청문회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거대 기업 엔론의 회계부정과 파산 청문회, 1998년 진행된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1973년 워터게이트 조사 청문회가 있다. 정부가 가장 꺼릴 만한 청문회가 바로 이런 형식의 청문회다. 정부의 실책을 국회가 보다 깊이 조사하고 밝혀 국민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청문회

    2015년 미국 의회의 폭스바겐 연비조작 청문회 모습(방송화면)

    개정안이 통과되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청와대는 행정부 마비 등을 이유로 “즉각 개정돼야 한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 상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지원·관제집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등과 같은 여론조작, 반인권적 행태라는 정부의 실책을 국회가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공론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는 것으로 읽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상임위에서 소위원회 별로 청문회를 열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개별주제에 대해서 훨씬 더 이해가 깊어지고 의원들의 전문성도 상당히 잘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는 청문회라는 것이 여야의 합의가 있을 때만 1년에 두세 번 특위를 만들어서 별도로 한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국회가 국민적 관심사를 파헤치기 굉장히 어렵다”며 “진실들이 많이 묻히니까 국민들에겐 ‘국회가 다 그렇지 뭐’ 이런 식의 허무주의가 있었다”고 했다.

    개정안이 유승민·조원진 등 비박계 10명의 찬성표 행사로 통과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이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지도 불투명하다. 여소야대 국회에 친박계에 대한 당내 불신이 강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국회가 개정안을 그대로 처리할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만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