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외
        2016년 05월 14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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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은이) | 나현영 (옮긴이) | 포도밭출판사

    아나키스트

    통념을 깨는 인류학자이자 아나키스트 활동가인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말하는 정치적 행복의 원리들. 인류학은 곧잘 옛날 얘기로 치부되고, 아나키즘은 자주 순진하고 낭만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비전을 이야기하면, 이를테면, 갈등이 고도화되고 이전 시대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주의를 경험한 인류에게는 그런 순진한 비전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삶은 양적으로는 변화했지만 질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아나키스트 인류학이라는 예시적 사회 이론은 앞서의 원리들 속에서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고 말한다. 이에 근거해 자기 삶을 자유롭게 통치하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이들을 위한 사회 이론의 조각들을 펼쳐 보인다. 자율적인 사회와 정치를 가능케 하는 조건에 대한 그의 핵심적 성찰들이 매우 선명하게 간추려져 있다.

    <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은이) | 도희진 (옮긴이)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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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년 동안 중화권 문학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룽잉타이의 에세이 <눈으로 하는 작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별에 관한 책이다. 타인과의 작별이 아니라 가족과의 작별,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헤어짐을 두고 그 작별인사로 읽어도 되는 책이다.

    원제인 ‘목송目送’에는 ‘떠나는 뒷모습을 그저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과 아련함이 묻어난다. 늙은 아버지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딸의 마음, 장성한 아들을 세상 밖으로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 치매에 걸려 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해져가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또다시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과 풍경들.

    룽잉타이는 자신이 마주한 삶의 마디마디를 고스란히 풀어 놓는다. 그 장면 하나하나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짙은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라는 시점으로 쓰인 이 책은 보편적인 우리의 자화상을 거울 들여다보듯 바라보게 한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

    <다 큰 여자>

    정새난슬 (지은이) | 콘텐츠하다

    다 큰 여자

    가수 정태춘, 박은옥의 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싱어송라이터 정새난슬의 첫 번째 에세이집. 정새난슬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서른둘에 펑크밴드의 보컬과 결혼, 딸 원서하를 낳았으며 서른다섯에 이혼했다. 2015년에는 뜨거운 사랑과 현실이 된 사랑에서의 갈등, 출산과 생각보다 컸던 산후 우울감, 2년 간의 짧은 결혼생활 이후 이혼, 그리고 싱글맘으로서 단상을 노래한 디지털 EP [클랩함 정션으로 가는 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 큰 여자>는 성공한 여자의 자기계발적 에세이가 아니다.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고, 빛은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게 돼 있다. 언젠가 나의 치명적인 결함들이 내가 제일 자랑스러워할 특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는 저자의 말처럼 서른 중반의 몸만 커버린 여자로, 어느 누구보다 아팠던 시간과 부족했던 스스로를 인정하는 용감한 고백이자 우울하고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담, 그녀처럼 남들의 시선에 정의되고 싶지 않은 이 시대 여자들에게 보내는 독려이기도 하다.

    <세속 도시의 시인들>

    김도언 (지은이) |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세속 도시의 시인들

    소설가 김도언이 시단의 원로라 할 수 있는 김정환, 황인숙 시인부터 젊은 시인을 대표하는 서효인, 황인찬 시인까지 15명의 시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묶은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이로 참여한 15명의 시인들은 자신의 말과 얼굴을 또렷하고 구별되게 드러내는 시작과 자기 방식의 행보라고 부를 수 있는 행보로 한국 시단의 가장 내밀한 풍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한국 시인들의 인생을 대표하는 시인들이다.

    그리고 인터뷰어인 저자는 이들 시인들의 생생한 육성(대화)을 살리는 동시에 소설의 서사적 원리를 적용해(지문) 시인들의 가족사와 입지전, 그들이 지켜내고 있는 생활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구성해냈다. 이 인터뷰집이 시인이 처한 시의적 사안(새 시집 출간이나 문학상 수상, 문예지 특집기획 등)과 연동되기 마련인 천편일률적인 시인 인터뷰에서 벗어나 ‘문학사회학적’ 가치를 담은 텍스트로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다.

    <죽음연습>

    이경신 (지은이) | 동녘

    죽음연습

    철학자 이경신이 여성주의 인터넷 저널 <일다>에 2012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만 3년이 넘도록 <죽음연습> 이라는 제목 아래 연재한 칼럼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일다>에 기고한 칼럼 51편과 연재가 끝난 후 작성한 ‘여성이 느끼고 체험한 전쟁 속의 죽음’에 관한 두 편의 글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오래전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을 차례로 겪어가면서, ‘죽음’이라는 현상은 저자 개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트라우마처럼 지독한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죽음을 본질적으로 꿰뚫고 싶어 철학을 시작했다는 저자에게 이 책은 자전적 고백이자, 사회의 다양한 죽음을 목도한 철학적 에세이다. 나아가 더 많은 이들과 죽음에 대해 사색해보자고 권유하는 목소리가 진정성 있게 담겨 있는 기록물이다.

    인간의 본능이기도 한 생에 대한 의지를 절실히 공감할 수 있으며,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살아남음을 기뻐할 수밖에 없는 비극. 여러 각도로 목격하게 되는 죽음의 광경을 따라, 우리는 인간의 유한함을 가슴 시리게 깨닫게 된다.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결코 참혹한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사사키 아타루 (지은이) | 김소운 (옮긴이) | 여문책

    춤춰라 우리의밤을

    ‘일본의 니체’, ‘선동하는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푸코, 베냐민, 르장드르, 들뢰즈와 가타리, 베르그송, 롤랑 바르트, 라캉 등의 철학자에서 일본의 춤과 예술의 여신인 아메노우즈메, 저명한 일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와 이토 세이코, 만화가 곤도 요우코, 음악가 존 케이지,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현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번역, 춤, 음악, 회화, 사진, 만화를 아우르는 예술에 관한 논의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현대 철학의 새 장을 열어젖힌 니체와 마찬가지로 문헌학과 서양 철학에 정통한 사사키 아타루의 폭넓은 관심사가 이번 책에서도 다채롭게 폭발한다. 전작들에 익숙한 열혈 독자는 물론 아카루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상세한 옮긴이 주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풍부한 해제(추천의 말)를 달아 난해하기로 소문난 아타루의 지적 세계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장 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

    유병선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고장 난 자본주의에서

    여덟 가지 키워드를 통해 사회적 경제와 기업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어떤 정책적인 도구나 경제 제도로서 사회적 경제를 설명하거나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제시하지 않는다. 삶의 복잡한 양상을 바탕으로 펼칠 수 있는 살림의 또 다른 이야기로서 사회적 경제와 기업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 경제와 기업을 이끌어가는 기본 원리와 뼈대를 살펴보고, 개별 사회적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대안을 이끌어내고 삶을 변화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개별 기업들이 다양하게 펼쳐 보이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관통하는 다른 생각에 주목한다. 사회적 기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든 뒤, 애덤 스미스부터 윌리엄 블레이크까지 선학의 지혜를 통해 사회적 경제의 사회적.철학적.문학적 의미를 찾아본다. 또한 현대사회의 병폐를 탁월하게 짚어낸 칼 폴라니와 지그문트 바우만의 통찰에서 사회적 기업.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실제 사회적 기업의 사례와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선의 폭력>

    시몬느 코르프소스 (지은이) | 김현아 (옮긴이)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한울림스페셜

    시선의 폭력

    장애공감 2080 14권. 장애아 탄생의 현장인 병원을 시작으로 의료진은 물론 장애 관련 종사자와 장애 가족,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깊이 뿌리내린 장애에 대한 부조리한 의식흐름을 정신분석학 기반 위에서 서술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자로 20여 년 동안 장애아와 그 가족들 곁에서 그들을 지원해온 저자 시몬느 소스는 우리 사회를 향해 장애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대면하도록 이끌며, 장애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도록 재촉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인간은 다르면서 닮아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장애에 대한 ‘다름’의 시선을 ‘닮음’의 시선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은 장애를 바라보며 자신의 온전함에 안심하고 상호연계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닮음’의 시선보다 ‘다름’의 시선을 선택하고, 결국 이러한 시선이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시키거나 소외시키는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이 사회의 장애에 대한 편견의 뿌리를 분석하고, 편견에 맞서 장애 인권을 주장한다.

    <책 읽기 금지!>

    디에고 아르볼레다 (지은이) | 라울 사고스페 (그림) | 김정하 (옮긴이) | 분홍고래

    책 읽기 금지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시리즈 5권. 출간 이후 스페인 최고의 문학상을 차례로 수상한 수작이다. 출간 직후에는 스페인 ‘라사리요 상’을 수상했는데, 이 상은 IBBY의 스페인 지부에서 주관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상이다. 또한 2014년 스페인 교육 문화 체육부에서 수여하는 ‘어린이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에도 마이애미의 ‘네 마리 고양이 재단상’과 독일 화이트 레이븐스에 선정되었다.

    이야기는 프랑스의 한 지방 일간지의 작은 광고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문 구석에 난 작은 구인 광고를 보고 기뻐한 지역의 모든 백작과 자작들은 너무나 기뻐 주인공 으젠느 집으로 달려간다. 광고는 다름 아닌 뉴욕의 저명한 집안에서 딸을 위한 가정교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역의 모든 자작과 백작은 그 광고를 보고 왜 기뻐했을까? 그것은 으젠느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으젠느의 특별한 능력에서 이제 해방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으젠느의 특별한 능력은 온갖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사고뭉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집안에서 원하는 가정교사의 조건이 심상치 않다. 수상한 4개의 조항이 있었는데….

    <꽁당보리밥 묵고 방귀 뿡뿡 뀌고>

    이호철 (지은이) | 김종도 (그림) | 고인돌

    꽁당보리밥 먹고

    살아 있는 글읽기 시리즈 18권. 동화로 풀어쓴 사계절 보리농사 이야기다. 이호철 선생님이 들려주는 철 따라 노는 어린 시절 이야기로, 농촌 사람들이 오순도순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정겨운 모습이 가을, 겨울, 봄, 여름 풍경으로 잘 나타나 있다. 어린 시절 호철이가 보리농사 짓는 부모님 일손을 거들며, 보리 들판에서 뛰어놀던 모습이 감칠맛 나는 사투리 입말과 정감 있는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어우러져 있다.

    호철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을에 씨를 뿌리고 겨울이면 보리 들판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봄이면 보리밟기를 하고, 태산보다 높고 호랑이보다 무서운 보릿고개를 지나 여름에 보리를 거두어들이는 모습이 읽는 이로 하여금 직접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모작’이라는 말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었던 어른들에게도 생생하고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임인택 | 하어영 | 임지선 | 류이근 | 최현준 (지은이) | 시대의창

    아동학대에 관한

    우리나라에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1~2주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한 해 37명의 아이들이 맞아 죽거나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늘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끔찍한 사건 앞에서 우리는 쉽게 비난할 대상만을 찾을 뿐 ‘우리’의 문제로 성찰하며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금세 잊어버린다.

    이러한 망각을 거스르기 위해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 다섯 기자는 2008~2014년 우리나라에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실태를 꼼꼼하게 조사했다. 각종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 우리나라 아동 학대의 현주소를 살피고, 알려지지 않았던 아동 학대 사건의 진실을 좇고, 가해자를 인터뷰하고, 피해 아동과 형제자매의 죽음을 겪은 ‘살아남은 아이’들을 만났다.

    또한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과 동행하며 가해자 부모의 거부로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현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아동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사회복지학 교수, 의사, 심리상담가 등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고자 힘썼다. 학대 피해 아동의 죽음 앞에서 또다시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다섯 기자 그리고 이들의 취재를 도운 많은 이들이 함께 기록한 우리 사회의 아동 학대 사망 리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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