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봉제 임금체계가
    청년실업 원인이라고?
    "노동부 장관이 전경련 대변인"
        2016년 05월 12일 05: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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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경제단체의 ‘민원사항’인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조직화된 정규직이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다면 일자리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 아들, 딸 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한 청년실업의 원인을 호봉제 임금체계에서 찾는 것이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전경련 대변인을 자청하고 나섰다며 이기권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기권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매년 업무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임금형태가 기업들이 청년들을 직접 채용하는 것을 기피하게 하고 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핵심원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연공급제는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중장년들에게 갈수록 조기퇴직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어 중장년층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또한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인 비정규직 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청년·중장년층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모두가 호봉제 임금체계의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기업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청년고용을 늘리지 않고 특히 정규직 보단 비정규직 채용 비중을 늘리는 것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다.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은 성과급제 도입이 실업과 임금격차 등 핵심적 노동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포장하는 이 장관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10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경우 9월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기권 장관은 현재의 청년 실업증가와 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내 이중구조 문제, 중장년 노동자들이 겪는 조기퇴출 압박을 연공급형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주장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다”며 “재벌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듣지 않으려면 차라리 전경련 대변인으로 옷을 갈아입으라”고 꼬집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노동부 장관이 불법을 부추기고 노사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린 이기권 장관을 규탄하며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호봉제가 청년실업 등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대해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정규직을 못 뽑는가. 더 싸게 부리다 쉽게 자를 수 있는 비정규직 채용이 자유로운데 어떤 기업이 정규직을 뽑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호봉제 폐지는 양극화 문제의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의 배만 더 불려줄 뿐”이라며, 노동계의 노정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산하 조직으로부터 성과연봉제에 대한 교섭권 위임을 받아 정부에게 노정교섭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개별 기관에 대한 회유와 압박의 강도만 높이고도 비판했다.

    정부가 진정 협의를 원한다면 불법 강압부터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사회 일방 도입이나 불법적 합의 강요를 법에 따라 처벌하고 원상회복해야 한다. 노정교섭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한국노총도 “공공기관장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노동부 장관이 도리어 노동법 위반을 권장 옹호하고 성과연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안을 포장해 노동자·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장관의 행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장관은 더 이상 거짓 주장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또한 이날 상무위 회의에서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시정하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 최근 글로벌 민간기업들에서 성과연봉제는 구시대적 경영관행으로 지목되며 빠르게 퇴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한 평가시스템 정비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성과연봉제 추진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심 상임대표는 “정부가 해야 하는 더 시급한 과제는 공기업 부실과 방만 경영의 주범으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와 부당한 정치적 외압을 끊어내 공공기관의 경영과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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