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참사,
    위험한 옥시의 기업 '비밀'
        2016년 05월 04일 09:43 오전

    Print Friendly

    이번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 한 비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화학제품에 의한 전무후무한 화학물질 중독사건이다.

    환경단체에 의하면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정부가 공식인정한 옥시제품 피해자 177명(사망자 70명)을 포함해서 1천여 명에 이른다. 정부는 현재 3차 피해자 접수를 받고 있다.

    특히, 전체 피해자의 80%가 사용했던 제품을 생산한 옥시레킷벤키저는 유해물질 PHMG 위험성을 알면서도 판매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여론무마용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국민적 공분에 직면해 있다.

    환경보건

    작년 5월 영국 런던의 레킷벤키저 본사를 항의방문한 가습기 피해자 가족들(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기업의 비밀은 생명보다 이윤 때문

    1988년 이황화탄소(CS2) 노출로 1천여 명이 중독되고 100여명이 사망한 원진레이온 사건부터 벤젠 등 발암물질 노출로 2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삼성전자반도체 사건, 그리고 최근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실명위기를 초래한 메틸알콜 중독사건까지…

    피해노동자들은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독성정보를 알 수가 없는 무방비상태였다. 모두가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파렴치한 비밀행각이 빚어낸 참사다.

    또한,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이후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화학물질 정보공개가 제한되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최근 울산 한화케미칼 폭발사고까지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하는 화학물질사고는 화재, 폭발, 누출이라는 면에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모든 사고에서 주민의 알권리는 외면당해 왔다. 어느 누구도 내 주변에 어떤 기업이 어떤 물질을 얼마큼 사용하는지, 그 물질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비극의 출발은 노동자, 주민, 소비자의 알권리보다 기업의 이윤이 우선하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기업의 비밀이 앞선 사회는 위험하다.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옥시 영국본사가 PHMG 성분함유로 문제가 되는 제품을 우리나라에서만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유는 유럽은 화학물질을 소비자 제품에 사용하려면 사전에 안전승인을 받아야 되는 제도가 있고 우리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안전인증제도에 의해 제품개발자가 책임지는 유해성 검사를 통해 사전 승인된 안전한 제품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무방비로 허용된 것이다. 옥시 본사는 이를 악용했고 우리는 제어할 법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간 각종 화학물질사고가 계속되자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여 2015년부터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으로 나누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화평법은 유럽의 사전인증제도라 할 수 있는 REACH(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제한)제도를 적용한 것이다. 1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사업주는 사전에 유해성 평가를 통해 허가받아 등록해야만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REACH제도보다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시행과 참여가 있다면 위험한 물질을 사전에 관리해서 안전한 제품만 시장에 유통되게 할 수 있는 예방차원의 관리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화관법은 등록된 화학물질을 사업장에서 관리하고 사고 시 대응방안을 제도화한 법이다. 특히, 화관법 제12조에 따른 사업장 화학물질 통계조사 내용을 원칙적으로 공개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화학물질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토대는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이러한 법제도에 자신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시행 전부터 죽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면 기업하지 말라는 것으로 경제가 죽는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청와대와 정부에 규제완화를 해 달라는 아우성이다.

    정부는 화평법 차원의 화학물질 사전등록,평가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한다. 위험한 제품이 우리 주변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제도로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2015년 12월 제정된 화관법 상 「화학물질 조사결과 및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이 국민 알권리 보장차원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운영규정은 기업이 통계조사표에 작성·제출한 화학물질 정보내용 중 영업비밀 등의 사유로 비공개를 요청할 경우 환경부는 심의신청서와 비공개 영업비밀 증빙서류 등을 심사하여 비공개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되어있다. 미국의 지역사회알권리법을 일부 도입한 제도인데 무분별한 기업의 비공개신청과 심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인 제도이다.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고 있고 기업의 규제완화 요구는 계속되고 있기에 앞으로의 정부와 관계당국의 행보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교훈인 기업 비밀의 남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새긴다면 우리 사회는 기업의 이윤보다는 국민의 생명, 알권리를 우선시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2016년 ‘비밀은 위험하다’ 화학물질 알권리 온라인 동시행동을 매월 진행 중이다.)

    필자소개
    일과 건강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