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분당, 가능성과 대안?
    2012년 07월 30일 10:28 오전

Print Friendly

통합진보당 상황이 더 극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장 먼저 통합진보당의 소수 좌파그룹이었던 ‘다함께’는 조직적 탈당 입장을 밝혔다. 7월 29일 다함께 운영위의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은 탈당 이유를 “우리가 구당권파의 행태에 분노하는 이유는 그들이 진보의 원칙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종파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참여계

통합진보당 참여계도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7월 29일 오전 당게시판에 당 내 혁신을 위한 투쟁을 할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는 “굳이 당 안에서 혁신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대표는 당 내 투쟁을 위한 세가지 조건으로 △당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나 절차가 더 남아 있는가? △혁신을 시도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가? △일정한 혁신의 성공을 거둔다고 할 경우 그 성공이 국민과 민중의 관점에서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인가? 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상 당 내 잔류하는 것이 의미 없음을 시사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와 연관되는 것으로 국민참여당 전현직 간부 당원 200여명은 29일 대전에서 모여 자신들의 거취와 통합진보당의 미래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제명 부결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두 사람(이석기 김재연)을 우리 당의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며 “통합진보당을 통한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은 실패했다는 국민적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다고 선언하여 사실상 탈당과 분당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

민주노총 또한 중대한 정치적 결정의 기로에 서있다. 박석민 새정치특위 집행위원장은 “개인적으로 통합진보당을 노동정치의 새로운 틀로 개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앞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 등을 재정리하는 것이 총파업을 눈 앞에 둔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당사의 당 명패

총파업을 앞두고 정치방침 논의로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의미이지만 이후 ‘조건부 지지 철회’의 입장에서 ‘지지 철회’로 나갈 가능성을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박 집행위원장은 지난 통합진보당 중앙위에서 추천 중앙위원으로 명단이 올라갔던 유지현, 강규혁 등 일부 산별위원장의 명단과 관련해서는 “민주노총과 조직적으로 상의한 적이 전혀 없으며, 그것은 당에서 개별적으로 각 인사를 접촉하여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또한 중앙위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고,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 부결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구당권파

구당권파 성향의 이상규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상황이 제대로 수습되지 못할 경우 분당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 최대한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수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상황의 중대함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혁신파 입장의 최고위원, 국회의원, 핵심관계자들이 모여 이후 대책 논의를 하였지만 구체적 방향을 잡지는 못한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정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오늘 내일 중으로 다시 모임을 갖고 이후 대책 논의를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통합연대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을 비롯한 통합연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2008년의 민주노동당 분당과 2011년 진보신당 당대회 이후의 탈당에 대한 트라우마에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지며, 당 내 세력으로서 약세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혁신파들의 여론 선도부대의 역할을 일정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혁신파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인천연합

혁신파 중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천연합의 경우는 아직 입장 정리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연합의 경우 분당이나 조직적 분리에 대해서 아직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인 경향이 다수이며, 이것은 NL그룹 내부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조직 분리를 대단히 예외적으로 생각하는 범NL그룹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2008년 분당 시기와는 달리 NL와 좌파의 노선 대립이나 종북주의 문제가 아니라 패권적 분파주의와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인천연합 내부에서도 ‘그들(구당권파)과 같이 당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구당권파들의 경우 현 상황을 심각한 조직적 위기 국면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 원인을 자신들이 아니라 무리하게 당 내 숙청(?)을 강행한 혁신파의 탓으로 여기고 있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강기갑 대표 등의 현 지도체제를 인정하면서 적극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치기고 했다.

이상규 의원은 “혁신파들이 요구 사항을 정리하여 제시한다면 우리도 진정성 있게 검토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두 의원의 제명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파가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제시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 생각이다. 그런데 아직 혁신파들이 자신들의 입장이나 요구사항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당 내 잔류의 가능성과 계산법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통합진보당 내에서 혁신파들과 구 당권파들이 공존하는 것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총선 이후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비판의 정도가 ‘적대적’인 수준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당 내 의견그룹 간의 경쟁이나 정쟁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당 혁신의 바로미터였던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이 실패하면서 당 혁신의 목표와 의미가 사라졌고, 혁신의 핵심지표가 무너진 상태에서 다른 조치로 당 혁신과 재출발의 이미지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 전 대표의 표현대로 당 내에서 혁신 투쟁을 지속할 명분과 수단, 실리를 찾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이들이 당 내에 잔류한다면 그 의미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분당과 조직적 분리를 하더라도 의미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없고 그래서 개별적으로 기존 정당에 흡수당할 가능성이 놓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이다. ‘정신적 분당’은 이뤄졌지만 ‘육제적 물리적 분당’을 강행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경우이다.

두 번째는 이 모든 갈등의 정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이다. 대선 이후에는 정권교체가 되든 안되든, 전체적인 정치권의 지각변동과 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은 혁신파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여봐야 의미 있는 변수와 세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당 내의 분파로 존재하면서 대선 이후를 준비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 두 경우 모두 혁신파들의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기는 어렵고, 또 대선을 전후한 시기의 정치적 역할을 포기하는 꼴이 된다. 현재 주말까지 대략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숫자는 2,000여명을 전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당의 경우, 가능한 경로 몇가지

이미 2,000여명이 탈당을 하였고 또 다함께나 민주노총의 처지 그리고 참여계 주요 활동가들의 결의문을 보건데 이들의 집단적 이탈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그 규모의 정도와는 별개로 이미 통합진보당에서의 조적적 이탈과 분당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대안이 모호할 뿐 아니라 대안의 경로와 가능성도 상당한 진폭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우파)으로 대안은 몇가지 경우가 가능하고 왼쪽(좌파)으로 대안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꼴이다.

오른쪽으로 대안 중 첫째는 분당한 개인과 세력들이 민주당과의 연대와 결합을 모색하는 경우이다.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은 이미 통합진보당에서 이탈하는 몇몇 개인과 세력들에 대해서 ‘보트피플’로 규정하고 “이들은 구제(흡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길을 포기하고 민주당으로 흡수당하는 경로이다. 혁신파 주요 구성원들의 특성상 민주당과의 결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당권파에 의해 상처입고 훼손된 전체 진보정치의 이미지를 당분간 복구하거나 쇄신하는 것이 어렵고, 현실적 정치세력으로는 존립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라는 울타리에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 대안 두 번째는 구 국민참여당 정도의 정당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탈당자 수의 대부분을 참여계 당원들이 차지하고 있고, 또 이들이 혁신파들의 물리력을 상당부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을 모색할 때 참여당의 주도성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더더욱 인천연합과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합이 미약할 경우 그 성격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의 새 정당으로 나타날 경우 통합진보당의 혁신파 전체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역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난점이다.

왼쪽으로 대안은 진보신당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진보좌파정당 건설이라는 방향과 통합진보당 혁신파들이 만나는 경우이다. 하지만 진보신당 특유의 순결주의와 통합진보당 혁신파들이 갖고 있는 대중정치관이 상호 만나서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 대안적 가능성의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보여진다.

분당이 이뤄질 경우, 마지막으로 남는 대안의 가능성은 민주노총과 인천연합, 참여계가 조직적으로 새 정당을 창당하는 흐름과 진보신당 내외에서 추진되는 진보좌파정당의 흐름이 상호 한발자국씩 이동하여 접점을 찾는 경우이다.

참여계가 주도하는 새 정당이라면 쉽지 않지만 민주노총과 인천연합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진보정치의 재편과 새로운 컨센서스(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경우라면 가능한 대안 프로그램이다. 구당권파의 정당과 소수 좌파들의 정당과 구분되는 진보정당의 새로운 골격과 흐름을 만들어가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단 이 경우에도 대선과 정권교체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진보정치는 국민대중과 노동자민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그게 누구 탓이었는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내고, 신실하고 꾸준한 실천활동 정치활동을 어떻게 다시 복원할 것인지, 그 길을 찾고 모색하는 것이 모든 일의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누구를 이 상황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누구를 어떻게 숙정하고 비판할 것인지는 진보정치를 되살리고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단호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다.

목표는 분명하게,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은 냉철하고 냉정하게, 사람들의 가슴에서 식어버린 진보의 열정을 되살리는 일은 따뜻하게 실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