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양적완화’
친재벌 정책일 뿐인가?
"한국은행 독립이 능사는 아니다"
    2016년 04월 08일 0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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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논쟁적인 남종석씨의 기고 글이다. 새누리당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정책 발표로 촉발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살피는 글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강한 반대 입장과 달리, 양적완화에 대해서 그 긍정 부정의 양측면을 다 살펴야 하고, 진보진영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정책적 개입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자신이 속한 정의당의 입장과도 일정하게 구분되는 주장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것은 진보주의자의 시각이 아닌 신자유주의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시론적 성격의 글이기에 다양한 평가와 입장이 나뉠 수 있다. 이견과 의견이 있다면 레디앙은 적극적인 토론의 장을 제시할 계획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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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적 양적완화?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20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국면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적으로 제기한 것은 두 가지 분야다. 첫째, 산업은행의 선도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규자금 공급 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채권을 인수하는 것. 둘째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하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기간을 20년 장기분할상환제도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한국형 양적완화’는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산업은행이 선도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채권을 매수하여 산업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구조조정을 이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하여 현재의 단기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저리로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찬반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즉각적으로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재벌 살리기이자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가계적자의 누적에 대한 대안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당 모두 금융정책,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고유한 권리인데 이에 대해 정당의 선대위원장이 왈가불가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경제학자들 가운데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미국과 같이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이 매우 높은 국가들에서는 양적완화 정책이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양적완화를 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어떤 이들은 한국 경제가 불황이긴 하지만 2008년 미국 금융위기처럼 붕괴 상황도 아닌데 긴급한 상황에서 처방할 수 있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4월 5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와 강봉균식 양적완화를 비교하며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는 “가계부채의 근본적 해법은 고용 안정 및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더불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정도까지 부채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인식에 기초한 필자의 ‘한국판 양적완화’는 가계의 구제에 초점을 맞춘 발권력 동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 조정을 위한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공개시장조작이나 지급준비율 등을 조작하여 통화량을 조정한다. 국채수익률이나 지급준비율 금리의 조정을 통해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필자가 화폐라는 표현보다 통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화폐는 통화를 포함하여 포괄적인 것을 의미하는 반면 통화란 원화와 달러 같은 중앙은행권 즉 현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위급한 상황일 때 중앙은행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는 제로금리 정책과 수량완화 정책이 있다. 제로금리 정책은 말 그대로 신용위기가 왔을 때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지불준비금에 지급하는 이자 즉 지불준비금 금리를 낮추는 것으로 그 최저점이 바로 제로금리이다.

문제는 제로금리 이후이다. 제로금리 정책을 통해 신용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건전성 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에서는 중앙은행은 금리정책을 더 사용할 수 없다. 돈 빌려주며 웃돈까지 얹어주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지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정책은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제로금리 정책 다음으로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를 양적완화라고 한다.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에도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중앙은행이 발권을 통해 정부가 ‘신규 발행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중앙은행의 빚 즉 현금도 증가한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이 발권을 동원하여 기업이나 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인 공개시장조작이 민간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라면 양적완화는 민간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점에서 비전통적인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신규발행 된 국채를 매입한 것이 일본에서 진행된 양적완화라면 민간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한 것이 미연준이 실행한 양적완화이다.

한편 일본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위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금융완화와 함께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또 양적완화 정책의 상징이었던 벤 버냉키 전 연준(FRB) 의장도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으며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도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통화 정책으로 돈을 풀면서, 동시에 정부의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달러-제작

2. 양적완화는 재벌 살리기인가?

이번에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발표한 양적완화는 제로금리 정책을 건너뛰어 곧 바로 양적완화로 가겠다고 한 점에서 정책 단계를 무시한 측면이 있다. 또한 산업은행채권을 매입하거나 단기분할상환 주택담보부 채권을 구매한 점에서 미연준의 양적완화와 유사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 효과는 산업은행에게 현금을 더 지원하여 구조조정 자금으로 활용하여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건전성 위기를 극복하도록 신용을 완화하는 것이며 가계에게도 상환부담을 낮추고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고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채권을 매입하여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 정의당의 대변인 같은 이들이 재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배교수 같은 이들도 강봉균식 양적완화가 좀비기업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미국 연준의 부실채권구매 프로그램이 위험을 만들어 낸 은행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현금을 지원함으로써 1%를 위한 정책이 되었듯이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현금을 공급하는 것도 그와 같은 재벌살리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 비평이 현재 한국 기업이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는 매우 크다. 적자 대기업, 이자지불능력도 안 되는 재벌기업군이 그만큼 많다는 점이다. 40대 재벌 중에서도 꽤 많다. 이미 언론에 나와 있어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이 금호아시아나, STX, 웅진, 동양,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최근 한진그룹, 동부그룹, (주)현대, 효성그룹 등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관련 자료 글 링크)

이들 기업들의 채무를 산업은행이 모두 떠맡고 있다. 주채무계열 지정 때문이다. 주채무계열은 부실징후 대규모 기업집단 즉 부실 징후가 있는 주요 재벌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주채권은행을 지정하는 제도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을 주로 맡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집단들의 주채무은행인 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미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재벌을 비롯하여 부실징후가 뚜렷한 기업들의 주채권은행인 것이다.

김상조 교수와 몇몇 동료들이 엄밀한 결합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민간재벌의 1/3이 부실징후가 뚜렷하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이들이 발행한 채권을 갖고 있지만 어떤 구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가 한은의 주장처럼 이자율 인하로 해결될 수 있는가이다. 한은은 아직 기준금리가 1.5%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통한 정책 개입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바로 양적완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자율 인하를 단행한다고 해도 현재의 부실징후가 뚜렷한 재벌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오히려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은행의 건전성 위기를 낳지 않으며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 스스로 이 과업을 맡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봉균식 신용완화는 부실재벌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재벌에게 더 값싸게 자금을 대출함으로써 부실재벌을 유지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배근 교수의 비판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가 1%의 은행을 위한 정책이었다고 비판받는 것과 똑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수익의 사유화와 위험의 사회화 말이다. 그러나 강봉균식 신용완화 정책이 재벌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징후 재벌들의 채권을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인민을 위한 양적완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신규 발행된 국채를 매입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산은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이를 보통주화 하는 것이다. 국유화(공기업화)하자는 것이다. 아니면 특별법을 재정할 수도 있고 미국 대공황 시 있었던 ‘재건금융공사’와 같은 특별 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 물론 모든 부실 징후 재벌을 국유화할 수 없다. 선별을 거쳐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정리 절차를 들어가야 할 기업도 있을 것이다. 경기순환 국면에서 단기적인 경영손실이 발생한 기업이라면 현금 투입과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에는 정확한 진단과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미국 1위 보험회사인 AIG, 자산규모 1위 CITY은행도 국유화된다. 역사적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무슨 대단한 사회주의적인 정책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적인 것이다. 위기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말이다. 그러니 필자가 국유화, 공기업화를 주장했다고 해서 무슨 대단히 급진적인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오해는 하지 말길 바란다. 주식 보유를 통한 공기업화는 위기 시점에 언제나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다. 더 나아가 기간산업을 공기업화 하는 것도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 볼 수 없다.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재벌가들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현대경영학에서 주구장창 떠들고, 자본가들이 좋아하는 것이 이런 것 아닌가? 책임경영. 경영을 잘못해서 기업이 망하고 부채를 갚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주주는 소유권을 내 놓아야 하고 경영자는 교체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가는 ‘소유경영자’이기 때문에 부실에 대한 경영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유권도 박탈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책임경영이다.

그 이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은 조금 애매해지는 지점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효율성이 더 뛰어난가, 그렇지 못한가? 정상화를 목표로 한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진을 꾸려야 할 것이고 국유화된 기업들도 경영인을 두고 공기업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물론 경영자와 소유자 사이의 주인-대리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월급쟁이 경영자가 단기적인 목표로 사업을 그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유경영자 즉 재벌소유자라고 경영을 더 잘 한다는 보장도 없다. 공기업의 형태로 기업들이 관리될 경우, 그것의 효율성이 반드시 사적 기업보다 못하다는 역사적 사례가 있었나?

전문경영인을 두되, 노동자대표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은행들, 경제학자들 일부도 이사회에 참여시켜 기업경영을 하되, 경영진에게 권한을 주고, 이해관계들의 입장, 경영 목표 등을 만들어 내면 그것이 현재의 재벌가들, 가신그룹들 등이 주도하는 기업보다 덜 효율적일 것이라고 선험적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경영권에 대한 명확한 권한 부여가 필요할 것이다. 한때 민영화되어 부실했던 한국 중공업을 재공기업화 해서 흑자기업으로 만들었고, 다시 이것을 두산그룹에 헐값으로 매각한 경험도 있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덜 효율적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행여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 예컨대 시립병원이 일반 병원보다 이윤이 덜 남는다거나 주택공사가 대림건설보다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말길 바란다. 시립병원이나 주택공사가 적자인 이유는 바로 적자를 하는 것이 이들 기업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증거다. 그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움직이는 것을 두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합리성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공기업들의 적자를 공공기관 전체의 비효율성으로 둔갑시키는 자들이야말로 악의적인 시장주의자들이다.

어떤 이들은 산업은행/우리은행 등이 맡고 있는 주채권은행제도를 약화시키고 아예 산업은행도 완전 민영화해서 이런 좀비기업을 구조조정 하자는 방안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김상조 선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민영화는 장기적으로 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약화시키며 현재와 같이 금산분리구조에서 민영화되는 은행의 소유는 외국계가 다수 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은행과 같은 대규모를 인수할 수 있는 집단은 주요재벌들밖에 없는데, 금산분리 정책에 의해 재벌들은 인수 자격이 없기 때문에 외국계자본이 인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부유출 논쟁이 있었던 은행 민영화를 반복하는 꼴이다. 그러니 아예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물론 현재 국면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쟁점일 수 있다. 발권을 동원할 만큼 위기 상황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 상황도 아니고 은행의 건전성 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심각한 위기 상황’이 오면 양적완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왜냐하면 신흥시장(한국, 러시아, 브라질 등 새로운 금융시장으로 떠오르는 반주변 국가들) 위기 상황은 대부분 ‘외환위기’로 나타난다. 산업과 금융이 붕괴되면 외국계 자본이 갑작스럽게 이탈하고 통화가치는 폭락하며 국채이자율이 폭등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발권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더 폭락시키기 때문에 자본도피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그러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대량해고 하고 기업 파산시키고, 등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정리를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해고가 발생하더라도 말이다.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한계기업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판단은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경영부실이 경기에 따른 단기적인 문제라면 발권을 통해 동원된 자금으로 경영을 지원하며 정상화시킬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임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경영을 현대화할 수 있다. 공기업화 된다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진보파들은 공기업으로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을 통해 진보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행

4. 중앙은행 독립성, 반드시 지켜져야 하나?

필자는 이 글에서 강봉균식 양적완화가 단지 재벌을 돕기 위한 것이라거나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폄하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필자는 발권을 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거나 원화가치의 폭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오류라고 본다. 통화량의 증가가 곧바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보다 나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재와 같이 2%의 인플레이션 목표제가 정당한 통화정책인지 되물어야 한다. 현대경제의 통념과 달리 적정한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정부적자의 누적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고 경제에 활력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특히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더 나아가 중앙은행 독립의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정의당은 “통화정책은 독립기관인 중앙은행의 몫”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중앙은행 독립성, 인플레이션 관리를 최고의 정책목표로 삼았던 집단은 현대경제학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통화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실행하면서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과 같은 필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중앙은행 독립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통화안정, 화폐가치 안정을 중시하며 채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의 논리를 동원하는 것은 당황스럽고 우려스럽다. 발권을 임의적으로 함으로써 통화가치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그것을 신중하게 운용하는 경제정책은 현재의 경제적 딜레마를 벗어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강봉균식 양적완화가 신용완화 수준으로 좀비기업을 살린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를 완화시켜 가계의 수요력을 높이는 정책으로서는, 즉 강봉균식 신용완화가 가계적자 수준을 낮추고 소비력을 재생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의 정당성이 그 대안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상승시켜 유효수요를 늘리고, 교육을 통한 양질의 노동력을 창출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것도 좋은 정책 대안이다.

그러나 이런 교과서적인 논리만이 늘 정답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의 재벌부실에 대한 비사고를 토대로 양적완화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 대응이라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글에서 친재벌적인 양적완화가 아니라 재벌에 책임을 지우는 개입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가계적자 누적보다 거대 기업집단의 부실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누적적으로(동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 가계는 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보다 더 많고 가계부채의 주요 소유계층이 소득 4~5분위 가구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금융위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물론 중위소득가구의 이자 및 원금 상환부담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남종석
부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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