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자살 22일째
유성, 침묵과 무시로 일관
대책위 "유족에 사과, 교섭 응하라"
    2016년 04월 07일 04: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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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한광호 씨가 노조 탄압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은 지 22일, 사측인 유성기업은 유족에 대한 사과 등 어떤 입장도 내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

특히 유성기업은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지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한광호 씨의 모친을 ‘중증 치매 환자’로 내몰며 모친이 작성한 자필 서한의 진위 여부에 의심을 제기했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노조가 요청한 특별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등은 회사에 교섭을 요청해 한 씨의 죽음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성기업은 교섭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의 교섭 요구로 업무 차질이 발생한다며 향후 법적 근거 없는 노조의 요구에 회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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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성기업은 한 씨의 모친이 직접 쓴 자필 서한이 조작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노조는 한 씨 모친이 작성한 서한을 회사에 전달했으나, 회사는 관할 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고인의 노모가 중증 치매 증세를 보여 정황상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문의 자필서한을 작성한 것에 대한 진위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할경찰서 담당형사는 회사에 한 씨의 모친이 치매 증상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지회는 확인했다. 한 씨의 모친은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치매 증상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진 않다는 것이 유족 등의 설명이다.

노조의 이의제기에 영동경찰서는 회사에 사실관계를 정정해 노조에 전달하라고 요청했으나 회사는 그간 유지해온 노조에 대한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상황임에도 ‘노조 기 죽이기’와 노조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언제든지 제2의 한광호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성기업은 특별근로감독을 요청받은 고용노동청 관계자까지 겁박했다. 지난달 28일 ‘한광호열사 투쟁 대책위’가 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등을 요구했고, 이에 유성기업은 고용노동청 관계자를 찾아가 “노조 측 이야기만 들어선 안 되며, 국회에 압박을 가하겠다”고 말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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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유시영 회장 규탄 회견(사진=유하라)

금속노조 등은 7일 오전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시작 1시간 전부터 경찰병력은 건물 앞을 에워쌌다.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발언 중엔 회견 장소에 난입해 소음 측정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함재규 한광호 열사 투쟁대책위 위원장은 “제2의 한광호를 만들지 말자는 의지 있다면 이래선 안 된다. 더 이상 유시영은 괴물이 되지 말라, 유성기업이 사과와 반성,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비극적 노동 파괴는 계속될 것”이라며 “유성기업과 유시영 회장은 더 이상 노동탄압의 괴수가 되지 말라. 유족 앞에 사과하고 떳떳하게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한광호 씨의 형인 국석호 유성기업 영동지회 쟁의부장은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소망이었다. 그러나 유시영 회장의 노조 파괴는 가정과 가족을 무너뜨렸다”며 “너무 억울하다. 노조 파괴로 인해 5년을 버틴 동생이 차디찬 죽음으로 저에게 왔다. 20여일이 넘었지만, 그 차디찬 냉동고 안에서 아직까지도 떠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올해 2월에 검찰 수사 자료를 통해 정몽구가 540명밖에 안 되는 부품사 노조를 깨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왜 처벌하지 않나”하며 “현대차의 노조 파괴 개입과 유성기업의 탄압, 그리고 이 모든 불법을 눈 감아준 경찰과 검찰, 법원은 모두 공범”이라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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