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당적 변경,
한국정치의 비극적 모습"
미국 상원, 100여년 동안 당적 변경 13차례 불과
    2016년 03월 21일 02:10 오후

Print Friendly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역임한 진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가운데 진 의원은 자신이 당적을 이동한 것 자체에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하며 “한국정치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21일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그 동안 김종인 대표와 경제민주화랄까 서민을 위한 합리적인 복지정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점이 아마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적 지향성과 상당히 맞았다고 볼 수 있다”며 “제가 생각하는 그런 미래, 이 나라에 대한 정책을 구현하는 데에 (새누리당보다) 더불어민주당이 훨씬 더 맞다 이렇게 판단을 해서 입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 의원의 더민주 입당의 직접적인 계기는 공천 탈락이냐는 물음에 “그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책점 지향점을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결국엔 자신의 당선을 위해 당적을 이동했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이에 더해 더민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를 세운 1등 공신들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진 의원이 나란히 더민주의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야말로 현 정부를 세운, 당초 더민주와는 노선도, 가치관도 달랐던 인사들이 기득권을 잡는, 지금까지는 볼 수 없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제안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는 지적에 그는 “그런 제안 받은 적 없고,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한 적 없다”면서도 혹시 제안이 온다면 수락할 용의가 있냐는 물음에 “당에서 요청하면 뭐든 해야 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당적을 변경하는 사례, 특히 양당제가 어느 정도 정착된 나라에서 경쟁했던 상대당으로의 당적을 변경하는 사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공천 배제가 당적을 변경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적 변경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운 나라도 흔치 않다. 그만큼 거대 양당의 정체성과 노선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 뿌리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에서 잦은 당적 변경의 대표적인 인사는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다. 그는 무소속까지 포함하면 14번의 당적 변경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으면서 6선을 했다. 정당의 정체성보다는 인물에 대한 판단을 선호하는 정치풍토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그 외 대표적인 경우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이다. 한나라당으로 국회의원과 장관, 도지사를 했지만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대표와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 김종인 대표 또한 잦은 당적 변경의 대표적 인사이다. 그는 11대, 12대는 민정당에서 14대는 민자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고 17대 총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의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고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이후 2012년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새누리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다시 2016년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으면서 자신을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했다.

당적 변경에는 탈당하여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경우나 합당하는 경우 등도 포함되는데, 이런 경우 자체를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서 정치적 입장과 정책 노선 등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상대당으로 옮기는 것은 공천 등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이동이어서 설득력을 갖기가 힘들다.

반면 한국에서의 이런 잦은 당적 변경은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라는 주요 정당들이 정체성이나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큰 차이가 없는 유사 정당임을 반증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정치인의 잦은 당적 변경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용인하는 한국의 정치문화도 일부 반영돼 있다.

미국의 경우 1913년부터 상원의원을 유권자들이 뽑았는데 지난 100여년 동안 당적 변경은 13차례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원의 경우는 1960년 이후에 지금까지 당적 변경이 30명 정도이다. 상당히 드문 경우이다. 최근에는 한 의원이 당적 변경을 하니까 보좌진 11명이 사표를 쓴 일도 있어서 미국에서는 흔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 결코 아니다. 물론 당적 변경은 무소속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포함하니, 상대당으로 옮기는 것은 더욱 드물다.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이 공화당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바뀐 사례가 있다. 당시 그의 탈당 배경은 부시 대통령의 보수강경 노선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였지 공천 배제와 같이 권력을 쫓은 행위는 아니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도 2차례 당적을 이동한 바 있다. 처칠은 지난 1900년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이었다가 4년 후 보수당의 보호관세 정책이 자신의 지론인 자유무역론과 맞지 않자 자유당으로 이적했다. 당시 처칠은 당을 이적해 노인연금과 건강보험, 실업자 구제를 위한 직업소개소, 적정임금제도 등을 도입했었다.

이후 1924년 자유당이 노동당을 지지하면서 최초로 노동당 정권이 세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에 처칠은 다시 보수당으로 당적을 변경한다. 소련과 노동운동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것에 따른 선택이었다. 보수당으로 재입당한 처칠은 자유무역주의와 반파시즘, 반소를 주창했다. 이처럼 처칠의 당적 이동은 정책이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일 뿐이지 자신의 공천이나 이해관계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한편 지난 2001년 김종필 전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자민련에 입당했을 당시 쏟아지는 세간에 비판에 이 같은 처칠의 사례를 들어 조롱을 받은 적도 있다.

다만 진 의원은 자신의 당적 이동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정당을 이동하는 일이 안 생기기 위해선 이런 공천제도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 이번과 같은 공천은 아마 우리 정당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도 “(당을) 옮긴다는 자체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한국정치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