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기억하라!
꽃 대신 총을 든 여성들
[책소개]『조선의 딸, 총을 들다』(정운현/인문서원)
    2016년 02월 27일 1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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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를 두른 독립운동가들,
여성의 이름으로 조국을 찾겠노라!

물론, 여성도 독립운동을 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다 옥중에서 숨진 유관순 열사 이외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가? 매국노, 하면 이완용밖에 모르듯이, 수많은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헌신적으로 평생을 바쳐 투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그들을 잊어버리고 있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대열에서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삶과 행적을 복원한 책이다. 대갓집 마님에서 최고의 신식교육을 받은 엘리트 신여성까지, 오로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조국을 찾겠노라 치열하게 싸웠던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아름답고 용감한 삶, 용감해서 더욱 아름다운 삶을 들려준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

어머니의 만세, 그리고 딸들의 만만세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풍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우리는 안중근, 김구, 신채호, 윤봉길, 이봉창의 이름은 알지만 이들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신채호 선생의 아내 박자혜,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도운 백범 김구의 비서 이화림.

하지만 그들은 어머니나 아내이기 이전에 이미 ‘치마를 두른’ 독립운동가였다. 그들은 만주 벌판에서 장총을 들고 직접 일제와 온몸으로 부딪쳤고, 총독을 암살하겠다고 권총을 들고 나섰고, 일제 식민지배의 심장부를 향해 폭탄을 던지고, 비행기를 몰고 가서 일본 왕궁을 직접 폭격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비행사가 되었다.

그뿐인가. 이역만리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피땀 흘려 벌어들인 일당을 기꺼이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고, 아버지의 시신을 곁에 두고 벌떡 일어나 목이 터져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고,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한밤의 국경을 넘나들고, 국채를 갚기 위해 갖고 있는 소소한 패물들까지 기꺼이 내놓았다. 탄약을 만들어 제공하고 독립운동가들의 밥을 지어주고 빨래를 해주고 살림을 챙겼다.

일경에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기나긴 옥살이를 하면서도, 심지어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정신을 지배했던 오직 한 가지 생각은 ‘대한 독립’이었다.

꽃 대신 총을 든 여성, 그들을 기억하라

무엇이 ‘꽃’에 비유되곤 하는 가냘픈 여성들로 하여금 이토록 치열하게, 이토록 당차게 한길로 달려 나가게 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꽃’ 대신 ‘총’을 들게 했을까?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읽다보면 ‘못난 시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엄혹한 시대가 오히려 여성들이 떨쳐 일어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구한말의 양반가 며느리들은 ‘충효사상’에 입각하여, 근대의 엘리트 신여성들은 ‘인간해방’을 꿈꾸며 그렇게 ‘인간의 길’을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숨은 희생이 있어 우리는 가슴 벅찬 광복의 역사를 갖게 되었다.

100여 년 전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다 스러진 불꽃같은 청춘들, 용감해서 더욱 아름다운 여성들이 그곳에 있었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는 ‘독립운동=남자’라는 무의식의 편견을 시원하게 부서뜨리면서, 치열해서 더욱 빛나는 어제의 청춘들 이야기를 21세기 오늘의 청춘들에게 오롯이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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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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